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람]나이스게임TV 정진호 대표, "게임으로 하는 건 다 즐거워야죠"

2012. 2. 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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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업계의 '즐거운 비주류' 나이스게임TV 정진호 대표를 만나다

나이스게임TV 정진호 대표.나이스게임TV는 한국 e스포츠 업계에서 주류에 속해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지 스타크래프트를 위주로 발전해 온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 나이스게임TV가 만들어 온 콘텐츠는 워3, 도타, 카오스 등 비교적 비주류에 가까운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중심으로 국내 e스포츠 시장에도 AOS(Aeon Of Strife), 혹은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로 분류되는 장르의 게임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카오스를 기반으로 충실하게 노하우를 쌓아 온 나이스게임TV도 새로이 주목 받고 있는 것.

특히 지난 해 부산에서 열린 WCG 2011 그랜드파이널에 온게임넷과 함께 방송 파트너로서 리그를 진행했던 것은 나이스게임TV로서도 매우 고무적인 성과였다. 내친 김에 나이스게임TV는 라이엇게임즈, 온게임넷과 함께 손잡고 리그 오브 레전드 정규리그의 온라인 예선을 맡았다. WCG부터 시작해 업계에서 또 한 번 나이스게임TV의 역량을 인정 받은 셈이다.

2006년 e스포츠 인터넷 전문 방송인 '나이스게임TV'를 처음 만든 정진호 대표는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시작한 일도 아니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재미'를 모토로 삼아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이스게임TV를 알아 주는 사람들, 즉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많이 확보하게 된 것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게임을 가지고 하는 일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정 대표는 그 스스로도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재미가 있어야 리그도 성공하고 돈도 따라온다"며 환하게 웃는 그를 'e사람' 코너를 통해 만나봤다.

사라져 가는 워3 리그 살리려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 '나이스게임TV'의 시작.

정진호 대표가 나이스게임TV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앞서 얘기했든 워3 때문이었다. 당시 워3가 예상치 못하게 케이블 채널에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하자 정 대표를 포함한 워3 마니아들 일부가 "그럼 우리가 만들어 보자"라는 취지에서 의기투합한 것이 나이스게임TV의 첫 출발이었던 것.

"처음에 만들면서 이걸로 돈을 벌어보겠다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또 그 때는 오히려 인원이 더 많았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어쨌든 워3에 관련된 리그는 다 해본 것 같네요. 맨 처음에는 총상금 30만원 규모로 아마추어 고수들을 모아서 방송을 했죠. 그러다가 프로게이머들이 나오는 대회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그러던 중 아프리카TV에서 제안이 왔고 그 때 만든 게 'AWL'이었는데 한국에서 가장 큰 워3리그라고 할 수 있었어요. 일이 가장 재미 있었을 때도 그 때였던 것 같아요. 그 후에는 '플레이플닷컴'이라고 있었는데 그 때는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서 총 2,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리그를 열기도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스폰서가 안 잡혀서 카오스로 다시 왔지만."

워3 이후 나이스게임TV의 주된 콘텐츠는 바로 카오스였다. "CCB(Chaos Clan Battle) 로만 버텼다"고 얘기할 만큼 카오스로만 오랫동안 버티다 보니 회사 운영이 어려워졌고 빚까지 생겼다. 그래도 작년에는 처음으로 흑자를 봤을 정도로 카오스로는 자리를 잡은 상태다.

"사실은 제가 사업수완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카오스가 생각보다는 잘 됐죠. 지난 번 CCB결승전 때는 동접자가 만명이 몰렸는데 이게 인터넷상으로만 따지면 대단한 수치거든요. 우리가 하는 일을 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어려울 때가 더 많았죠. 그래도 그 시청자들 때문에 포기가 안돼요."

