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인사이드] 피겨 국가대표 김현정, "4대륙 대회 출전, 흥분돼요"

2009. 1. 23.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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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태릉, 조영준 기자]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 중, 가장 꾸준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선수가 있습니다. 근성과 열정으로 뭉친 김현정(17, 군포 수리고)은 이달 10일에 막을 내린 피겨종합선수권 대회의 진정한 '히로인'이었습니다.

10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벌어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김현정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김현정은 이날 프리스케이팅 과제 중, 7개의 점프를 모두 무난하게 성공시켰습니다. 또한, 3개의 스핀에서 모두 레벨 4를 기록했습니다. 비록, 직선 스텝에서 레벨 1을 받았지만 점프와 스핀, 그리고 스파이럴의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한 김현정은 여자 싱글 종합 2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김현정은 종합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컨디션과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태였습니다. 대회를 포기할까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강한 근성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 김현정은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김현정은 꿈에 그리던 2008~2009 ISU(국제빙상연맹) 4대륙 대회의 출전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대회에 시니어 선수로 출전하게 된 김현정은 매일 부상을 치료하면서 훈련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김현정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도착한 후였습니다. 왼쪽 발목 부상으로 인해 매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훈련에 임한다는 김현정은 부상과 최악의 컨디션을 극복하고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여고생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어리고 귀엽게 보이는 김현정은 외모와는 달리 매우 성숙하고 영민한 소녀였습니다. 김현정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면이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 우선 지난 종합선수권에서 김나영(19, 연수여고) 선수에 이어 여자 싱글 2위에 오른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시즌에 들어서서 가장 좋은 연기를 펼친 것 같은데 대회를 앞두고 연습은 잘 됐었나요?

김현정(이하 '김'으로 표기) : 대회를 앞두고 연습이 잘 되진 않았어요. 점프의 성공률도 저조했었거든요. 종합선수권을 앞두고 벌어진 경기도 예선전에서는 7개의 점프 중, 4개에서 실수를 했어요. 그리고 12월 달에 홍콩에서 벌어진 아시아트로피에서도 경기 내용이 안 좋았었거든요. 이번 시즌은 내내 불만족스런 경기가 많아서 솔직히 이번 종합선수권에서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오리라곤 예상을 하지 못했어요.

Q : 그런데 경기 당일 날 정말 잘했잖아요. 그 때 느낌은 어땠어요?

김 : 저 개인적으로도 무척 놀랐어요.(웃음)

Q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경기 당일 날 경기가 잘 풀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 : 종합선수권대회는 국가대표를 뽑는 중요한 대회이고 국내 대회 중, 가장 큰 대회이잖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경기가 있기 전, 신경성 위염도 걸렸었어요. 신경을 많이 쓰면 위염이 걸리는데 이번에도 심했거든요. 그러나 중요한 대회이니만큼 어떻게 해서든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봐요.

Q : 오늘도 방금 병원에 다녀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부상의 정도와 몸 상태는 어떤가요?

김 : 오른쪽 발목이 아파서 매일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다른 곳은 많이 좋아졌는데 발목이 부상 중이에요.

Q : 최근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매우 피곤하죠? 현재 본인의 체력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몇 프로정도라고 생각하나요?

김 : 11월에 국내 랭킹 전이 끝나고 나서 홍콩에서 벌어진 아시안트로피에 참가하고 곧바로 AOI(Angels on Ice)에 참가했어요. 그리고 화성 아이스링크 오픈 기념 공연과 12월 31일 하얏트호텔 공연을 마치고 곧바로 종합선수권을 준비했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피곤한 건 사실이에요.(웃음) 그리고 4대륙 대회가 끝나고 나면 곧바로 동계체전에 참가해야 해요. 현재 제 체력을 놓고 보면 80% 정도 올라왔다고 봐요.

Q : 현정 선수가 이번 종합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핀에서 모두 레벨 4와 가산점을 받아서라고 생각하는데요. 현정 선수도 스핀에 일가견이 있지만 많은 국내 선수들도 스핀을 잘하잖아요. 국가대표인 현정 선수가 생각하기에 왜 국내 선수들이 스핀에 강세를 보인다고 생각하나요?

