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박종우, 누가 뭐래도 당당하고 떳떳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다.

조회수 2012. 8. 12.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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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제몫을 다 했다. 아파도 뛰었고 지쳐도 뛰었고 다쳐도 뛰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이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는데 일등 공신 중 한명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 포상금을 차등지급할 방침이다. 선수들은 네 등급으로 나눈단다. 그래서 70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준다. 박종우는 7000만원에 속할 게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우리는 박종우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그가 명실상부한 주전이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한다.

 그런 그를 IOC는 시상식에서 제외시켰다. 일본을 꺾은 뒤 행동이 빌미가 됐다. 박종우는 관중이 들고 있던 독도 관련 티켓을 들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 게 IOC 눈 밖에 났다. 올림픽에서 정치적 의견이나 노선을 표현하지 말아야한다는 걸 어겼다고 판단했다. 동메달을 아예 박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박종우가 동메달을 빼앗긴다면 IOC가 갖고 있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에는 그의 이름은 빠지게 된다. 올림픽에 뛰었지만 정치적인 제스처로 메달을 빼앗긴 사례로 남게 된다. IOC가 박종우로부터 메달을 빼앗는 것, IOC 입장에서는 이후 비슷한 사건을 재발을 예상하기 위해 취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한다. 이건 감정적으로 다뤄야할 문제가 아니라 규정과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단 IOC의 최종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박종우가 메달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다해야 한다. "잘 몰랐다"고, "너무 흥분해서 뭔지 모르고 그냥 받고 뛰었다"고 말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메달을 구걸할 정도로 비굴해질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만일 IOC가 메달 박탈 결정을 내려도 그 뿐이다. 필자도 IOC가 나쁘다, 쩨쩨하다, 속이 좁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IOC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규정에 따라 한 것 뿐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IOC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박종우는 분명히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긴 어엿한 동메달리스트라는 점이다.

 박종우가 독도 관련 피켓을 들고 달릴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이었나. 저러면 안 되는 데라는 걱정이었나. 물론 그런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아니었을 게다. 아마도 통쾌함, 고소함, 시원함 같은 걸 느꼈을 것이다. 그동안 일본이 걸핏하면 독도를 갖고 걸로 넘어졌다. 일본 극우파가 자기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독도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우리는 열이 받았다. "우리 땅을 갖고 지네들이 왜 이래"라는 생각에 화도 많이 났다. 박종우가 보여준 독도 세리머니, 의도했든 안 했든, 그가 만들었든 관중이 만든 걸 들고 나왔든 우리는 통쾌했고 시원했다. 우리나라가 독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독도를 걸고 넘어지는 일본이 얼마나 미운지를 보여줬다. 독도가 우리 땅이니까 아무도 건들지 말라는 선언이었다. 그것도 올림픽 축구 3·4위전을 지켜본 최소한 몇 억의 지구촌 시청자들을 향해서 말이다.

 이제 박종우의 동메달 발탁여부는 IOC손으로 넘어갔다. IOC가 메달을 준다면 담담하게 받으면 된다. 반대로 IOC가 "노"라고 하면 그걸로 끝이다. 괜히 IOC를 상대로 투덜거릴 필요도 없고 하소연할 필요도 없다. IOC가 주는 메달, 그걸 하나 물건으로 보면 큰 가치가 없다. 메달의 가치는 선수가 메달을 따기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이다. 땀과 노력 없이는 메달을 받을 수 없지만 메달을 받지 못했다고 땀과 노력이 사라지지는 건 결코 아니다. IOC가 메달을 주든 말든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박종우에게 어떤 대우를 해줄 것이냐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또렷하다.

 IOC가 인정하지 않더라고 박종우는 분명한 동메달리스트다. 세계가 인정하지 않아도 하는 수 없다. 우리가 보기에 그는 분명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그걸 이루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설사 그의 독도 세리머니가 과도했다고 생각하는 국내 팬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앞선 경기에서 보여준 투혼까지 폄하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종우가 최소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당당하고 떳떳한 동메달리스트로 인정받아야하는 이유다.

 IOC가 메달 발탁을 결정하면 규정상, 기록상, 그는 메달리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그건 올림픽 역사에 그렇게 남을 뿐이다. 냉정하게 보면 우리에게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IOC가 인정하지 않는 동메달리스트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우리 국민이 메달리스트로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종우에게 포상금을 줘야한다. 대한체육회도 동메달 포상금 등을 예정된 대로 지급해야한다. 병역관련 혜택도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주어져야한다. 그걸 위해서는 어떤 특별 규정 같은 게 필요하다면 만들어야한다. 병역법상 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돼야 병역혜택을 받는다. 그래서 규정상, 기록상 메달리스트가 아닌 선수에게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질 혜택을 주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한다. 그런 법적 근거, 우리가 마련하면 된다. 법적 근거는 IOC가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박종우를 동메달리스트로 인정한다면 법적 근거를 만들어 그에게 동메달리스트 대우를 해주면 된다. 이에 대해 반대의사를 가질 사람, 물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의견도 잘 수렴해서 법적 근거를 좀 더 빈틈없이 잘 만들면 된다.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아예 박종우에게 동메달리스트 대우를 해주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뜻에 밀려 또는 그 뜻에 따라, 법적 근거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더 바보 같은 짓이다. 그건 IOC 결정이 전적으로 옳고 IOC 결정에 불만을 갖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IOC가 동메달리스트 명단에서 자신을 뺀다면 박종우는 물론 슬프고 괴로울 것이다. 그 심정, 겪지 못했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박종우에게 우리가 우리 힘으로 해줄 수 있는 동메달리스트 대우까지 빼앗는다면 그건 나라를 위해 뛴 박종우를, 그것도 우리 손으로 두 번째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박종우가 메달을 받든 안 받든 우리가 그에게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마땅한 이유다.

 박종우,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한국이 동메달을 따는데 혼신을 다해 크게 공헌한 자랑스러운 동메달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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