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명태' 북한축구, 예고된 참변..모든 여건 최악

2010. 6. 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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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월드컵은 축구전쟁인 동시에 물량 전쟁이다. 선수들은 좋은 환경 속에서 잘 먹어야 체력을 비축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때문에 월드컵 참가국들은 저마다 최적의 베이스캠프를 찾고, 체력회복을 돕는 특별 영양제를 개발한다. 또 자국 최고의 주방장을 선별해 대동한다. 일류 요리사들은 자국 고유의 음식과 특별 보양식을 준비해 선수들의 체력회복을 돕는다.

이런 가운데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은 북한은 32개 참가국 중 가장 불리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 북한 주전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전방에서 장신의 유럽 수비수들과 어깨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정대세가 월드컵 기간 주로 먹고 있는 북한식 간식은 말린 명태와 물김치였다. ⓒ 연합뉴스

북한은 21일(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0-7 대패,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북한이 완패한 원인은 후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체력저하 때문이다. 북한은 전반의 완벽했던 경기운영과 달리 후반전에서는 좀처럼 뛰어다니질 못했다. 결국, 측면 벽이 허물어지면서 시망 사브로사(AT 마드리드), 우구 알메이다(브레멘), 리에드손(스포르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등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허망하게 무너졌다.

무엇보다 북한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에서 일찍 체력이 떨어진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 지난 16일 해발 1,753m에 달하는 엘리스 파크에서 ´우승후보´ 브라질과 일전을 치렀기에 이미 체력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반면 포르투갈은 코트디부아르와의 첫 경기 및 북한과의 2차전 모두 평지에서 치르는 등 체력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고지대에서 혈전을 치른 북한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에 앞서 특별한 영양제나 자국 보양식을 챙겨 먹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이 평양에서 직접 공수한 음식을 먹는다는 일부 외신의 보도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북한이 자국 주방장을 데려 오지 않았고, 남아공 현지 주방장이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북한 선수들은 한식 대신 입맛에 맞지 않는 서양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낙후된 베이스캠프도 북한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에 한몫했다. 북한의 숙소는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사이에 있는 마쿨룽이라는 지역의 빈민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 이번 남아공월드컵 최악의 베이스캠프장으로 손꼽힌다.

북한이 낙후된 마쿨룽 호텔을 택한 것도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북한은 월드컵 개막 전 다른 참가국들이 보증금을 걸고 좋은 베이스캠프를 선점하는 사이, 북한은 예산 문제로 인해 적당한 거주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1개국이 미리 보증금으로 저마다 최적의 숙소를 차지한 이후, 마지막 남은 가장 낙후된 마쿨룽 지역 호텔을 북한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선수들이 경기 전후 몸을 푸는 체육관도 북한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북한은 자금력이 부족했는지 전용 체육관이 아닌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일반인 헬스장에서 남아공 주민들과 함께 체력을 단련해야 했다.

말린 명태 먹고 힘내라고?

이탈리아는 자국에서 직접 가져온 파스타 재료와 이탈리아산 원두커피를 선수들에게 먹인다. 선수들은 최고급 호텔에서 이탈리아 고유의 음식과 디저트, 보양식을 챙겨 먹으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이들의 유일한 고민거리는 남아공 현지 음식 등의 환경이 아닌, 승부에 대한 부담감뿐이다.

네덜란드는 자국의 수십만 명의 축구팬들이 자체 응원단을 결성, 버스를 대여해 남아공에 왔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면서 네덜란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오렌지 군단은 든든한 지원군인 서포터가 있기에 어떠한 강팀도 두렵지 않다.

한국 역시 지난 12일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세계적인 한식 요리사 김형채 조리실장이 만든 전통음식 청국장을 먹고 기운을 냈다. 또 태극전사들은 영국 대표팀 선수들도 마신다는 영양제 드링크를 섭취하면서 전후반 90분을 풀로 뛸 수 있는 체력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북한 선수들은 21일 포르투갈전 직전에야 북한식 별미를 먹었다.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북한 숙소로 직접 찾아가 만든 강냉이국수와 쌀국수였다.

북한 주전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전방에서 장신의 유럽 수비수들과 어깨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정대세가 월드컵 기간 주로 먹고 있는 북한식 간식은 말린 명태와 물김치다. 한국 선수들이 삼계탕과 소뼈를 고와 만든 사골 국을 매일 먹고 마시는 것과 대조를 이루는 북한 대표팀의 환경이다.

포르투갈전 0-7 치욕스런 참패는 아쉽다. 무엇보다 북한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도 못했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최악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 경기에 나서고 있는 그들의 환경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 정도의 활약이 놀랍기까지 하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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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숙인´ 북한 축구…그 희망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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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 ktwsc28@dailian.co.kr]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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