김 : 제가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그곳 선수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스트로킹(빙판 위를 지치는(미끄러져 나가는 것) 기술)을 하거나 점프 연습, 그리고 음악에 맞춰서 연기를 하는 안무 등을 하는데 스핀은 시간을 많이 내서 연습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두고 스핀 연습을 꾸준히 하거든요. 스핀 연습에 시간을 할당하고 많이 하니까 자연스럽게 잘하는 것 같아요.

Q : 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이 끝나고 현정 선수는 환하게 웃었지만 어머니가 우시는 모습을 봤거든요. 그 때, 프레스 기자석 옆에서 어머니가 지켜보고 계셨는데 현정 선수의 연기를 보고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셔서 저도 마음이 짠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가 느껴졌는데요.

김 : 솔직히 종합선수권을 앞두고 엄청 힘들었었어요. 엄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요. 몸이 아파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컨디션이 최악이었어요. 거의 밑바닥까지 내려갔으니까요. 저희 아빠는 제가 운동하는 부분에 많이 개입하시지 않으시거든요. 그런데 아빠도 직접 링크에 나오시면서 많이 걱정하실 정도였어요.

Q : 그 정도였다면 혹시 종합선수권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었나요?

김 : 종합선수권을 포기하면 점수가 아예 '0'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참가해서 조금이라도 점수를 따고 싶었어요.

Q : 이번 종합선수권에서 현정 선수가 입은 코스튬이 많은 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요. 현정 선수의 코스튬을 어머님이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주시는 것은 많이 알려졌는데요. 본인도 직접 코스튬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나요? 아니면 전적으로 어머님에게 맡기는 편인가요?

김 : 제가 보거나 입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지적을 하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수정해 주세요. 제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입어보고 난 뒤, 제 의견을 전달하고 있어요.

Q : 한복 컨셉이 들어간 이번 코스튬은 현정 선수와 무척 잘 어울렸는데 다른 선수들도 한복 컨셉을 잡은 코스튬을 종종 입고 나오더군요. 이런 모습도 한국 피겨의 유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김 : 올 시즌에는 한복 코스튬을 입은 선수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나영 언니의 한복 코스튬이 유명했고 꿈나무에 있는 최휘 선수도 한복 코스튬을 입었어요. 그 외, 다른 어린 선수들도 한복 코스튬을 입은 모습을 봤었어요.

Q :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직접 안무를 짠다고 들었는데요. 주로 어떤 프로그램의 안무를 직접 짜고 있나요?

김 : 갈라 같은 경우는 제가 팬들에게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모두 직접 안무를 짜고 있어요. 예전에 했었던 원더걸스의 'Tell me'와 최근 AOI에서 선보인 갈라도 제가 완성한 거예요. 제 남동생인 환진이의 안무도 제가 담당하고 있어요. 환진이도 피겨를 하고 있는데 아직 취미로 하고 있는 정도죠.

Q : 점프에 대한 질문도 해볼게요. 예전에 '룹' 점프를 연습했지만 골반 부상 때문에 완성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요. 룹 점프에 대한 구사 여부와 '플립'과 '러츠'의 완성여부도 듣고 싶군요.

김 : 예전에 룹 점프는 많이 연습을 했었어요. 하지만 골반이 너무 아파서 현재는 중단한 상태죠. 플립과 러츠도 꾸준하게 연습해 왔었어요. '트리플 플립'은 성공률이 좋을 때도 있지만 '트리플 러츠'는 아직 미완성이거든요. 비슷하게 뛰기는 하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앞으로 더욱 다듬을 생각입니다.

Q : '트리플 플립'을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에 넣을 생각인가요?

김 : 다음 주니어 시즌의 과제가 '트리플 플립'이거든요. 그래서 다음 주니어 그랑프리 시즌에서는 넣지 않을까하고 예상 중이에요. 연습을 해서 잘 되면 플립을 프로그램에 넣고 싶어요.

Q : 현정 선수의 프리스케이팅을 사랑하는 피겨 팬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프리스케이팅 곡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영화 장화, 홍련 OST)의 서정적인 선율이 팬들의 마음을 자극한 것 같은데 음악을 고르는 것도 직접 참여하는 편인가요?

김 :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친언니가 골라줬거든요. 언니가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제 프로그램의 곡들을 잘 골라줘요. 지난달에 있었던 AOI에서 선보인 갈라 곡인 '피넛츠 송'도 언니가 골라 준 거에요.

