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 가슴팍도사: 김봉길, "후배 챙기는 남일-기현 너무 고맙다"

2013. 6. 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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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한국 축구의 때론 '핫'하고 때론 '쿨'한 인물들을 '가슴팍 도사' 김현회가 만난다. 이번 호에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돌풍을 넘어 이제는 어느덧 '강호'로 성장한 인천유나이티드의 김봉길 감독을 직접 만났다. 지금부터 '가슴팍 도사' 김현회와 함께 김봉길 감독을 샅샅이 파헤쳐 보자. 팍팍!

여기가 혹시 가슴을 열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가슴팍 도사댁이 맞나? ***

가슴팍 가슴팍팍. 가슴팍 가슴팍팍. 천기누설 가슴팍!

아니, 요새 잘나가는 인천유나이티드의 김봉길 감독이 무슨 이유로 이 가슴팍도사를 찾아왔나? ***

고민이 있다. 제주가 참 밉다. 지난 시즌 상o하위 스플릿을 나누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제주를 이기지 못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고 올 시즌에도 제주만 이겼으면 리그 2위까지 도약할 수 있었는데 또 0-0으로 비겨 6위로 떨어졌다. 제주를 좀 이기고 싶다.

일단 김봉길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보자. ***

이름 김봉길. 별명 '봉길매직'. 유공과 전남에서 현역 생활을 거쳐 1999년 부평고등학교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후 백암종고와 전남을 거친 그는 전남 허정무 감독을 피해 2008년 인천 코치로 부임했는데요. 아니 이게 또 무슨 날벼락인가요. 허정무 감독이 인천으로 오며 또다시 허정무 감독을 보좌하게 됩니다. '끈질긴 남자' 김봉길은 인천에서 감독대행만 두 번을 했지만 꿋꿋이 남아 결국 지난해 19경기 무패 행진을 내달리며 7월에는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아니. 언제부터 인천이 강팀이었다고"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열악한 인천을 어느덧 K리그클래식의 강팀 반열에 올려놓고도 아직 만족할 줄 모르는 김봉길 감독은 욕심쟁이 우후훗!

감독 대행만 두 번을 했고 이제는 엄연한 정식 감독이다. 감독 대행과 감독의 차이점이 있나? ***

페트코비치 감독이 가정 문제로 갑자기 팀을 떠났을 때 해보니 감독 대행은 팀과 선수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저 이 시기만 넘기기 위한 '땜빵' 아닌가. 선수들도 굉장히 혼란스럽고 나 역시 애매한 신분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굉장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 달만 버티면 그때는 다음 감독님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더라. 정식 감독은 책임감이 더 강해지고 선수들도 안정적으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감독 대행을 하면서 참 외로울 때가 많았을 것 같다. ***

허정무 감독님이 떠난 뒤 내가 감독 대행을 하는 동안 성적이 정말 안 좋았다. 12경기 연속 무승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구단에 감독 선임해달라고 말했다. 아마 7경기에서 한 번도 못 이길 때였던 거 같다. 그때는 선수들한테 말은 못했지만 경기장에 나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렇게 두려워하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

나는 항상 경기장에 나갈 때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정식 감독도 아닌데 정장 입고 나가는 게 참 쑥스러웠다. 한 번은 주장이었던 (정)인환이가 정장을 입으시면 안되겠냐고 말했다. 계속 안 입으니 지난해(2012년) 스승의 날에 선수들이 돈을 모아서 정장을 한 벌 사왔다. 다른 코치들이 내게 "선수들이 직접 자기들 손으로 감독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함께 끝까지 가고 싶어 해요"라고 말해줬다. 이 순간 끈을 놓지 못하겠더라. 그 정장 한 벌이 나에게는 큰 용기가 됐다. 서포터즈 대표도 정장을 또 한 벌 선물했다. 학생들이 천 원, 이천 원씩 모아서 산 거란다. 내가 어떻게 다시 일어서지 않을 수 있겠나. 너무 감동적이었다.

사실 2002월드컵 3인방의 영입이 걱정스러웠다. ***

나도 그런 걱정을 했다. 환경이 좋은 팀에 있다가 클럽하우스도 없는 우리 팀에서 과연 녹아들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남일이와 기현이가 훈련에 합류하고 "아, 스타는 괜히 스타가 아니구나"라고 딱 느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오고 훈련 도중에도 가장 솔선수범하고 후배들한테 직접 지도까지 하더라. 코치 역할까지 자처한다. 자기들이 돋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들 불편하다는 이야기는 안 하고 후배들 불편한 거만 챙긴다. 사비를 털어 후배들 고기도 사주더라. 남일이가 원래 얼마나 까칠한 애인가. 그런데 모든 걸 내려놓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이 선수들한테 너무 고맙다.

