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라운지] 넥센 문우람, 허무한 좌투우타 해프닝

조회수 2012. 3. 21. 11: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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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류현진(25)은 프로야구계에 국내 선수 중 희귀한 '좌투우타' 선수로 유명하다. 류현진은 '괴물 투수'로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동산고 시절 우타자로서 4번타자로 활약했고 2010년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는 홈런 1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좌투우타 선수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도 몇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80년대 중반 롯데와 태평양에서 5년동안 활약한 김한조가 최초의 좌투우타 선수였다. 이문한 롯데 운영부장은 "내 동기라서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데뷔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좌투우타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O 연감과 2009년판 기록대백과에는 우투우타로 되어 있다.

메이저리그의 좌투우타로 유명한 선수로는 303승 투수 랜디 존슨과 최고의 리드오프 리키 핸더슨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유형의 선수들은 곧바로 교정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욱 희귀하다. 다만 1986년 드래프트 2위로 긴테스에 입단한 1루수 나카무라 료지가 좌투우타로 뛰었다. 어릴때 오른손을 다쳐 왼손으로 볼을 던졌다. 그는 2군에서 2년 연속 홈런왕와 타점왕을 차지 했지만 1군은 6년 동안 41경기 출전에 그쳤다.

좌투우타가 희소한 것은 왼손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왼손잡이 선수가 굳이 불리한 오른손 타자로 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훨씬 수적으로 적고 그 만큼 희소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한 대신 상대적으로 우투수에게 유리하다. 좌투수보다 우투수가 훨씬 많은 야구계에서는 왼손타자가 훨씬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좌투좌타를 선호한다.

투수와 타자가 분업화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좌투우타인 경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류현진 같은 경우가 그래서 프로야구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다. 역대 외국인 선수 중에도 이따금 있었다. 현재 외국인 선수 중에서 넥센의 앤디 밴 헤켄(33)도 좌투우타다. 그러나 타자는 우투인 경우 모든 포지션에 설 수 있지만 좌투는 1루와 외야에만 설 수 있다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 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올 시즌 우리나라에 좌투우타 선수가 류현진 외에 한 명 더 등장했다. 1992년생으로 2011년 넥센 히어로즈에 신고선수로 입단, 2012년 정식선수가 된 외야수 문우람(20)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간한 '2012년 가이드북'에 좌투우타로 표기돼 있다. 투수가 아닌 타자로서는 유일한 좌투우타 선수다.

특이한 신상을 가진 문우람에게 왜 좌투우타를 선택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허무하게도 그것은 오기였다. 문우람은 자신이 좌투우타로 표기돼 있다는 말에 "잘못된 것이다. 원래 우투좌타다. 어디서 틀렸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돼 있더라"며 표기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넥센 홍보팀은 "문우람이 처음 입단해 신상 명세를 적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 같다. 나중에 틀린 것을 알았지만 이미 KBO가 인쇄 작업에 들어가 고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프로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은 올해 초 문우람의 프로필을 수정했다. 결국 문우람은 올 시즌 동안 한시적으로 KBO 서류상에서만 유일한 '좌투우타 타자'로 남게 됐다.

문우람은 동성고 시절 학교를 대표하며 2010년 청소년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범한 체격에 눈에 띄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그에게 스카우트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넥센에 신고선수로 들어간 뒤 2군에서 76경기에 나와 63안타 26타점 타율 2할8푼3리 장타율 3할6푼8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문우람이 어떻게 흔치 않은 좌투우타 선수로 둔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주목받지 않은 선수였던 만큼 구단과 KBO의 선수 정보 관리가 소홀했음을 엿볼 수 있다. 몇몇 매체에서는 이미 문우람을 유일한 좌투우타 선수로 소개하기도 했다. 단지 한 신인 선수의 프로필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선수에게는 야구 인생에 있어 중요한 문제고 1군이든 2군이든 상대 팀에는 중요한 정보다.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선수들에 대한 더 정확한 관리가 필요하다.

OSEN 고유라 기자 autumnbb@osen.co.kr

<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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