[와이드 인터뷰] 김연아가 밝히는 모든것

2010. 3. 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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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이하 한국시각) 아름다운 갈라쇼를 마치고 온 김연아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이제 지난 10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쉬지 않고 달려온 2009~2010시즌이 정말 끝났기 때문.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겸 시즌 결산 인터뷰를 위해 팔라벨라 빙상장 미디어 컨퍼런스룸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연아는 마침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아사다 마오가 돌아간 이후에도 한참 동안 취재진의 질문에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10년 후 살만 안찌면'이 짓'할 수도…

코치해보고 싶은데 주위에서 힘들다고 하지말래요F학점 봐도 별 느낌 없어…스포츠심리학 배웠으면집에가면 배터지게 먹을래요 살쪘다고 뭐라마세요

◇스포츠조선의 재미있고 유익한 기사는 '피겨여왕' 김연아도 즐겨 본다.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기사가 실린 스포츠조선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토리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

 ―갈라쇼에서 점프를 하나 미스했는데 갈라쇼에서도 넘어지면 안된다는 부담이 있나.

 ▶연습때도 넘어지면 안돼라는 생각을 하는데 갈라쇼에서도 넘어지면 좀 그렇지 않나. 경기때 처럼의 그정도 긴장감은 아니다.

 ―프리스케이팅 끝내고 호텔들어가니까 기분이 어떻던가.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 귀찮고 몸이 축 늘어지더라. 긴장했다가 딱 풀리니까.... 끝났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하고. 더이상 걱정은 없으니까.

 ―대회 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겠다고 했는데 진짜 즐겼나.

 ▶아니. 글쎄....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진 않았다. 금메달이면 좋고 은메달도 상관없다. 메달만 따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막상 하려니까 즐기긴 힘들겠더라. 연기자체를 즐긴다기 보다는 경기에 오는 것 자체를 부담없이 한다는 뜻으로 말한건데 쇼트가 이렇게 되다보니 즐기는건 어려웠다.

 ―쇼트 끝나고 정말 기권도 생각했나.

 ▶쇼트 끝나자 마자 '괜히왔다. 이걸 할 수 있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밤이 지나니 괜찮아 졌다. 점수차가 따라 잡을 수는 있는 점수차니까. 금메달이 아니라도 메달만 따면 좋겠다 생각하니 괜찮아졌다가 연습때 잘 안풀려서 6분 웜엄하기 전까지 '하다가 못하겠으면 스톱하고 나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6분 웜멉때 잘돼서 이후엔 별 걱정없이 경기에 나섰다.

 ―세계선수권 출전은 본인의 결정이라고 들었다. 어떤 마음으로 가기로 결정한 건지.

 ▶파리대회 끝나고 결정했던 것 같다. 너무 잘되서 자신감도 생기고. 해도 '그까이꺼' 그런생각이었다. 할만하겠다라는 생각. 그땐 올림픽 이후가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 후회했다. 올림픽 끝나고 너무너무 힘들어서 후회했다가. 막상 끝나고 생각하니 잘왔다는 생각도 든다.

 ―번복할 수도 있지 않았나.

 ▶브라이언도 같은 걸 경험해서 이에 대해 얘길해줬다. 어느 선수든 다 겪는 거라고 얘길해줘서 또 막상 가면 괜찮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막상 진짜로 간다고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는 연습도 잘 됐고 그러다 보니까 마음도 다시 잡게 됐다.

 ―올림픽 끝나고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전까지 어떤 생각을 많이 했나.

 ▶월드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땐 올림픽 생각을 안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으면 모르겠는데 금메달 따니까 '굳이 꼭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안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런 생각 때문에 흔들렸던 것 같다. 또 그 짓(경기)을 또 해야하나. 그 생각이 너무 두려웠다.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하나도 준비 안됐었다. 이렇게 해서 망치느니 안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챔피언인데 못하면 창피하지 않은가.

 ―주위의 생각에 신경이 쓰였나.

 ▶그게 남들이 해서는 아닌 것 같다. 나가서 잘하면 정말 좋은데 잘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때는 그런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을것 같아서. 남들이 하는 얘기는 신경 안썼다. 올림픽 챔피언이란 자리 힘들게 올라왔는데 나 자신한테 끝까지 유지하고 싶은데 못할까봐.

 ―많은 훈련을 안했는데도 점수가 이정도 나왔는데 이것이 미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까.

 ▶난 대충하지 않았다. 마지막 일주일만 훈련을 제대로 했다. 올림픽 때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금방 회복이 됐다. 쉬긴 했지만 그동안 해온 게 있어서. 경기에서 실수했지만 대충해서 실수한 게 아니다. 그리고 이 경기 하나로 미래를 결정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향후 거취에 고민이 될 것 같은데. 앞으로 자신에게 몇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두가지 정도가 아니겠나. 선수로 뛰느냐 아니냐. 안하면 공연하고, 가능하다면 학교생활도 하고 싶다.

 ―선수를 더하고픈 이유와 하기 싫은 이유는.

 ▶선수를 더 할까 하는 생각은 지금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고 아닌쪽은 그냥 좀 지쳐서. 경기할 때 그 스트레스가 좀... '이걸 또 해야해?' 이런 생각하면 정말 아!

 ―힘든게 대회 자체의 스트레스인가.

