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일축구> 이동국.조재진 "황태자 형제 떴다"

2004. 12.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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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미소를 ‘날리며’ 하늘을 향해 훌쩍 뛰어올라 주먹을 날리는 이동국(25・광주)의 골 세리머니가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았다. 그동안 골을 넣어도 “쟤는 안돼. 쟤는 아시아존을 넘지못해” 하는 무수한 비아냥에 멋들어진 세리머니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을 그였다. 그런 그가 19일 전차군단 독일, 그것도 올리버 칸을 꼼짝 못하게 하는 멋진 골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을 때 들었던 ‘5분선수’라는 소리를 말끔히 털어버린 골이기도 했고, 그토록 듣고 싶었던 ‘역시 이동국이야’ 하는 말을 다시 터져나오게 만든 골이기도 했다. 그는 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환한 목소리로 “독일전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를 보여줬다”면서 “앞으로 팬들에게 ‘역시 이동국’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이동국” 말 계속 듣고싶어--독일전에서 감각적인 터닝슛을 넣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당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독일 같은 강팀을 상대로 어려운 상황과 위치에서 넣은 골이었기에 기분이 더욱 좋았다.” -올리버 칸이 이동국 선수의 슛이 너무 멋있었다고 했는데. “다시 차라고 하면 몇십번 해도 넣을까 말까한 골이었다. 칸은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했는데 내게 운이 따랐던 것 같다. 골키퍼가 아무리 잘 해도 정확한 골은 막기 어려운 모양이다.” -독일전에 앞서 감독의 주문사항이 있었나. “감독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몸 담았던 브레멘 관계자들도 TV로 이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독일의 공격수 클로제가 브레멘 소속인데 네가 클로제보다 낫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라’라고 말이다. 교체아웃되면서 ‘클로제와 맞붙어 네가 이겼다’는 감독님의 말을 들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독일전 골로 ‘아시아용’이라는 오명도 떨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내가 골을 넣었다는 것보다 우선 대표팀이 유럽팀과 맞서 좋은 경기를 한 게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전 골로 브레멘 관계자들에게 이동국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기쁘다.” -평소와는 달리 세리머니가 강렬했는데. “경기장에서 뛸 때는 몰랐는데 숙소에서 TV로 세리머니 장면을 다시 보니 ‘내가 저렇게 좋아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팀하고 맞붙는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커졌던 것 같다.” -본프레레호에서 최다골을 넣은 비결은. “감독님이 믿고 밀어주는 덕분이다. 누구에게 인정받는다는 게 이렇게 기쁜지 몰랐다. 감독님이 믿고 계시니까 마음 놓고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동료들의 적극적인 협력 플레이도 큰 도움이 됐다.” -감독님 믿어주니 좋은 플레이 절로--2002 월드컵 최종멤버 탈락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내가 앞으로 10년은 더 선수생활을 할 것인데, 지난 2002년 1년은 나에게 쓰디쓴 보약이 됐다. 아마 당시 그런 아픔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강한 의지를 갖고 축구에 매달리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과 지금 자신의 모습을 비교한다면. “프로에 입문하고 군대를 갔다오는 등 이제 축구인생의 반환점을 막 돌았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밑바닥까지 떨어져봤는데 힘든 것을 다 이겨낸 이상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플레이면에서는 크게 달아진 게 없다. 다만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여유가 생겼을 뿐이다.” -공격수로서 움직임이 적다, 드리블을 못한다는 등 비판도 있는데.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전 골 못지 않게 내가 기뻤던 것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기량을 모두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할 때 왜 눈을 마주치지 않고 허공만 바라보는가. “상대의 눈을 계속 뚫어지게 보는 게 어색한 것 같아 그럴 뿐이다. 상대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릴 때가 있다.”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은. “나도 사람이라 ‘역시 이동국’이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 듣기 싫은 말은 없다. 이제는 팬들의 비난도 나의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나를 겨냥한 게 아니라 한국축구를 걱정하는 목소리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해외진출 독일월드컵 이후 생각--본프레레호 전경기(10경기)에 출전, 최다골(8골)을 기록중인데 내년도 목표가 있다면. “내년부터는 포항 소속으로 뛰는데 부상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많은 골을 넣고 싶다. 대표팀에서는 일단 2006독일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많은 골을 넣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욕심을 좀 부린다면 게임당 1골, 총 6골 정도는 넣고 싶다.” -해외리그로 다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나의 가장 큰 목표는 2006 월드컵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다. 해외 진출은 그 이후에 생각하겠다.”〈김세훈기자 shkim@ky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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