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베이스볼 토크]투수에서 타자 변신 4년차 넥센 장기영. '전경기 출장이 목표!'

조회수 2012. 3. 16. 07: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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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외야수 장기영(30)은 원래 2007년까지 투수였다. 경

남고 2학년 재학 시절 봉황대기 4강 진출을 이끌며'우수투수상'을 수상하며 깜짝 유망주로 단숨에 올라섰고 이듬 해 현대 유니콘스 2차 1순위 전체 9번이라는 높은 순번을 받았다. 180cm 73kg 체격조건의 좌완이라는 점은 조규제,이상열,마일영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의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프로의 벽은 높았다. 특히 임선동,정민태,김수경,전준호,위재영 등 당시 현대 마운드는 '투수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철옹성이었다.고졸신인 투수 장기영이 설 자리는 없었다. 입단 첫 해 2경기 2이닝을 던져 1군 무대 신고식을 치른 뒤 2시즌 역속 1경기 출장에 그치며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2년간 현역복무로 군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6년 이후에도 여전히 그는 2군 선수였다.

더 이상 투수로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2008년 타자로 전향을 시도했다. 8년 만에 마운드를 내려와 외야수로 변신하기란 쉽지 않았다. 타구 방향을 놓치는 실책을 반복했고 방망이도 지지부진했다.타자전향 첫 해,고작 8경기 그리고 2009년엔 15경기에 그치는 등 타자로 변신해서도 초반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방출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택근의 LG행이 기회를 안겨 줬다. 주전 중견수이자 1번 자리를 꿰찼던 2010년 119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3리 47타점 41도루를 기록했다. 허나 작년엔 2년차 징크스를 호되게 겪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고 9월엔 경기 도중 오른 손목부상까지 입어 수술대 위에 올라야 했다.

2012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시진 감독은 톱타자 자리에 장기영과 서건창(내야수)을 저울질 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영은 타순보다는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2년 전 활약이 단지 1회성, 혹은 깜짝이 아닌 진짜 실력이고 본모습이라는 걸보여주겠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이하 인터뷰 전문]

-올해 벌써 서른 살이다.

"우리 나이로는 서른 한 살이다(웃음). 한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는 것 같다. 만약 계속 투수를 했더라면 은퇴도 걱정해야 하는 나이다. 그런데 야수는 지금부터가 진짜 잘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 부분에선 정말 다행이다(웃음)."

-투수로 입단했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타자 전향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름대로 내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고 프로에 왔는데 그게 아니더라(웃음) 당시 현대엔 좋은 투수들이 정말 많았다. 1군은 물론이고 2군도 만만치 않았다. 고졸신인이 감히 도전할 수 없을 정도로 벽이 높았다. 잘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자신감을 잃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기가 많이 꺾인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경남고 2학년 때 성적이 2차 1번이라는 높은 순번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2학년 땐 에이스였다(웃음). 3학년 땐 팔이 좋지 않아 자주 등판하지 못했다. 그래도 좌완이라는 점이 높은 번호를 받게 해 준 것 같다. 상위 순번을 받은 만큼 팀에서도 가급적 기회를 먼저 많이 주려했다. 그런데 실력이 받쳐주질 못했다. 당시'내가 이 정도 뿐인가'내 자신에게 많이 실망하고 낙심했다. 돌아보면 그때는 야구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암울한 시기였다."

-3년간 2군 생활을 하다 군 입대를 했다. 계획했던 수순이었나?

"아니다. 사실 상무 입대를 목표로 준비 중이었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군대를 미루고자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깜박 잊고 등록금을 내지 못해 바로 영장이 날아왔다. 일산 백마부대에서 24개월 동안 보내고 제대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군대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체중이 80kg까지 불어 돌아왔다. 볼이 묵직해지고 좋아졌다는 평을 들으며 다시 마운드에 올랐는데 다음 시즌 어깨가 아프기 시작해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다. 야구를 진짜 그만 둬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런 가운데 현대가 우리 히어로즈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타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김응국 코치님이'너 혹시 경남고 시절에 잘 쳤느냐'는 질문에 '제법 쳤다'라고 장난스럽게 답한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체형을 보면 발 빠른 야수 이미지가 강하다. 빨리 전향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투수로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절실했고 강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타자로서 발이 빠른 편이고 좌타자다 보니까 출루 확률이 높다는 것에 작은 희망을 걸었다. 2008시즌 막판 엔트리 확대 기간 정수성 형 대신 1군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비록 많은 경기는 아니었지만 외야수 장기영이라는 선수가 있다는 걸 알리는데 성공했다."

-2010년 시즌 초반 깜짝 활약을 본인은 예상했나?

'솔직히 운이 좋았다. 그 해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2군행이 확정된 상태였는데 (정)수성이 형이 부상을 당해 대신 4월10일자로 1군행을 통보 받았다. 톱타자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았지만 부담감 보다는 뭣 모르고 덤빈 것이 좋은 결과를 안겨준 것 같다. 그런데 작년에 너무 부진했다."

-지난해 부진의 이유를 꼽자면?

"핑계를 대자면 아픈 것도 있지만 내 자신이 너무 미련한 짓을 했다고나 할까? 몸보다 마음만 앞섰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큰 나머지 조급했다. 2년차 징크스 이야기를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들었다. 나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손목 수술과 재활이 성공적인 것 같다. 애리조나와 가고시마 전훈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클 듯하다.

"이상하게 작년과 올해 느낌이 완전 다르다. 작년엔 뭔가 쫒기고 있었다면 올해는 못하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고 막연한 기대감, 여유가 생긴다. 작년 말 수술 전 조금씩 페이스가 올라오는 걸 느끼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 느낌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누구나 기복이 있고 슬럼프가 찾아오는 법인데 그걸 어떻게 대처하고 가급적 빨리 벗어나느냐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 아직 타자로서 많이 부족하다 하나하나 배워야 할 것 같다."

- 김시진 감독은 1번 혹은 2번 자리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는? 또 외야 중에선 어디가 가장 편한가?

'선발 출장을 할 수 만 있다면 9번도 상관없다(웃음) 맡겨진 자리마다 역할이 다르지만 뭐든 좋다. 주어진 자리에서 해야 할 몫이 다 다르니까 거기에 합당하는 플레이를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 외야 중에선 아무래도 타구가 가장 잘 보이고 수비가 편한 중견수가 가장 편하다 하지만 아마도 (이)택근형이 맡을 것 같다(웃음). 라이트나 레프트에 있으면 타구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전지훈련에서 집중 연습을 했다. 어디든 다 자신 있다."

- 야수 전향 4년차. 이젠 외야수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할 시점이다.

"작년까지는 무조건 치고 달리고 생각 없이 야구를 했던 것 같다. 올해는 주루 플레이에 좀 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또 각 팀 투수에 대한 연구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재작년 활약이 깜짝이 아닌 진짜 실력이라는 걸 보여주겠다. 비록 투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금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1군에서 뛸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야구에 재미를 이제야 새삼 느끼고 있다. 올 시즌 전경기 출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일단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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