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55)의 '위대하고 유쾌한 도전'이 마침내 가슴 벅찬 결실을 맺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원정 16강.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 56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더욱 믿기지 않는 건 그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인 최초 다른나라 대표팀-해외 명문클럽 사령탑 도전 할 수도쌍방향 리더십으로 의사소통 길 열어…최고의 도우미는 박지성
◇허정무 감독은 이제 한국 최고의 명장이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 50년 만에 토종 감독으로서 최초의 원정 16강을 이끌었다.
▶한국 축구 최고의 명장으로 기록되다
대한민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한국인 감독이 해낸 위업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백척간두의 위기를 넘기고 이뤄낸 쾌거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그리스를 2대0으로 완파하면서 오토 레하겔 감독과의 벤치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1대4로 대패해 마라도나 감독에게 또 한번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그는 기어이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국민들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을 선물했다. 이제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향후 다른 나라의 국가대표팀 감독이나 해외 명문클럽의 감독으로 활약하는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또 다른 신화에도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감독상을 받을 때도 그가 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뤄낼 거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모두 세계랭킹에서 한국보다 앞선 강팀들이었기 때문. 그러나 허 감독은 선수들의 역량과 팀의 조직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기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배고프다. 출정 당시 주변의 측근들에게 말했듯 그는 이제 8강의 목표를 향해 다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리더십의 실체는?
그리스전 승리 후 칭찬이 쏟아지더니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후에는 다시 비난이 비등했다. 그리고 지옥에서 천국으로. 나이지리아전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고 나자 사람들은 다시 허 감독이 갖춘 명장의 요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상대 팀의 전술과 전략을 읽어내는 지략, 자유방임과 카리스마의 조화. 코칭 스태프 및 선수들과의 쌍방향 의사소통 능력과 상호간 무한 신뢰. 8년 전 4강 신화를 이끌어낸 히딩크 리더십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선배들이 일관했던 '기관차형 리더십'에서 탈피,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쌍방향 리더십을 지향했다는 것. 완벽한 의사소통 루트를 만들어 벤치와 선수 모두가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도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조직력의 팀으로 만들어냈기에 오늘의 영광이 가능했다. 사실 시드니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허 감독 역시 '외강내강'의 권위적 지도자였다. 그러나 실패를 경험하면서 코칭 철학이 바뀌었다. 강팀을 상대해 이기려면 감독이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알아서 자율성과 창의성,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봤다. ▶특급도우미는 박지성
그렇다면 허 감독은 어떻게 쌍방향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선수들에게 믿음을 심어준 게 가장 큰 비결. 다양한 루트로 선수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고 선수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합리적으로 팀을 운영했다. 이는 이동국의 최종 엔트리 포함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적으로 말해달라는 주문을 다양한 루트로 전달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확인한 후 비록 평가전에서 다쳤지만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최종 엔트리에 발탁했다. 혹자들은 "선수 복이 많은 게 아니냐"며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K리그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듯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고 그 팀이 승리하는 건 아니다. 다만 허정무호의 조직력을 강철처럼 연마해준 특급 도우미는 있었으니 바로 주장 박지성이다. 허 감독 덕분에 올림픽 대표 선수로 발탁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기에 박지성은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등의 고참 선수들과 이승렬 기성용 등 막내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허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 정경희 기자 gumnuri@sportschosun.com>
◇허정무 감독 프로필
▶1955년 1월 13일 ▶A매치 출전=84회 ▶득점(GK실점)=25골 ▶월드컵 출전 경험(지도자 시절 포함)=3회(1986년, 1990년, 1994년) ▶지도자 경험=대표팀 트레이너(1989년~1990년), 포항 코치(1991년~1992년), 현대 코치(1993년), 포항 감독(1993년~1995년), 대표팀 코치(1993년~1994년), 전남 감독(1995년~1998년), 올림픽팀, 대표팀 감독(1998년~2000년), 대표팀 코치(2004년), 전남 감독(2005년~2007년), 대표팀 감독(2007년~현재)
◇1980년 최미나씨와의 결혼식 장면
◇1980년 PSV에인트호벤에서의 활약 모습
◇2000년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장면
◇2004년 대표팀 코치로 본프레레 당시 감독을 보좌하는 장면
◇ 2007년 12월 프로축구 전남 지휘봉을 잡고 FA컵에서 우승한 뒤 샴페인 세례를 받는 모습
◇지난 5월28일 파주 NFC에서 대표팀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는 장면. <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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