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jury Time-의미 있는 도전, '관중 집계 표준화'

조회수 2012. 3. 27. 14: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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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286,807명.

2012시즌 K리그 4라운드까지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숫자다. K리그는 매 라운드 여덟 경기가 펼쳐진다. 지난 4라운드까지 총 32경기가 펼쳐졌다. 32경기에서 28만 6,80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평균으로 환산하면 8,962명이 현장에서 K리그를 관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균이란 관점에서 보면 적잖은 숫자다. 그러나 4라운드까지 총 32경기를 관람한 관중이 30만 명도 채 안 된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지난해에는 2라운드까지, 그러니까 16경기에서 37만 3,897명(평균 2만 3,369명)이 K리그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은 경기를 치르고도 10만 명 가까운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덜 찾은 것이다. 평균 관중은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1년 전과 비교해 K리그의 관중 수가 차갑게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뭘까?

K리그의 의미 있는 도전

2012시즌을 시작하면서 K리그는 몇 가지 커다란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규리그(30라운드) 이후 상위 그룹(1~8위 팀)과 하위 그룹(9~16위 팀)을 나눠 우승팀과 강등팀을 결정하는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했고, 비록 케이블 채널이긴 하지만 매 라운드 1~2경기를 꾸준히 중계하는 '중계 채널'도 확보했다. 지난해 한국 축구계를 강타했던 승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신인 선수의 최저 연봉을 약 67% 인상했으며, 선수 복지를 위한 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선책을 찾아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많은 문제를 유발했던 신인 선수 선발 방식도 드래프트에서 자유 선발과 드래프트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바꼈다. 즉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려는 여러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많은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관중 집계 표준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부터 관중 집계를 표준화해 과대 발표를 없애기로 했다. 각 구단이 입장권 판매 대행사를 통해 발행한 입장권을 토대로 실제로 경기장에 들어온 관중(유료 관중, 무료 초대 관중, 미디어, VIP)만 집계하기로 한 것이다. 일례로 구단의 연간 회원권을 구매했지만 경기장을 직접 찾지 않을 경우엔 관중 집계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경기 티켓을 구입했지만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하지 못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판매된 표의 수에서 입장한 사람의 수로 관중 집계의 기준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관중 실 집계가 이뤄지면서 각 구단이 유치한 관중 수에 대한 거품이 크게 빠졌다. 지난해까지 최대치를 적용해 포함시켰던 연간 회원권, 예매권, 초대권, VIP 및 미디어 등 모두를 실제로 입장한 사람 수 기준으로 바꾼 것이다.

2011년 K리그 개막전을 비롯한 1라운드에 들어찬 관중의 수는 모두 19만 3,959명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겨우 9만 3,478명이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앞서 2011년 2라운드까지 들어찬 관중이 37만 3,897명이라고 했는데, 올해 2라운드까지 입장한 관중의 수는 겨우 17만 3,059명이다. 역시 절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물론 지난해와 직접 비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2011시즌 개막전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 매치가 열려 그 경기에만 5만 명(5만 1,606명)이 넘는 관중이 찾았다. 더불어 광주 FC는 1라운드를 통해 역사적인 홈 개막전을 치르며 3만 명이 넘는 관중(3만 6,241명)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에 비한다면 올 시즌에는 관중 유치에 있어서는 1등인 FC서울이 첫 경기를 대구 원정 경기로 치르는 등 관중 몰이에 악재가 많았다.

이렇게 1라운드부터 부진한 관중 수를 두고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이유는 본격적으로 실시된 관중 집계의 표준화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 홈 개막전을 치른 구단 중 일부는 초대권이나 연간 회원권 등을 모두 관중 집계에 포함시켰다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검증 과정에서 4천 명 이상이 감소되기도 했다. 철저한 실 집계를 한 결과다. 이로 인해 경기 당일 발표된 총 관중 수가 며칠 후에 대폭 줄어드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실제로 1라운드가 끝난 경기 당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관중 수는 10만 353명이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후 이뤄진 재 집계에서는 약 7천여 명이 줄어든 9만 3,478명이었다. 이처럼 모든 구단들은 올 시즌부터 실제로 경기장에 입장한 사람의 수를 정확히 파악해 관중을 집계하고 있으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구단의 그런 발표만 믿지 않고 다시 한 번 검증 과정을 거치며 정확한 실 관중 집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관중 실 집계가 가져오고 있는 당장의 파장은 생각보다 아프다. 4라운드까지 종료된 올 시즌 K리그에서의 관중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올해 열린 32경기에서 2만 명 이상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경우는 고작 4차례에 불과하다. 그 네 차례를 포함 1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은 경기도 아홉 차례밖에 안 된다. 3만 명 이상은 아예 없다. 관중 몰이에 있어서 실패라 불러도 무방할 5천 명 이하의 소규모 축구팬이 경기장을 찾은 경우도 아홉 차례나 됐다. 그중 3천 명 이하도 일곱 차례나 됐으며, 심지어 1천 명이 조금 넘는 극소수의 관중이 있었던 경기도 드러났다. 불과 1년 전인 2011년 K리그 사상 처음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며 자축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부끄러울 정도로 관중의 숫자가 뚝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K리그에서의 관중 부풀리기는 그간 반드시 바꿔야 할 악습 중 하나였다. 누군가 일일이 점검하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느 정도 관중 뻥튀기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일 정도였다. 문제는 그러한 관중 수 부풀리기로 K리그가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부풀린 관중의 숫자 때문이 아니다. 정확하고 올바른 관중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K리그에 대한 합당한 가치 평가를 방해했던 것이다. 더불어 마음먹은 대로 부풀릴 수 있었던 관중 수로 인해 각 구단이 보다 심혈을 기울인 관중 유치에 힘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리 배포한 초대권과 연간권 그리고 VIP와 미디어의 숫자를 조금만 늘리면, 부끄러울 정도의 적은 관중 발표는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관중 표준의 표준화로 각 구단은 최선을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천 명 혹은 3천 명이란 부끄러운 관중 숫자가 매 라운드 발표되고 있어 치부를 감추기 위한 최선을 경주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관중 실 집계를 하고난 후 우리들의 눈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2라운드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린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들어찬 관중을 눈대중으로 봤을 때 최소한 2만 5천여 명은 돼 보였다. 누군가 그 이상이라고 우기면 그것마저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중 실 집계를 통해 지난 숫자는 1만 8천여 명이 조금 넘었다. 5천 명이 넘는 큰 숫자를 눈이 착각한 것이다. 올 시즌 다른 경기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수차례 했다. 이는 지난 수년 동안 거품으로 부풀려진 관중의 숫자에 우리의 눈이 현혹당한 결과다. 무엇이든 팬들에게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돼야 하는 게 옳지 않겠나. 관중의 수도 마찬가지다. 부끄럽다고 더 이상 감출게 아니다. 그럴수록 더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야 진짜 발전할 수 있지 싶다."

참으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 관중 집계 표준화를 절대 포기하지 말고 보다 냉정하고 정확하게 집계해야 함을 새삼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거품이 빠진 관중 발표로 당분간 K리그는 아플 것이다. 그리고 창피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합당하고 올바른 대우를 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부풀려진 관중 집계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픈 회초리지만 지금이라도 맞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관중 집계의 표준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더 늦기 전 과감한 도전장을 낸 K리그에 큰 박수를 보낸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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