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UFC 익스프레스] 현역 레슬러가 바라본 UFC 챔피언 존 존스

조회수 2012. 4. 28. 11:4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고작 스물넷의 나이에 벌써부터 종합격투계의 '마이클 조던' 혹은 '무하마드 알리'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사나이, 그동안 전 세계 라이트헤비급을 호령해온 전설들을 차례로 정리하며 '체급 불문 최고의 종합격투가'란 타이틀을 향해 달리고 있는 사나이, 바로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다. 최근 존스는 팀 선배이기도 했던 라샤드 에반스마저 일방적으로 무너뜨리며 자신이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는데, 필자가 경기 해설 중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존스가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다진 레슬링 실력이다. 그렇다면 전문 레슬러들은 존스의 레슬링 및 격투기 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존 존스에 대한 현역 레슬러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필자: 반갑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를 해 주시죠.

심건오: 평택시청 레슬링 팀 소속의 심건오입니다. 대전체중-대전체고-경성대를 졸업했고, 2011년 그레코로만 120kg 전국체전 대학부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직업은 레슬러지만 종합격투기는 다른 많은 레슬러들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좋아해 방송도 매일 챙겨봅니다. 경성대 재학 시절에는 부산 팀매드에서 이상수, 김동현 선수 등과 함께 몇 차례 훈련한 적도 있고, 평소에는 친한 아마복서 친구들과 복싱 훈련도 즐겨 합니다. (이하는 반말체로 진행하겠습니다.)

필자: 존 존스가 또다시 승리했다.

심건오: 너무나 강한 챔피언이라 생각한다. 천혜의 신체적 조건 뿐 만 아니라 머리도 좋은 선수다. 대단하다.

필자: 존스는 당신과 같은 그레코로만 레슬러 출신이다. 그레코 레슬러의 눈으로 봤을 때 존스는 어느 정도 레벨인가?

(상체만을 이용해 상대를 넘어뜨려야 하는 그레코로만 레슬링)

심건오: 음, 순수 레슬링이라 한다면 우리나라 대학부에서 가장 잘하는 레벨 정도? 일반부하고 붙어도 꽤 잘할 수 있는, 다만 일반부 1위는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필자: 레슬러의 눈으로 본 존스의 장점은 어떤 게 있나?

심건오: 가장 큰 장점은 긴 팔과 유연함이다. 레슬링에서 팔이 길다는 건 굉장한 이점이다. 복싱에서 리치 긴 사람이 유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와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팔이 짧으면 아예 상대 겨드랑이를 파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팔이 긴 존스는 그 반대로 엄청난 이점을 본다. 복싱에서 이런 신체적인 이점이 차지하는 비율이 예를 들어 60%라 하면, 레슬링에서는 70%는 된다. 그만큼 존스가 유리한 것이다. 존스의 경기를 보면 상대 팔을 잡고 놔주지 않고 괴롭히거나, 상대 손목을 잡고 마음대로 컨트롤하는 걸 볼 수 있는데, 다 팔이 워낙 길기에 쉽게 구사가 가능한 것이다.

(무시무시한 존스의 리치)

또 하나 칭찬하고픈 부분은 어깨싸움이다. 이번 에반스 전에서도 상대 겨드랑이를 파고 어깨로 퍽퍽 치는 장면이 나왔는데,(점프하다시피하며 친 장면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게 결국은 어깨 싸움이 좋다는 걸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존스의 중심이 굉장히 좋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원래 존스처럼 키가 큰 선수들, 체중이 무거운 중량급 선수들은 중심이 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존스는 그렇게 크면서도 중심이 그다지 높지 않고 꽤 좋다. 물론 정통파 스타일은 아니고 변칙파이긴 한데, 어쨌든 중심이 좋으니 그런 파이팅이 가능한 것이다. 라샤드 에반스가 전략은 잘 짜오긴 했지만, 막상 붙으니 클린치에서 겨드랑이조차 제대로 파지 못했지 않나. 원래 자유형 선수들이 공격 패턴이 많기 때문에 종합격투기처럼 다 잡아 넘어뜨릴 수 있는 규칙으로 붙으면 그레코 선수들을 넘기는 경우가 꽤 많은데, 에반스 등 다른 선수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걸 보면 존스는 참 대단하다.

필자: 그렇다면 단점은 어떤 게 있을까?

심건오: 음, 존스가 센스가 있긴 하나 순수 레슬링의 기술적인 면은 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에반스의 양쪽 겨드랑이를 파는 장면을 보면, 원래는 존스가 상대 겨드랑이를 파고 그렇게 어정쩡하게 서 있으면 안 된다. 물론 종합격투기니까 중심이 다르긴 하지만, 만일 상대가 그레코 베이스가 있는 사람이면 그 순간 안아띄우기로 던져버릴 수 있다. 그레코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키 큰 사람이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인데, 존스는 클린치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또, 자세가 약간 구부정한 것도 눈에 띈다. 등이 약간 구부러진 듯한........이런 식으로 서면 목을 많이 잡혀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길로틴 초크와 비슷한 자세로 잡힌다고 상상하면 되겠다. 그러면 잡힌 사람은 체력이 엄청나게 빠진다.

