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가 유리한 고지에 오른 3가지 이유

2010. 2. 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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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숨 막히는 승부였다.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는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김연아(20, 고려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두 선수 사이에서 존재하는 '실력 차이'는 끝내 뒤집히지 않았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30명의 선수들 중, 김연아는 23번째로 링크에 등장했다. 김연아는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지 않는 점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오래도록 기다리다보면 몸의 긴장감도 풀어지고 가장 마지막에 연기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러한 순서는 김연아에게 결코 유리하지 못했다. 이유는 아사다 마오가 바로 김연아 앞에서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아사다 마오는 올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치면서 73.78의 점수를 기록했다.

김연아가 지니고 있는 76.28점의 세계 신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 시즌 60점을 넘기지 못한 쇼트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은 5분을 지나지 못했다. 아사다 마오의 뒤를 이어 무대에 등장한 김연아는 자신이 보유한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아사다 마오의 연기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연아는 4.7점 차이로 아사다 마오에 앞서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5점은 생각보다 큰 점수 차이다. 이 점수가 뒤집어지려면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두 번을 무조건 성공시켜야하고 김연아가 2~3번 이상의 큰 실수를 범해야만 가능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숫자놀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 싱글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선수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올림픽에 맞춰 철저하게 준비를 했기 때문에 큰 실수를 범하는 선수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연아의 컨디션은 더욱 특별해 보였다. 그리고 점프를 비롯한 모든 요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이렇게 기량이 뛰어나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실수를 했다면 미스테리로 남을 일이었다.

김연아는 현재 매우 유리한 상황에 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점수 차이를 크게 벌리겠다는 전략은 나름대로 적중했다.

명품 점프, 한 단계 더 도약해 있었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테마의 은은한 배경음이 흐르면서 김연아는 미끄러지듯이 빙판을 치고 나갔다. 원체 스피드가 좋지만 김연아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단연 최고였다.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본 전 국가대표이자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박빛나 피겨 코치는 "(김)연아의 콤비네이션 점프는 다른 대회보다 더 뛰어나 보였다. 깐깐한 심판들조차 도저히 제동을 걸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에 이어진 트리플 플립. 올 시즌, 몇 번의 실수였지만 김연아가 가장 잘 뛰는 점프 중 하나가 바로 트리플 플립이다. 가볍게 공중으로 도약한 김연아는 아주 매끄러운 자세로 랜딩에 성공했다. 플립 역시 올 시즌에 시도한 것 중 최고였다.

'백발백중' 점프인 더블 악셀도 한결 매끄러웠다. 밴쿠버에 도착한 이후, 연습에서 나타난 김연아의 점프는 모두 안정돼 보였다. 김연아는 현재 최상의 점프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점프의 감각은 한번 물이 오르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최고의 점프를 지니고 있지만 유지도 잘하는 김연아의 점프는 여자 싱글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질'을 지니고 있었다.

해외 전문가들도 인정한 '최고의 프로그램'

2009-2010 시즌 첫 대회였던 '프랑스 에릭 봉파르'대회에서 김연아는 자신의 새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평범한 선수들은 시즌 중반이 지나야 자신의 새 프로그램에 적응한다. 그러나 '비범한' 스케이터인 김연아는 이미 첫 대회부터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자신의 것으로 완성한 상태였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진정한 완성은 이번 올림픽에서 이루어졌다. 올 시즌 3번 연기했을 때보다 한층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이며 33.80의 높은 PCS(프로그램 구성요소)를 받았다. 여기에 GOE(가산점)만 9.8점을 기록했다.

특히,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대량의 PCS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일어나도 나머지 요소를 깔끔하게 하면 많은 가산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트리플 플립을 뛰지 않고도 역대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를 받은 '에릭 봉파르' 대회에서 증명됐다. 또한, 김연아는 22일(한국시간) 열린 프리스케이팅 연습에서 모든 요소를 깔끔하게 수행하며 완벽한 연습을 마쳤다.

밴쿠버 올림픽 미국 주관 방송사인 NBC의 해설진은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보고 "앞서 있었던 아사다 마오의 프로그램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뛰어난 기량과 정신력을 모두 갖춘 스케이터가 올림픽 챔피언이다

피겨 스케이팅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에 2번이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챔피언이 될 수 있고 이것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는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있다"란 말을 남겼다.

어릴 적부터 '강심장'이란 말을 들어온 김연아는 최근 그가 발간한 저서를 통해 "나도 링크에서면 한없이 긴장하고 흔들릴 때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연아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것과 동시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정신력까지 갖췄다. 아사다 마오의 연기가 끝난 뒤, 김연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김연아를 어린 시절부터 봐온 박빛나 코치는 "내가 아는 연아는 다른 선수를 절대로 신경쓰지 않는다. 늘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려고 하고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연아의 경기를 본 NBC 해설진은 "김연아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뛰어난 챔피언이기에 앞서 아주 강한 여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김연아는 절정의 컨디션과 물리 오른 프로그램, 여기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까지 갖춘 상태다. 그리고 2위와 4.7점의 비교적 큰 점수로 앞서 있는 김연아는 큰 부담없이 프리스케이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연아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마지막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피겨 여자 싱글 역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갖춘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을 후회없이 연기하는 것이 김연아의 남은 과제이다.

[사진 = 김연아 (C) ISU 공식 홈페이지 캡쳐,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박빛나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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