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부모 관전기] 차마 못봐 복도서 '안절부절'

2010. 2. 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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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엄청나게 많은 X 싸는 꿈꿔…

장하다! 우리딸

 피겨퀸 김연아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아버지 김현석씨(왼쪽)와 어머니인 박미희씨가 26일(한국시각)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딸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밴쿠버=권인하 기자 >

  3조의 경기가 끝나고 마지막 4조의 선수들이 웜업을 위해 빙판에 나오자 관중석에 앉아있던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씨는 딸이 나왔는데 오히려 자리를 떴다.

 4조의 첫번째 선수인 레이첼 플랫이 나왔는데도 그가 앉았던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다. 그는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복도에 서있었다. 거기서 10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도 있었다. 둘 다 긴장한 듯 초조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드디어 김연아가 빙판에 나왔다. 한국팬들의 큰 박수속에 김연아가 연기를 시작하려하자 김씨는 기도라도 하는 듯 두손을 꼭 모았다. 떨어져 있던 박씨도 어느새 김씨의 옆에 섰다. 그들은 너무 많은 관중이 복도에서 서서 보고 있어 위쪽의 전광판에 나오는 화면으로 딸의 연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첫번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가 깨끗하게 착지하자 아버지가 박수를 쳤다. 그런데 박수를 치며 앞으로 가는게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질을 친다. 그만큼 보기가 어려운 듯. 세번째 점프인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가 멋지게 성공하자 김씨는 또 크게 박수를 쳤고, 박씨는 양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울듯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스파이럴과 스핀, 트리플 살코, 트리플 러츠 등 김연아의 연기는 물흐르듯 흘렀고, 그사이 김씨의 얼굴에서 초조한 빛이 조금씩 펴지는 듯했지만 박씨는 아직도 걱정어린 눈빛. 어느덧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도 깨끗하게 끝났다. 남은건 플라잉 싯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뿐. 박씨는 이제서야 안심한 듯 남편인 김씨의 품에 안기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도 "됐어, 됐어"하고 말했다. 김연아의 마지막 엔딩 포즈가 끝나고 기립박수가 나오자 김씨도 박수를 쳤다. 눈가엔 눈물이 흐르기 시작. 박씨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새 고성희 심판이 다가와 축하를 했다.

 전광판에 150.06점이 찍히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굴엔 눈물과 놀람, 기쁨이 함께 했다. 이어 아사다와 로셰트의 경기가 끝나고 딸을 이길 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엔 더욱 얼굴이 밝아졌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박씨는 시상식이 끝난 뒤 "초반 점프 3개가 다 성공했을 때 안심했다"며 "끝났을 땐 실수가 없어 1등을 확신했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지 "방에 가서 꼬집어 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 두번째로 딸의 경기를 직접본 김씨는 왜 뒤에서 봤냐는 질문에 "이런 걸 보는 부모 마음은 딸을 낳아봐야 안다"며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어 서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엄마 희생이 정말 컸다 금메달은 애엄마 역할이 제일 컸다"며 많은 공을 박씨에 돌렸다. "전날 밤에 아침마다 가는 것(화장실)을 내가 치우지 못할 정도로 많이 싼 꿈을 꿨다. 이게 그건가 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기뻐했다.

  < 밴쿠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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