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NextStar] 시애틀 최지만 "홈런 치면 돈 주는 미국 야구팬들"

조회수 2013. 12. 20. 09: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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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Daum) 스포츠 애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애틀 매리너스 최지만입니다.

최근 날씨가 좀 따듯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장군의 기승이 다시 심해졌습니다. 눈도 많이 왔고요. 다음스포츠 애독자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특히 운전하시는 분들은 눈 오는 날 빙판길 교통사고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요즘 TV드라마 '응사(응답하라 1994)'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여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내용이 너무 재미있더군요.

(시애틀 매리너스 유망주 최지만)

특히 제7화 '그 해 여름'편에는 영화 '바람'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했는데요, 그들이 극중에서 성나정(고아라 분)의 친구들과 소개팅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쓰레기(정우 분)의 선배로 나온 남자배우 한 명이 "야, 너희들 그러면 안돼"라는 대사를 반복하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는 최근 31년 만에 부활한 '야구대제전'에 참가하기 위해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고교졸업 후 4년 만에 다시 만난 인천 동산고 선후배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저의 모교인 동산고는 2차전에서 패해 탈락했지만 동문들과 함께한 시간만큼은 정말이지 값지고 소중했습니다.

참, 저의 친형도 동산고 야구부 출신입니다. 저와 3년 터울이라 학창시절에는 함께 경기를 뛸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동산고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형은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고 현재 동산중학교 야구부 코치로 재직 중인데 이번 야구대제전에서 현역인 저보다 더 많은 안타와 타점을 쓸어 담으며 맹활약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형한테 그랬습니다, "형, 코치인 형이 현역선수인 나보다 더 잘하고 그러면 안돼~"

(최지만과 그의 형인 최지혁 인천 동산중 코치)

포항을 다녀온 뒤 저는 다시 개인운동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고 그곳에서의 성적에 따라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을 끝내고 귀국한 뒤로 한 동안 미국에서 못 먹었던 한식을 폭풍 흡입했더니 살이 많이 쪘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웨이트를 중점적으로 하면서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는 스윙연습도 시작했고 야구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연습이나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 여러분들 그거 모르시죠? 미국은 한국과 달리 처음 프로에 입단하면 구단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고급식당에 데려가 칼 질 하는 미국식 식사예절도 가르쳐 줍니다. 특히 여성과 동행했을 때를 가정해서 남자가 여성이 앉을 자리의 의자를 뒤에서 빼줘야 하는 등의 예절도 가르쳐 줍니다. 훗날 메이저리거가 됐을 때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마이너리그 선수 중 저처럼 외국에서 온 경우는 구단에서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영어수업도 해줍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 트리플 A팀 과의 경기에 1루수로 출전한 최지만)

내년부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특히 마이너리그에서 흘렸던 땀과 팬들에게 받았던 과분한 사랑이 마치 빛 바랜 흑백사진처럼 떠오르네요.

한국프로야구 2군 경기에는 관중들이 많지 않지만 미국 마이너리그 경기장에는 의외로 관중이 많습니다. 마이너리그 팀들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기 어려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많은 팬들이 찾아와 관심과 사랑을 줍니다. 특히 저처럼 외국에서 온 선수에게도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줘서 시즌 중 힘들 때는 팬들의 사랑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미국 팬들도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수입이 좋지 않다는 걸 아는지 홈런을 친 선수에게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경기가 끝난 뒤 해당선수에게 격려금으로 전달합니다. 저도 올 해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려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해 준 격려금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돈의 액수는 크지 않지만 팬들의 진심이 듬뿍 담긴 돈봉투를 받았을 땐 정말이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이 제 가슴 속에 밀려왔습니다.

(미국 야구팬들이 최지만에게 보낸 팬레터와 격려금)

비단 이 분들뿐만이 아니라 멀리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원정경기를 갔을 때도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한국 팬들을 보면 더 더욱 힘이 솟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한국 팬들 앞에서 홈런을 자주 쳐서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사랑과 관심에 보답을 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때 마다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되잡아 줍니다. 훗날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면 반드시 그들을 다시 찾아가 어떤 방법으로던지 그 때 받았던 팬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꼭 할 생각입니다.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인간의 도리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시애틀 매리너스 최지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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