스타크래프트의 위기, 달리 생각하면 e스포츠의 기회

워3를 시작으로 카오스 리그를 꾸준히 만들어 온 정진호 대표."요즘 e스포츠의 위기라는 말이 참 많이 나오는데 '한국e스포츠협회' 하면 거의 '스타크래프트 협회'의 느낌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처럼 사실은 스타크래프트의 위기라고 해야 더 맞겠죠. 개인적으로는 스타 크래프트로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하나를 가지고 방송국이 생기고 협회가 생기고, 이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건 그렇고 어쨌든 e스포츠의 위기라고 해도 저는 그냥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진호 대표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스타에 비교했을 때 위기라는 말도 꺼내기 힘들 정도로 비주류에 있는 콘텐츠를 묵묵히 다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정대표는 요즘 일하는 게 즐겁다. 아무래도 나이스게임TV가 주력으로 다뤄온 AOS장르가 게임업계 안팎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LOL이 한국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나오는 것 같아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콘텐츠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저 역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해요. 카오스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느낀 건 AOS 장르야말로 게임의 '끝판왕'이란 거죠. 제일 재밌어요. RPG, RTS의 요소를 두루 갖췄고 팀플레이까지 가능하니까. 또 곧 있으면 '블리자드 도타'도 나오잖아요. 만약 '제라툴'과 '아서스'가 붙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거 아니에요. 아마 LOL과 박빙을 이루면서 AOS 장르가 실질적인 e스포츠의 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OS 게임에 '보는 재미' 있냐고요? 최고죠!

나이스게임TV는 라이엇게임즈-온게임넷과 함께 LOL리그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정진호 대표는 AOS 장르에 대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다. 곧 시작되는 LOL 정규리그를 앞두고 AOS게임의 e스포츠화에 대한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긍정적이다. 그가 펼치는 AOS 게임 예찬론을 들어봤다.

"AOS의 가장 큰 문제는 진입장벽이 크다는 거였죠. 튜토리얼도 없는 카오스의 경우는 '친구한테 욕을 바가지로 쳐 먹으면서 배우는 것이 제 맛'이라고 까지 했으니까요. 다른 게임과는 달리 내가 못해서 죽으면 상대 팀에게 경험치를 올려 주니까 완전 민폐잖아요. 그래서 욕도 많이 먹고 학습할 게 참 많죠.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사실 스타크래프트도 절대 쉬운 게임이 아니거든요. 종족이 3개나 되고 테크트리부터 유닛 간의 상성까지 배울게 얼마나 많아요. 최소한 RTS가 AOS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가 그랬듯 만약 다소 하기에 어려운 게임이더라도 & #160; '대세'가 되면 그 문제가 다 해결 됩니다."

"한 때 스타를 모르면 대화가 안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요즘 청소년들,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세가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에요. 그런데 LOL은 스타크래프트 때의 조짐이 보입니다. 요즘 중고등학교 남학생들 사이에서 여태까지 서든어택을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면 이제는 LOL로 바뀌고 있는 거죠. 또 시대가 변했어요. CCB라는 대회가 조금씩 알려진 것도 다운로드 서비스가 되면서 애들이 PMP를 가지고 친구들이랑 같이 보기 시작하면서였거든요. 스마트 시대에는 언제든지 손 안에서 볼 수 있는 게 중요하지 시청률에 좌지우지되는 건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랍니다. 세상의 변화로 인해 이미 e스포츠 쪽에도 지각변동이 오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흐름을 못 쫓아가고 있는 거죠. 또 그런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LOL의 대중화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모르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대표가 e스포츠 업계의 기회를 언급하는 이유도 바로 'LOL 대세론'을 믿기 때문이다. & #160;

