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까지 걱정하는 '빡빡이'

2010. 7. 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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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세상 모든 고민 끌어안고 눈물 흘리는 정대세

지난달 16일 브라질전 개막행사에서의 눈물로 범벅된 얼굴. 정대세는 이번 월드컵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선수였다. 남아공에 도착해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영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한국어를 쓰면서 자신감을 내보였고, 브라질과의 첫번째 경기에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7:0이라는 점수 차가 나온 포르투갈전이 끝난 다음에는 담담하면서도 격정적인 어조로 패배를 인정했다. 북한의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정대세는 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힘입어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으로 이적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정대세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소학생 시절 수업 중에도 발밑에는 축구공이 있었고, 수업 종료 종이 울리면 10분간 쉬는 시간에도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쫓아다녔으며, 청소시간에도 뛰어다녔고, 급기야 학급 자치회가 끝나고 하교시간 마지막까지 뛰어다니며 교복이 흙투성이가 된 채 전철을 타고 흔들리다가 '다녀왔습니다' 소리와 함께 겨우 집에 당도하는 식이었어요." 정대세는 자연스럽게 조선대학에 진학해 축구부에 들어갔다. 축구만큼은 싫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그의 옆에는 언제나 형 정이세가 있었다. 유치원 축구 교실부터 대학교 축구부까지 쭉 형과 함께 축구를 했다.

대학교 2학년이던 2004년, 정대세는 아시안컵 예선 조선대표로 참가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조선 민족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그에게 '조선대표' 선수가 된다는 꿈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것. 한국 국적 때문에 상황이 힘들어졌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일본에서의 '국적' 표기를 바꾸지 않고도 북한의 여권을 발급받게 됐다.

그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한겨레 〈esc〉에 기고한 글에서 "피난 가는 방향과는 거꾸로 재난 발생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과 같은 짓"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그를 '인민 루니'라고 부르지만, 그는 '인간 불도저'라는 별명을 더 좋아한다. 그는 북한 대표선수들과 함께 지내면 잊어버렸던 혼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냥 간단히 제이(J) 리그에 들어가고, 간단히 국가대표가 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일본 학교의 절반 크기에도 못 미치는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시작해 주변의 서포트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계속 달려온 잡초혼 덩어리가 정대세다, 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정대세가 자신을 설명하는 몇가지 열쇳말로 꼽은 것은 다음과 같다. '고민 덩어리', '스트레스 제로', '눈물'. 정대세는 축구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걸 걱정하다 잠 못 자고, 아프리카가 서서히 사막화되는 걱정으로 밤중에 모금함에 돈을 넣으러 편의점에 가는 등 별짓을 다 합니다." 정반대로 그라운드에서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라운드에 한 발만 올려놓으면 잡음도 들리지 않고 '인간 불도저'로 변해 축구를 즐긴다. 정대세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걸 즐기는 별난 놈이기도 하다. 중학교 시절에는 내성적이었지만 대학에 들어가 축제 기간에 개그맨 흉내를 낼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눈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까지 몇 리터나 되는 눈물을 흘렸을지. 애정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립니다. 물론 <겨울연가>를 볼 때도 울어버렸습니다. 대자연의 동물들을 보여주는 프로에 특히 약합니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자연계의 냉혹함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여성 팬 여러분, 이런 남자는 안 됩니까?" 물론, 된다. 이렇게 멋진 남자가 바로 정대세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참고자료 <포포투>, 위키피디아, <가디언>, <텔레그라프>, esc 연재물 '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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