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롯데 그리고 '필리버스터' A구단

조회수 2012. 6. 22. 14: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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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회에서 야당이나 여당이 가끔 애용하는 정치적인 행동이 있다. 바로 중요한 표결을 앞두고 한 의원이 당을 대표해 필리버스터 (filibuster)를 행사하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아주 간단한 작전이지만 엄청난 파괴력이 있다. 내용에 상관없이 의사당 마이크를 잡고 장시간 연설을 하는 것이다. 미 상원의원에게는 연설에 대한 시간과 내용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일단 마이크를 잡으면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연설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를 이용해 간혹 반대하는 법안 통과를 막으려 표결 직전 필리버스터를 행사하고는 한다. 물론 필리버스터를 막을 방법은 있다. 참석 중인 상원의원들 중 2/3 이상이 원한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다. 2/3이라는 수치. 최근 한국야구팬들에게는 귀에 익은 수치다. 물론 얼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인가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19일 KBO 이사회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10개 구단 창단을 강력하게 반대하던 몇몇 구단들의 대표들은 끊임없이 반대의견을 제기하며 논의에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표결까지 못 한 이사회의 결과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상상이 가는 광경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들은 반대하는 것일까?

정말 고교야구의 얇은 선수층이 이유였다면 왜 9 구단은 거의 만장일치로 허락했을까?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FACT만 생각해 보면 정말 혼란스럽기만 하다. "홀수 구단으로 운영되면 경기 일정도 불규칙해진다. 늘 1개 구단은 며칠씩 경기가 없는 날이 생기고 결국 약체로 분류된 구단은 승률 올리기의 제물로 전락하고 경기의 질까지 떨어져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롯데 자이언츠 장병수 대표가 4월 13일 어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한 마디이다. 당시 NC 다이노스의 1군 합류를 반대하고 있었던 장병수 사장의 당시 논리를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상항과 시기에 따라 논리와 철학이 일정치 못하다. 마치 1루와 2루 사이 런다운에 걸린 주자처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과 비슷하다.

롯데 자이언츠 장병수 사장의 의견은 존중해야 하는 부분은 있다. 그는 분명히 한 구단을 대표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다. 지난 31시즌 동안 프로야구에 많은 공헌을 한 구단의 대표가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언행은 보기가 불편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NC 다이노스 입성 과정에서 KBO 구본능 총재와 마찰이 있었던 이후 장대표는 KBO를 찾을 때마다 회의실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KBO 총재에 대한 매너는 지켜야 하는 것이 존경받을 기업인 아닌가? 그런 부분에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일단 처음부터 롯데의 입장은 무조건 반대였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10 구단 관련해서 주요선수는 누구일까?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모두 롯데가 아닌 A 구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어느 한 관계자는 "A 측이 1시간이 넘도록 반대 의사를 설명했다. 다른 대표들에게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화제를 돌려도 또다시 이쪽으로 끌고 와서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명백한 필리버스터였다.

그렇다면 왜 A구단은 그렇게 반대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원시 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0 구단 연고지로 수원시가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수원시는 모 대기업과 긴밀히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10 구단이 추진되었다면 수원시에 또 다른 프로야구단이 들어설 확률이 높았다. KIA 타이거즈가 강력하게 10 구단을 반대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북의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A 모기업이 바라보는 수원시는 나름 복잡하다. 현재 A 기업의 주력 사업 소재지는 수원시이다. 수원시는 어떻게 보면 A그룹에게 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수원에 또 다른 프로야구팀이 연고지로 창단하는 것은 상징적으로 A 그룹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가 없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 했다. NC 다이노스 창단과정에서 협조적이었던 A 그룹은 10 구단 창관 관련에서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A 그룹사 또한 런다운에 걸린 꼴이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NC 다이노스 창단과정에서 혼자 싸워야 했던 롯데에는 큰 파트너가 생긴 셈이다. 물론 반대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A 그룹의 반대는 롯데에게 큰 힘을 실어다 주었다. 그리고 9구단과 10구단의 차이는 바로 A 그룹이 던지는 반대표였다. 그리고 이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A 그룹이 적극 반대하면서 이사회의 분위기는 결국 표결도 하지 못한 채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A 그룹은 글로벌 기업이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많은 관계자는 10 구단의 운명은 A 그룹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A 구단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10개 구단의 창단은 힘들 것이란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과연 A그룹의 반대가 계속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물론 A그룹은 반대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많은 프로야구 팬들은 10개 구단을 열망하고 있다. 팬들과 많은 야구인들의 염원을 마음속으로 받아 들어주길 바랄뿐이다. 2011년 전 세계 시장에 A 그룹이 내 놓은 슬로건은 모든이가 초대되었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아쉽지만 전세계 가운데 한국 야구팬들은 초대를 받지 못했다.

Twitter - @danielkimW

daniel@dk98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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