이천수 영입을 놓고도 시한폭탄을 안고 간다고 말이 많았다. ***

기량만 봤다. 나머지 부분은 감독이 어떻게 컨트롤하는지에 달렸다. 주전인 A팀과 백업인 B팀이 자체 평가전을 치를 때 (이)천수를 B팀에 놔도 자존심 같은 거 다 굽히고 열심히 하더라. 코치들한테 인사도 잘하고 열심히 하려는 게 보인다.

지금 이렇게 좋은 웃음을 보이지만 왕년에는 '한 성격' 했다고 들었다. ***

36살에 부평고 감독으로 갔는데 경험이 없었다. 원래 내가 좀 급한 성격이다. 지금 (김)남일이보다도 어린 나이였는데 얼마나 혈기왕성했겠나. 답답하면 내가 시범을 보이고 그랬다. '나도 이렇게 하는데 왜 너희는 못해?' 이런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이렇게 동네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바뀐 계기가 있나. ***

좋은 감독님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보니 느끼는 게 많았다. 허정무 감독님은 내가 전남에서 주장일 때부터 경험했는데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되게 정이 많고 여리다. 장외룡 감독님은 절대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가 다 책임을 진다. 페트코비치 감독님 역시 잘한 거는 선수들에게 돌리고 자기는 늘 그림자 역할만 한다. 이런 분들과 함께하면서 내 지도 방식도 바뀌게 됐다.

올 시즌 이석현이라는 대형 신인이 등장했다. ***

우리 스카우트가 추천해 직접 불러서 확인했다. 사실 우리가 선문대에서 두 명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한 명이 이석현이었고, 다른 한 명이 지금 대구에 간 골키퍼 조현우였다. 골키퍼 유현이 군대를 가고 권정혁은 나이가 많아 조현우를 영입할 생각이었는데 이석현도 너무 탐이 났다. 우선지명으로 한 명을 영입할 상황에서 조현우가 대구와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아, 이건 (이)석현이한테 말하지 말라(웃음).

K리그챌린지 부천FC1995에서 뛰고 있는 김신철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

아들이 다녔던 연세대의 신재흠 감독님이 내 대학교 7년 선배다. 가끔 전화를 해 만나려고 하면 "야, 학부형으로 오는 거면 오지 말고 동문으로 오는 거면 와"라고 하신다. 만나도 아들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 신재흠 감독님이 알아서 하실 것 아닌가. 나보다는 오히려 우리 아들이 힘들어했다. 부천FC의 곽경근 감독은 내 부평고등학교 후배이다. 일단 부족한 내 아들놈 뽑아줘서 고맙다. 하지만 곽경근 감독하고도 아들 이야기는 잘 안 한다.

참 냉정한 아빠다. ***

아들을 만나도 사실 축구 이야기는 잘 안 한다. 숙소 생활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데 내가 잔소리하면 그게 먹히겠나. 그냥 잘 챙겨 먹으라는 것 말고는 잔소리 안 한다. 아마 집에서도 이렇게 축구로 잔소리하면 애가 집 나갈 거 같다. 그냥 서로의 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편이다.

만약 당신 아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해 K리그클래식에서도 충분히 통하고 인천의 그 포지션에 대체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건가? ***

그래도 그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 잘해도 내 아들이라 배제할 수 있고 못해도 내 아들이라 편애할 수 있다. 그 자체가 감독으로서는 이미 생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구단에서도 농담으로 가끔 그런 말을 하는데 나는 절대 생각이 없고 우리 아들 녀석도 싫어한다.

알겠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인천의 목표에 대해서 말해 달라. ***

시즌 전에 상위 스플릿에 가고 싶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적이 있다. 지금 목표도 마찬가지다. 만약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간다면 그때는 목표를 조금 수정할 생각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같은 건가? ***

그 정도는 아니고 한 4강권에 들고 싶다. (FFT: 그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아닌가?)아, 그런가? 그러면 그렇게 하자.

[가슴팍도사의 고민해결]'봉길 매직', 김봉길 감독이여 영원하라!

누군가는 인천유나이티드의 상승세를 '매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마술이 아닙니다. 선수들에게 믿음을 준 감독과 그런 감독을 을 위해 더 헌신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때론 더 중요한 법입니다. 지금처럼 선수들과 어우러져 행복한 축구를 계속할 수 있다면 인천이 제주뿐 아니라 K리그클래식 전체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봉길 매직', 김봉길 감독이여 영원하라! 팍팍!!

글=김현회, 사진=이완복, FAphotos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www.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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