AOS, 혹은 MOBA 장르의 재미에 대해 자신 있어 하는 정진호 대표."보는 재미? 최적이죠. 1:1이 아니라는 것도 오히려 장점입니다. 똑 같은 총을 들고 싸우는 FPS와는 또 달라요. 각자 영웅들의 역할 분배가 다르고 스킬이 다르잖아요. 단언컨대 '룰'만 알면 RTS보다 무조건 재미있습니다. 왜 우리가 미식축구 보면 재미 없잖아요. 룰을 모르기 때문인데 슈퍼볼의 광고단가가 1초에 10만 달러라고 할 정도로 보는 사람들의 숫자는 엄청나요. 야구도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것처럼 LOL이 딱 그래요. 또 다른 비유를 들자면 마치 비빔밥과도 같죠. 모든 재료가 조금씩 다 들어가 있고 그 안에서 즐길 거리가 너무 많거든요. 여러 장르의 재미들이 섞여 있고, 경기를 하지 않을 때 심지어 캐릭터를 꾸미는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무시하 수 없으니까요."

마치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내던 정 대표는 마치 AOS게임을 아직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듯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이 잘 되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에 비해LOL은 영웅 하나만 컨트롤 하니까 오히려 이쪽 고수들의 플레이에서 극한의 컨트롤이 나와요. 0.1초 안에 심리전과 테크닉이 다 들어가는 거죠. 마치 임요환이 마린으로 스팀팩을 써서 러커를 잡는 장면이 큰 임팩트를 줬던 것처럼 그런 장면들이 나온다니까요. 그런데 그런 고수들이 다섯명이 나와서 서로 싸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소름 돋는 거죠. 카오스는 모션 페이크로 심리전을 걸기도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런 장면이 눈에 보이는 순간, 즉 보는 맛을 알게 된 그 시점부터는 벗어나지를 못해요."

게임을 가지고 하는 모든 것은 즐거워야 한다

언제나 '즐거움'이 모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역시 유저들이다."어떻게 포장을 하든 이게 게임인 이상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바로 '재미'죠. 재미가 없으면 억지로 끌고 가도 안되고 정말 재미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물론 아직 확장팩이 2개나 남았고 아직 완성작이 아니니까 스타2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저는 솔직히 스타2가 한국에서 왜 성공하지 못했느냐고 물으면 '재미가 없어서'라고 봐요. 마케팅을 잘했든 못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게이머들은 솔직하잖아요. 던전앤파이터를 왜 그렇게 많이 하겠어요. 재미가 있으니까 해요. 그런 와중에 저작권 문제로 스타2가 묶여 있는 것도 아쉽죠. 규제를 할 거면 위에만 해야 하는데 밑에까지 건드리니까 피시방 대회 등 소규모 대회들이 활성화되는 그림이 그려질 수가 없어요. LOL은 그런 부분에서도 다를 거라고 기대합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묻자 정대표는 거창하게 어떤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그저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리그를 만들었는데 재미가 없으면 일이 되겠느냐는 것.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을 가지고 만드는 모든 것들은 즐거워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유저들과 시청자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실 책상 서랍 안에 제가 보물 1호로 갖고 있는 게 있어요. 뭔지 아세요? 천원짜리 뭉치에요. 오래 전에 한 학생이 회사로 찾아왔었어요. 재수생이었는데 나이스게임TV를 보면서 덕분에 많이 즐거웠다고 자기가 조금씩 모은 돈을 후원금으로 주고 싶다는 거에요. 그게 바로 제 보물 1호에요. 물론 액수는 적죠. 한 8만원인가 되는데 그걸 볼 때마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죠.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그대신 유저들을 얻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이스게임TV가 요즘 조금씩 바빠지는 것 자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엄청 많아요. 어떤 분들은 우리 회사나 혹은 저를 게임 속 캐릭터처럼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저 역시 그런 분들을 보면서 힘을 얻죠. 앞으로도 나이스게임TV는 시청자들을 최우선으로 모시면서, 또 즐기면서 커 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 내내 "즐겁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들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정대표의 얘기가 왠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 수 있느냐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e스포츠업계를 보다 '살아있게' 만드는 좋은 힌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강영훈 기자 kangzuck@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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