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손흥민은 월드컵용 킬러다

조회수 2013. 4. 15. 09: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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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마인츠전에서 10,11호골을 터뜨렸다. 2-1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경기 MVP에 선정됐고 언론들은 또 다시 극찬을 토해냈다. 마인츠전에 출전한 손흥민은 이전과 다른 게 하나가 있었고, 이전과 똑같은 것도 하나가 있었다. 우선 다른 건 포지션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원톱으로 나왔다. 포지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팬들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처음에 섰던 자리에서만 계속 플레이하는 선수는 없다. 특히 공격수는 더 그렇다. 공격수는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움직임과 플레이를 해야한다. 공격수가 같은 자리에서만 움직인다면 그건 상대에게 읽히게 되고 그만큼 골을 넣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포지션이 의미하는 건은 무엇일까. 단순히 처음으로 서는 자리만을 의미할까. 물론 아니다. 포지션은 사전적으로는 위치를 뜻하지만 실제는 역할을 의미한다. 원톱으로 나서도 경기 흐름에 빠라 측면 공격수처럼 움직일 수도 있고 때로는 미드필더처럼 활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톱으로 나설 때 중요한 것은 그에게 원톱으로 능력과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원톱은 최전방 공격수로 맨 앞에서 움직이면서 정확한 슈팅을 날려야하고 좌우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에도 능해야한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부담이 적은 대신 역습 찬스에서는 가장 먼저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걸 마인츠전에서 손흥민이 잘해냈다. 마인츠전에서 첫 골은 손흥민이 왼쪽 측면 공격수처럼 움직이다가 동료가 볼을 인터셉트하는 순간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한복판에서 슈팅을 날려 골을 터뜨렸다. 추가골은 전형적인 원톱 플레이로 뽑아냈다. 역습 찬스에서 동료로부터 볼을 받은 손흥민은 쏜살같은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30미터 안팎 돌파한 뒤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추가했다. 두 골 모두 최전방 공격수로서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만 터뜨릴 수 있는 골. 손흥민에게 원톱이 제격이라는 말보다는 손흥민이 원톱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보는 게 맞다.다른 게 포지션이었다면 같은 건 골 장면이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골은 대부분 역습 상황, 또는 인터셉트에 의한 속공에서 나왔다. 마인츠전 두 골도 그랬다. 첫 골은 동료 공격수가 포어체킹하면서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볼을 가로챘고 그게 손흥민의 골로 이어졌다. 두 번째 골은 완벽한 역습 찬스에서 손흥민이 스피드와 돌파력, 슈팅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전형적인 손흥민 스타일 골이었다. 필자가 두 달 전 '손흥민 활용법 완결판'이라는 칼럼에서 쓴 것처럼 손흥민은 상대 수비가 덜 갖춰진 상황에서, 앞 공간이 오픈된 상황에서 경이로운 돌파에 이은 파워풀한 슈팅으로 골을 많이 터뜨렸다. 손흥민은 슈팅력에 비해 패싱력이 떨어지고 열린 공간에서 보여주는 시원한 돌파에 비해 촘촘한 진영을 뚫는 세기가 부족한 편이다. 이를 앞서 말한 포지션과 연결시킨다면 손흥민은 미드필더처럼 패스 위주로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전방에서 슈팅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공격수로 활약하는 게 훨씬 알맞다는 의미다. 이를 국가대표팀에 적용해보자. 손흥민은 최근 카타르전에서 2-1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바로 아래로 떨어졌고 그걸 손흥민이 가볍게 밀어 넣었다. 손흥민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볼이 떨어질 만한 곳에 있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그 골이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준 손흥민 스타일의 골은 분명히 아니었다. 물론 골은 한골이었고 그걸로 한국은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그게 손흥민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골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 때 손흥민이 투입된 시간은 후반 36분이었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사전에 준비한 교체카드를 뽑는 시점은 후반 15분쯤이다. 그건 상대가 전반에 보여준 플레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한 뒤 거기에 알맞은 교체카드를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후반 15분 선취골을 넣자마자 4분후 동점골을 내줬다. 최강희 감독은 선취골을 넣고 카타르의 공세 속에서 한국이 10분 정도 잘 버틴다면 그 때 손흥민을 투입하려고 했다. 그 때가 되면 카타르가 동점골을 넣어야한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공격적으로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때 손흥민이 투입돼 공세로 나올 카타르 뒷 공간으로 파고드는 손흥민 스타일로 골을 노렸다면 손흥민식 전매특허 골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동점골을 너무 쉽게 내주면서 오히려 한국이 더 조급해졌고 카타르는 수비적으로 나왔다. 그게 바로 최감독이 손흥민 카드를 일찍 뽑지 못한 이유다. 손흥민이 종료 직전에 투입된 것도, 냉정하게 보면, 감독이 최고 시점이라고 파악한 때가 아니라 결승골이 급해지면서 힘이 남은, 다른 스타일 공격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미루다가 꺼낸 응급조치에 가까웠다. 손흥민의 골이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손흥민의 투입부터 최감독의 당초 의도대로 이뤄진 게 아니고 골도 손흥민의 장점이 물씬 풍겨나는 골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손흥민의 활용법과 그가 가진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손흥민은 아시아권 대회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대부분 아시아권 국가들이 한국과 싸울 때는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수비적으로 나오는 팀을 상대로, 또는 수비진용이 다 갖춰진 상황에서 손흥민이 많은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래도 박주영, 이동국 대신 손흥민을 계속 써야한다고 주장하는 팬들의 의견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밀집수비를 상대로 골을 많이 넣지 못해온 손흥민을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올 게 분명한 팀과 싸워서 이겨야할 때 원톱으로 선발 출전킨다는 것은 모험수에 가깝다. 물론 평가전이라면 그렇게 해볼 수 있을지 몰라도, 타이틀이 걸린 경기에서 그렇게 해서 실패한다면 승점도 따지 못하는 데다, 입증되지 않은 무모한 수를 뒀다는 비난도 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손흥민은 앞으로 계속 대표팀에 뽑힐 것이다. 선발로는 당장 투입이 어려워도 손흥민은 다양한 상황에 따라 교체로 출전해 골을 넣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 3경기, 그에 앞서 열릴 몇 차례 평가전에서 손흥민은 계속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을 것이며 A매치 경력도 조금씩 쌓여갈 것이다. 단기적으로 한국의 목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목표가 16강이든, 8강이든 준비하는 건 똑같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한국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이기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월드컵 출전국 중 아시아국가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질 팀은 잘해야 2~3개 팀이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조별리그에서 아시아국가끼리는 같은 조에 속하지 못한다. 즉,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싸울 3개 팀은 모두 한국보다 강할 가능성이 높고 다행히 약한 팀이 있다고 해도 1개 팀이 전부다. 결국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려면 한국보다 강한 3개 팀, 또는 만만한 1개 팀과 강한 2개 팀과 싸워서 조 2위 안에 들어야한다. 단판승부로 치러지는 16강전보다 강팀과 차례로 3경기를 치러야하는 조별리그가 한국에게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손흥민이다. 강한 팀과 맞서 한국이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펼칠 때, 그 때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대 뒷 공간을 이용해 역습 또는 속공으로 골을 넣을 최고 적임자가 바로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한국보다 약한 팀과 싸워야하는 아시아 예선이 아니라 한국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승리해야하는 월드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격수다. 그러나 그런 손흥민도 대표 선수들과 조금이라도 더 호흡을 맞추지 않는다면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지금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재현하기 힘들다. 지금부터라도 손흥민을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키워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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