 ▶훈련도 참 그 과정을 겪는 것.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조금 생각한 뒤) 이 훈련 생활할 때 드는 생각이 '이짓을 또 다시하라면 진짜 못해'다. 대회 끝날 때마다 그런 생각한다. 대회가 잘 끝나면 기쁜데 다음 시합 또 있다면 두렵다.

 ―그럼에도 그짓(?)을 하게된 원동력이 있다면.

 ▶이런 생활을 되게 오래했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지 몸이 익숙해서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생활 자체가, 이짓이 내 생활이구나. 그런게 몸에 다 배어있는 것 같다.

 ―1~2년 쉬고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은 해봤나.

 ▶지금 내가 쉬었다가 다시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때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돌아온 선수도 은퇴 당시엔 저처럼 힘들고 할만큼 했다는 생각아니겠나. 그래도 계속 스케이트 타다보면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지금 미리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압박감이 훈련을 더하게 된느 동기가 되나.

 ▶압박감을 이기기 위해선 준비가 완벽하게 되는 수 밖에 없다. 준비가 됐다고 생각되면 부담감이나 압박감 같은 건 다 이겨낼 수 있으니까.

 ―선수생활하면서 잃은 것 얻은것은

 ▶잃은 건 학교생활 많이 못한 것. 친구들에 대한 것도 학교생활에 포함되겠다. 얻은 건 내가 최고로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어린 나이에. 그런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 것.

 ―혼자 한국의 피겨 선구자로서 걸어가는 느낌은.

 ▶그렇게 걸어온지 오래되서 별 느낌 없다. 지금은 주위에서 도와주시고. 어린 선수들도 도와주고. 내가 끝까지 한국의 피겨를 책임져야겠다는 압박감은 없다.

 ―어린 나이에 최고가 됐는데. 10년후에 김연아를 생각해본다면.

 ▶스케이트는 탈 수도 있다. 브라이언도 메인코치하기 전까지 쇼에 섰기 때문에 살만 안찌면 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아니면 뭐.... 결혼은 생각해본적 없다. 때가 되면 하겠지.

 ―코치가 되는 것은 어떤가.

 ▶민정이랑 짧은 시간 같이 해보니까 알려주고 싶은 것도 있다. 코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는데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하더라. 힘드니까. 그래서 보조코치처럼 도와주는 것도 생각했었다.

 ―오서가 농담조로 보조코치 얘기하던데.

 ▶(밝은 표정으로 놀라며)진짜? 할까?. 우리나라 어린 선수들에게 내가 지금 하고 있으니까 도와주기 쉬울 것 같다.

 ―예전에 올림픽 이후에 하고 싶은 것으로 여행얘기를 했었는데 꼭 한번 가고싶다고 생각한 곳이 있다면.

 ▶예전 파리에서 대회를 할 때 잠시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앞으로 여행오면 좋겠다는 생각했었다.

 ―지난해 대학교에 한번 갔을 때 너무 사람들이 몰렸는데. 이번에 또 한국가면 학교에도 가야할 텐데 설레나 두렵나.

 ▶사실 두렵다. 학교생활도 하고싶은데 하기가 좀 어려운 점이 있는게 사실이다. 인사하러 가는 것도 지난해 갔을 땐 오우. 좀 굉장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인사드리러 가야하는데....

 ―기억이 남는 과제가 있다면

 ▶자필로 쓰는게 손이 아프더라. 평소엔 글씨를 잘 안쓰니까. 훈련하는 방법, 훈련 일지 비슷한 것을 쓰다보니 내가 경험한 것을 쓰니 재밌었다.

 ―F도 받았던데.

 ▶과제를 못한 것이 있었는데 그게 F가 된 거 같다. 성적표를 인터넷으로 확인했는데 성적표를 봐도 별로 느낌은 없었다.

 ―대학생활하면서 배워보고 싶다는 게 있나.

 ▶예전에 심리상담 같은 걸 했었다. 하다보니까 심리학 같은게 재밌겠다 싶더라. 스포츠심리학 같은거. 근데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

 ―한국가서 하고싶은 것 3가지를 꼽는다면.

 ▶현실적으로 운전면허 딸 시간은 없을 것 같고. 맛있는 걸 배터지게 먹고. 살쪄도 뭐라고 하지 마세요. 내가 살이 찌면 얼굴부터 찌는데 인터넷으로 내 사진을 보면 내가 내 모습을 못보겠더라 그래서 많이 못먹는다. 뭐가 먹고싶은 게 아니라 자유롭게 먹고싶다. 그리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

 ―친구들을 카페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기 힘들 것 같은데.

 ▶아니다. 카페에서 만난다. 그러나 구석에서 만나는 등 신경은 쓰는 편이다. 친구들이 오히려 나를 막아주려고 한다. 그런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금메달은 어디있나.

 ▶지금은 트렁크 안에 있다. 캐나다에서 책상에 뒀다가 빙상장의 애들에게 보여주려고 트렁크에 넣었는데 그게 계속 그안에 있었다.

 ―팬들에게 한마디.

 ▶이번 시즌을 저 뿐만 아니라 팬들도 가장 기대하고 가장 기다렸던 것 같은데 잘 마무리짓게 돼서 좋다. 특히 이번 시즌에 많은 분들. 팬들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힘을 주셔서 좋은 기운 얻고 매번 경기를 치렀다. 제가 이번에 은메달이지만 항상 어떤 결과를 얻건 간에 계속 응원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 토리노(이탈리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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