필자: 하지만 종합격투기에서 존스의 목을 잡아끌고 다닌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심건오: 알고 있다. 키가 워낙 크니까 상대가 그 기술을 쓰기도 쉽지 않은데다, 이건 레슬링이 아니라 종합격투기 아닌가. 목잡아 끌어내리려 할 때 때리면 되니까.(웃음)

그래서 존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존스만큼의 신체조건과 엘리트 레슬러 출신이란 배경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료토 마치다도 중심도 꽤 괜찮고 유난히 빠른 스피드도 갖고 있지만, 결국엔 왔다갔다 빠지다가 앞목 조르기로 잡혀버리지 않았나. 마치다도 그 정도인데, 아마 라이트헤비급에서 그 이상 존스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필자: 존스의 다음 상대는 댄 핸더슨이다. 핸더슨 또한 그레코 베이스 출신의 파이터인데, 이 대결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심건오: 일단 둘이 만일 순수 그레코 레슬링으로 붙으면 100% 핸더슨이 이긴다. 이건 나 뿐 만 아니라 내 주위 많은 동료 레슬러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존스는 주 챔피언에 미국 전국 대회 우승 정도지만, 핸더슨은 올림픽에 나갔던 사람이다. 이 차이는 굉장히 크다.

(레슬러 시절의 핸더슨)

하지만 종합격투기로 싸워야 한다는 게 핸더슨 옹 입장에서 큰일이다.(웃음) 마이크 타이슨이나 멜빈 맨호프 급의 비상식적인 탄력, 스피드 등을 갖고 있다면 몰라도, 핸더슨이 존스에게 그 대포동 훅을 터뜨리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여담이지만, 미국 레슬러들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인가?

심건오: 사실 미국은 레슬링 최강국과는 거리가 멀다. 솔직히 레슬링 쪽에서는 그렇게 잘하는 축에 들지 못한다. 자유형과 그레코 통틀어 가장 잘하는 나라는 단연 러시아다. 러시아 3군이 우리나라 1군을 갖고 놀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그 뒤를 이어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불가리아 등 구소련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강하다. 터키와 이란도 유명하고, 일본도 자유형은 잘한다. 미국의 강점은 오히려 넓은 인프라라 할 수 있겠다.

필자: 다시 존스 얘기로 돌아가자면, 헤비급에서는 어떨까? 존스를 이길 만한 사람이 헤비급에서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심건오: 현 헤비급 챔피언 주니어 도스 산토스와 붙으면 존스가 질 것 같다. 내 생각에 존스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외계인마냥 팔다리를 쭉쭉 늘리며 자기가 싸우고 싶은 거리에서 마음대로 싸우지 않나. 하지만 산토스는 기본적으로 때릴 수 있는 기회를 굉장히 잘 만든다. 특유의 살기를 내뿜으며 계속 압박하면 좋을 듯하다. 다만 그러다 존스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하지 않는다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레슬러들 중에서는 케인 벨라스케즈가 존스를 잘 넘어뜨릴 수 있을 것 같다. 키도 웬만큼 크고, 맷집과 중량감도 있는데다, 레슬링 베이스도 탄탄하다. 차엘 소넨 마냥 무작정 깊이 파고들어 펜스로 몬 다음 맷 휴즈 식으로 뽑아 넘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

(레슬러 시절의 벨라스케즈)

필자: 케인 벨라스케즈의 레슬링 실력은 어떤가?

심건오: 정말 깔끔하고 좋다. 사실 난 레슬링으로도 브록 레스너보다 벨라스케즈를 더 높이 친다. 레스너는 힘을 많이 쓰는 타입이다. 체력이 없어 지치는 게 아니라, 자기 힘을 너무 많이 써서 결국에는 지치는 타입이라고 할까. 그레코나 자유형이나 결국 기본은 가슴을 상대 몸에 밀착하고 당기는 것인데, 레스너는 들이받아 버린다. 이건 기술적으로 봤을 때 별로 안 좋다. 과거 레슬러 시절 시합을 봐도 파워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걸 볼 수 있다. 반면 벨라스케즈는 굉장히 깔끔한 태클에 다양한 공격 루트도 갖고 있다.

필자: 그렇다면 종합격투가들 중 가장 레슬링이 좋은 사람은 누굴 꼽을 수 있나?

심건오: 당연히 조르쥬 생 피에르다. 만일 같은 체급에 같은 조건이라 하면 존 존스는 레슬링에서 생 피에르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생 피에르는 우리나라 엘리트 자유형 선수들도 다들 인정한다. 그의 태클은 그야말로 FM, 정석태클이다. 사실 레슬러들끼리는 그런 정석태클로 들어가 상대 다리를 건드리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생 피에르는 그 기술을 써서 상대 선수들을 넘어뜨리지 않나. 이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생 피에르가 티아고 알베스를 넘어뜨리는 장면)

필자: 마지막으로 존 존스에 대해 총평을 해 달라.

심건오: 기본적으로 존스는 귀공자 스타일이다. 무슨 얘기냐면, 경기를 굉장히 안정적으로 풀려고 한다.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게 가능한 건 천혜의 신체적 조건 뿐 만 아니라 명석한 두뇌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본인보다 더 똑똑한 그렉 잭슨이란 코너맨도 갖고 있지 않나.

존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 긴 리치를 자기 마음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K-1의 세미 슐트와 비슷한 점이 있지만, 종합격투기에서는 바다 하리나 피터 아츠가 들고 나왔던 '슐트 파해법'을 그대로 존스에게 쓸 수 없다. 그렇게 러쉬를 걸면 존스는 '땡큐' 하며 태클로 받아먹을 것이다. 태클 성공률이 99%는 될 것이다.(웃음)

내 생각에 종합격투기는 머리 좋은 사람이 하기 딱 좋은 운동이다. 종합격투기 챔피언들을 보면 모두 천재에 가깝다. 존 존스보다 머리도 더 좋고, 실력도 괜찮은 사람이 과연 등장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