Q : 현정 선수에게 아쉬운 점은 'PCS(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가 약하다는 부분인데 이 점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김 : 제 스스로도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안무 수업을 받고 있어요. 표현력도 그렇지만 스케이팅 기술도 많이 약해서 이 점도 보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 피겨 팬들은 현정 선수가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다고 하던데요. 그런 반면에 승부근성은 무척 강하다고 들었어요. 본인 스스로도 경쟁심이 강하다고 생각하나요?

김 : 네. 연습을 하다가 잘 안되면 짜증이 나잖아요. 이것을 없애려면 기술을 성공시켜야 하니까 될 때까지 계속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어요. 지금 이마에 있는 흉터도 제가 다섯 살 때 생긴 거예요. 언니하고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지지 않으려고 무척 빨리 달렸었거든요. 그러다가 모서리에 부딪혀서 생긴 흉터에요.(웃음)

Q : 좀 가벼운 질문을 던져보죠. 매일 피겨만 하면 지겨울 때도 생길 텐데 일주일동안 여유가 생긴다면 무엇을 하면서 보내고 싶어요?

김 :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어요. 특히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싶거든요.(웃음) 평소에 못 먹는 것들이 있는 만큼, 그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요.(웃음)

Q : 지금까지 많은 대회를 치러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요?

김 : 가장 최근에 벌어진 종합선수권대회요. 힘든 상황 속에서 좋은 결실이 이루어진 만큼 이 대회가 각별하게 여겨져요. 그리고 국제대회에서도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Q : 다음달 2일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벌어질 4대륙대회의 목표가 궁금하군요.

김 : 우선은 4대륙대회에 참가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수 없이 했으면 좋겠어요. 노미스로 실수하지 않는 부분에 전념하고 싶어요. 또한, 제 베스트스코어는 130점인데 이번 대회에서 제 최고 기록을 깨는 데에도 목표를 잡고 있어요.

Q : 최근 피겨 팬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지난 종합선수권에서도 많은 팬들이 찾아와서 현정 선수를 성원해 주었고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상대로 오를 때도 남다른 기분이었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피겨 팬들을 보면 선수 생활을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김 :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나이로 따지면… 한 스물 네 살에서 다섯 살 까지요?(웃음)

Q : 하하하, 현정 선수의 팬들이 좋아할 소식인데요? 그럼 혹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도 생각하고 있나요?

김 : 소치요? 그 땐 내가 좀 늙어있을 것 같은데…(웃음)

Q : 혹시 선수 생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봤나요?

김 : 우선 영어공부를 많이 해가지고 ISU(국제빙상연맹)의 국제 심판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요.

Q : 현정 선수, 악수 한번 하죠.(모두 웃음) 지금까지 국제심판을 하고 싶다는 선수는 처음 만났는데 정말 소중한 꿈을 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겨를 이론적으로도 많이 공부할 것 같아요. 피겨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죠?

김 : 연습을 끝내고 난 뒤, 그 날 일지를 기록에 남기거든요. 어떤 게 잘 되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일지로 기록해요. 그리고 인터넷 동영상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공부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고 있어요.

Q : 김연아 선수 경기와 동영상도 많이 보겠네요?

김 : 네, 모 사이트의 피겨갤러리에 올라와 있는 언아 언니 슬로우 모션 플레시와 이미지 등도 많이 보고 있어요. 그런 자료도 배울게 많거든요.

Q : 피겨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는 자주 접속하는 편이에요?

김 : 피겨갤러리는 매일 가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다른 사이트에서도 피겨와 관련된 볼만한 자료를 검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 진솔한 얘기 해주셔서 고마워요. 다시 한 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한 것 축하드리고 처음으로 출전하는 4대륙대회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고 돌아오길 기원하겠습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였지만 김현정의 답변은 일복요연하고 매우 간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방향성이 분명히 잡혀있는 스케이터였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모든 것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김현정의 꿈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4대륙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고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치는 것이 김현정의 목표입니다. 또한,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익히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정에게 무엇보다 놀란 것은 피겨스케이팅을 평생 직업으로 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더욱 공부에 매진해 국제심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김현정은 진정으로 피겨를 사랑하는 '스케이터'였습니다. 그 꿈의 본격적인 첫 걸음인 4대륙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설날연휴 중에도 김현정은 빙판 위에서 땀을 흘릴 예정입니다.

[사진 = 김현정 (C) 김혜미 기자, 전현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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