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작동한 90분, 이것이 이탈리아 축구

김정용 2012. 6. 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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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도네츠크/우크라이나)

이탈리아식 축구가 승리했다. 29일(한국 시각)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12 준결승전서 이탈리아는 독일에 2-1로 이겼다. 이탈리아의 승리일 뿐 아니라, 이탈리아식 축구가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경기 전에는 독일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탈리아는 8강전 이후 4일 만에 이 경기를 치렀지만 독일은 6일 만에 경기했기 때문에 체력적 우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스와 치른 8강전을 90분 내내 압도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예상은 그저 예상이었다. 뚜껑이 열리자 압도한 쪽은 이탈리아였다. 팀의 모든 요소가 성공적으로 작동한 덕분이 컸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축구가 현대 축구의 흐름과 별개로 나름의 길을 걸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선수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것이 현대 축구의 주문이지만, 이탈리아는 각 선수의 개성을 훨씬 중시한다. 그만큼 선수 구실을 묘사하는 표현도 발달되어 있다. 같은 미드필더라도 공을 따내는 선수, 패스를 뿌리는 선수, 측면을 오가는 선수 등 다양한 임무가 존재한다. 포지션 용어만 수십 개다.

독일전에서 이탈리아가 승리한 것도 각 위치의 선수들이 자신의 기능을 100% 발휘해 줬기 때문이었다. 창의성을 담당하는 판타지스타 카사노가 수비의 허를 찌르는 돌파로 보아텡과 훔멜스를 제치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득점을 담당하는 발로텔리가 크로스를 받아 헤딩골을 넣었다. 기회를 만드는 선수와 골을 넣는 선수로 구분되는 이탈리아식 투톱 구성이 힘을 발휘했다. 원톱이 대세인 세상에서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이 왜 투톱을 고수하는지 잘 보여줬다.

추가골도 마찬가지였다. 트레콰르티스타(공격형 미드필더. 4열 포메이션에서 2선에 서는 경우가 많다) 몬톨리보가 자신의 임무대로 절묘한 패스를 날려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들었고, 발로텔리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독일 골망을 흔들었다. 제 임무를 마친 카사노, 몬톨리보, 발로텔리는 차례로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떠났다.

기능에 맞춰 움직인 선수는 이들만이 아니었다. 후방의 플레이메이커 피를로는 독일의 철저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발재간으로 압박에서 탈출, 팀을 지휘했다. 피를로의 좌우에 선 데 로시와 마르키시오는 힘 싸움과 공격 가담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수비수들은 이탈리아 특유의 집중력으로 독일 공격을 막았고, 이들이 뚫릴 경우에는 부폰이 선방쇼를 펼쳤다. 자기 위치에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다.

교체 선수들도 분명한 의도와 임무를 지니고 있었다. 활발한 몸놀림의 디아만티는 독일 수비진 좌우를 흔들었고, 오프사이드 침투가 특기인 디 나탈레는 경기 막판 공격 일변도로 나온 독일 수비를 여러 차례 공략하며 이탈리아가 일방적 수세에 몰리지 않도록 했다. 모든 선수의 임무가 분명했다. 심지어 이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하는 프란델리 감독의 임무 역시 분명했다.

성공적 경기력으로 결승행 티켓을 얻은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맞붙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스페인은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비슷한 선수를 전방에 다수 투입, 그들 특유의 패스 축구를 구현하는 팀이다. 여간해서 유사한 선수를 중복 투입하지 않는 이탈리아와 축구 철학이 극과 극이다. 유로 2012 결승전은 현대 축구를 선도하고 있는 스페인과 나름의 방식을 발전시켜 온 이탈리아의 철학이 충돌하는 결승 이상의 경기가 됐다.

글=김정용 기자(redmir@soccerbest11.co.kr)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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