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청소년 훈계, 또 할 수 있을까요?"

2013. 5. 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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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훈계하다 폭행 혐의로 입건

[CBS체육부 박세운 기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포워드 이현호(32)는 지난 12일 오후 7시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중·고등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봤다.

아이와 함께 있었기에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다시 한 바퀴를 돌고 와서도 학생들이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이현호는 그들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때리고 폭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청소년 2명의 머리를 때린 혐의다.

이현호는 CBS와 통화에서 혐의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어린 학생들의 탈선을 막으려는 선의의 행동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무서운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다.

▲"어릴 때 내 생각났다…학생 부모도 도와달라더라"

이현호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자전거를 태우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쪽을 경계했다. 그냥 가길래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와서 놀이터 옆 그늘막에서 담배를 피우길래 오토바이도 그렇고 담배도 그렇고 해서 그쪽으로 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요즘처럼 무서운 세상에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이현호는 "나도 어렸을 때 말썽을 많이 부렸다. 호기심에 담배도 피워봤다가 '이게 아니구나' 느껴서 그만 두기도 했다"면서 "내가 잘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험해봤기 때문에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학생들이 올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훈계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마찰이 없을 수 없었다. 이현호는 "1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욕을 먹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나까지 소리를 지르면 휘발유를 붓는 것 같아 참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사단이 났다. 이현호는 "경찰이 와서 상황이 정리되고 경찰차에 오르려 할 때였다. 학생들이 우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길래 그때 소리를 질렀다. 그 부분은 내 잘못이다"라고 인정했다.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이현호와 맞았다고 주장한 학생들만 남은 상황에서 달려온 청소년 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아이가 맞았다는 소식에 분노를 참지 못했고 화는 나지만 아이도 잘못을 했으니까 그냥 가겠다는 부모들도 있었다.

이현호는 "특히 오토바이를 탔던 학생이 나한테 많이 혼났는데 부모님께서 그냥 가시겠다고 하더라.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도 어렸을 때 해봤고 이게 안 좋은 걸 알기 때문에 혼낸 거라면서 학생의 연락처를 받았고 앞으로 밥도 같이 먹고 농구장에도 놀러오라고 했다"면서 "부모님께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폭력은 무조건 제 잘못…앞으로 훈계 못 할 거 같아"

지금도 이현호의 심정은 얼떨떨하기만 하다. 훈계에서 입건되기까지, 그리고 경찰서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은 이현호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현호도 "잘못은 잘못이다. 폭력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지만 나도 아이가 있으니까, 학생들의 부모님들께도 죄송하고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주위의 반응은 이현호의 심경과는 사뭇 다르다. 남들이 꺼려하는 일에 오히려 잘 나섰다는 격려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일단 이현호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까닭에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이현호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다만 걱정하는 부분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이현호는 "경찰서에서 4시간 정도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 와이프와 늦게까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통화 말미에 이현호는 "앞으로는 그런 청소년들을 봐도 그냥 지나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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