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현 기자의 WHY?] FIFA, '비디오 리플레이 판정' 반대 이유

2010. 7.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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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남아공 월드컵이 잇따른 오심으로 시끄럽다. FIFA(국제축구연맹)에 결정타를 먹인 것은 지난 28일(한국시각) 열린 독일-잉글랜드, 아르헨티나-멕시코의 16강전. 독일-잉글랜드전에서 잉글랜드의 램퍼트가 1-2로 뒤지던 전반 38분 골문을 향해 강슛을 날렸다. 이 공은 크로스바의 아랫부분에 맞고 골문 안쪽으로 떨어졌다가 튀어올랐고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재빨리 잡았다. 순간 호르헤 라리온다(우루과이) 주심은 골을 인정하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다. 하지만 TV의 느린 화면을 통해 공은 명백히 골문 안쪽으로 50㎝ 가량 넘어갔다가 나온 상태였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경기에선 0-0이던 전반 26분 명백한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던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테베스가 만든 헤딩골이 멕시코 선수들의 강한 항의에도 득점으로 인정받았다. 대회 초반 일부 오심에도 모른 척 했던 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은 세계 여론이 들끓자 잉글랜드와 멕시코 축구 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명백한 오심 사태를 그냥 덮지는 않을 것이다. 7월에 예정된 국제축구평의회(International FA Boardㆍ약어 IFAB) 미팅에서 그동안 논의돼온 기술도입 문제를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래터 회장은 그러면서도 "우리가 다시 논의하려는 것은 골 판독기술이지 비디오 리플레이 판정은 결코 아니다. 축구 경기는 비디오 판정 때문에 중간에 중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골 판독 기술,'휴먼 게임'본질 훼손"

 룰 개정 결정권 IFAB 보수 인사, 기기 판정 강력 반대

 ▶사람의 눈으로는 가려내기 힘든 골 판정

 남아공월드컵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심판으로 참가 중인 정해상씨는 잉글랜드 램퍼드의 슈팅이 골로 인정되지 않은 것과 관련, 2일 기자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당시 주심이 골라인에서 20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부심도 페널티 에어리어 쪽 라인에 있었다. 주심이나 부심이 그 위치에서 순간적으로 육안으로 골여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심은 100% 확신이 서야 골을 인정한다. 만약 골이 아닌 것을 골로 인정하면 더 큰 분란이 날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FIFA가 추진중인 골 판독 기술 도입은 오심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 같다고 정 심판은 덧붙엿다.

 골 판독 기술은 두가지가 이미 개발돼 있는 상태. 독일에선 FIFA 파트너인 아디다스와 카이로스사가 합작으로 공이 골라인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경기장의 페널티 지역 바닥에 가는 전선을 설치하고, 공 안에는 소형 칩을 넣어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면 심판의 손목시계로 1초이내에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 FIFA는 이 기술을 지난 2008년 세계클럽선수권대회 때 시범 적용했는데, 1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결함이 발견된 바 있다. 게다가 전세계의 모든 축구공 제조업체가 과연 칩을 넣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점도 이 기술 도입의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영국에선 호크아이사가 골 판독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초당 500장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 6대를 골대 부근에 설치해 골을 촬영하는 시스템.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면 주심이 착용하고 있는 손목시계에 0.5초내에 신호가 전달된다. 이 기술에 대해서도 FIFA는 골 마우스 부근에 선수들이 몰려있거나 우중충한 날씨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결함에다 룰 개정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IFAB의 일부 보수적인 인사들은 여전히 심판 이외의 기기판정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축구는 휴먼 게임"

 IFAB는 8명의 인사로 구성된다. FIFA에서 지명하는 4명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 각각 1명씩이 IFAB 멤버로 참여한다. 이 8명의 멤버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새로운 규정의 도입이나 규정의 변화가 가능하다.

 영국을 구성하는 4개국에 1명씩의 특혜를 준 것은 이 기구가 축구종주국인 영국에서 독자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886년 영국내 4개국의 축구 룰이 조금씩 상이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축구협회 대표가 모여 첫 IFAB 회의를 가졌다. 1904년 FIFA 출범 후에도 룰은 IFAB에 일임했다가 1913년부터 FIFA도 대표를 파견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동안 영국의 4나라가 IFAB를 주도해왔다.

 웨일스 축구협회의 조나단 포드 회장은 지난 3월 IFAB 회의 때 골판정 기술도입을 반대했던 인물. 포드 회장은 블래터 회장의 골 판정 도입기술의 재추진에 대해 "잉글랜드가 골로 인정받았더라도 경기 내용면에서 독일이 압도했기에 잉글랜드가 이길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독일은 충분히 승자의 자격이 있다"면서 "그 문제의 한골 때문에 축구에 골판독 기술이 도입되면 축구의 아름다운 경기 속성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며 골 판정 기술도입에 여전히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포드 회장 같은 세계 축구의 보수적인 인사들은 축구는 우리 인생을 그대로 반영하는 '휴먼 게임'임을 강조한다.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심판들도 실수를 할 수 있고 그것은 축구의 본질이라는 논리다. 브라질 대표팀의 둥가 감독도 "지금 방식이 좋다. 축구에 논란거리가 없다면 매력이 없을 것"이라며 판정 기술도입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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