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갈등 쇼트트랙 끝내 '주먹다짐'

2006. 4.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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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랑이던 쇼트트랙이 한순간에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안으로부터 곪아왔던 파벌간 갈들이 끝내 밖으로 터져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2006 세계쇼트트랙선수권에서 남녀 종합 1위를 모두 석권한 대표팀의 지난 4일 귀국환영식장은 '에이스' 안현수(21·한체대)의 아버지 안기원씨(49)가 대한빙상경기연맹 임원을 폭행하는 장소로 바뀌며 난장판인 한국 쇼트트랙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국 쇼트트랙은 세계적인 경외의 대상이었다. 외신들은 쇼트트랙 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 종목에 걸려있던 올림픽 금메달 32개 중 17개를 휩쓴 한국 쇼트트랙의 성공 비결을 소개하며 놀라워 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 쇼트트랙은 '시한폭탄'처럼 파벌간의 갈등을 키워오고 있었다. 쇼트트랙의 파벌싸움은 최근 급속히 세가 커지고 있는 한체대와 비(非) 한체대간의 갈등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쇼트트랙은 ㄱ고-ㄷ대 출신들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최근 한체대가 '한국 쇼트트랙의 대부'격인 ㅈ교수를 영입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한체대는 ㅈ교수의 후광으로 우수한 선수를 대거 영입했고,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한체대의 급성장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쇼트트랙은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유일한 종목이다.

국가대표가 되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안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이권다툼도 심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각 파벌의 코치들은 심판판정 등 사사건건 갈등했고 학부모까지 두패로 나뉘어 투서를 하는 등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초·중·고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도 양 파벌로 갈라져 있어 어느 선수든 어릴 때부터 파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양 파벌의 갈등은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벌훈련'으로 극명하게 표출됐다. 남녀로 나뉘어 훈련하지 않고 학교별로 갈려 훈련했다. 안현수·전다혜·강윤미·최은경 등 한체대 선수들은 한체대 출신의 박세우 여자코치 밑에서, ㄷ대 출신의 송재근 남자코치 밑에서는 송석우·오세종·진선유·이호석·서호진 등 비한체대 선수들이 훈련했다. 올림픽 출전 티켓수가 걸려있던 지난해 11월 4차 월드컵 때는 "한 코치가 여자팀 ㅂ선수에게 ㅈ선수의 레이스를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올림픽 때 잠시 가라앉았던 파벌문제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더욱 심해졌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방까지 같은 층에서 쓸 수 없다고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좌석도 바꿔달라고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같은 파벌싸움이 심각한 것은 해소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처럼 두 파벌의 코치가 선수들을 나눠 지도한 것도 파벌에서 자유로운 지도자가 없고, 한쪽에 맡기면 반대편에서 반발하기 때문이었다.

〈김석기자 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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