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 충격적인 '모비스→LG 이적' 전말

2013. 4. 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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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에서 깜작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대상이 올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의 주역인 신인 가드 김시래이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다.

울산 모비스는 "김시래가 지난 1월 로드 벤슨 영입에 따른 후속 트레이드로 창원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고 18일 밝혔다. 우승의 기쁨을 누린지 단 하루 만의 빅딜 발표다.

김시래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했다. 당시 김시래는 명지대 출신 정통 포인트가드로 대학무대를 평정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김시래의 타고난 천재성을 낙점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1순위 후보'였던 최부경(서울 SK)을 뽑지 않고 김시래를 택했다. 정통 포인트가드에 대한 갈증이었다.

김시래는 모비스에서 베테랑 가드 양동근과 호흡을 맞췄다. 김시래-양동근의 투 가드 시스템으로 변화에 성공한 모비스는 정규리그 2위,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김시래는 모비스의 통산 4번째 플레이오프 우승의 주역이었다. 양동근이 만장일치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지만, 김시래 역시 양동근 못지않은 MVP급 활약을 펼쳤다.

김시래는 정규리그 54경기에서 평균 6.9점 2.7리바운드 3.0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했지만, 플레이오프 7경기에서 평균 11.0점 3.0리바운드 4.4어시스트 1.9스틸로 맹활약했다. 유재학 감독도 우승 직후 "타고난 재능이 있는 가드라고 확신했는데, 내가 처음 본 눈이 맞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배짱 하나는 끝내주는 선수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우승 주역의 갑작스런 이적 사실이 발표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된다"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농구 팬들도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메가톤급 트레이드다.

이번 트레이드는 특급 비밀로 진행됐다. 플레이오프 기간 중 김시래의 이적설이 나돌긴 했지만, 모비스에서도 고위급 구단 관계자 몇 명을 제외하고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정도로 꼭꼭 숨겼다.

사실 지난 1월28일 모비스가 커티스 위더스를 내주고 LG로부터 벤슨을 영입하면서 김시래 이적은 조건부로 달렸다. 당시 발표는 향후 3년간 국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중 1회가 포함된 카드였다. 우승 멤버를 구축한 모비스이기 때문에 또 다른 계약 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역시 실상은 달랐다. 신인 지명권과 김시래 영입의 2안 중 택일 트레이드였다. 결국 LG의 선택은 김시래였다. LG가 최종 결정을 내리고 모비스에 김시래 카드 통보를 한 시점은 정규리그가 종료된 직후였다.

김완태 LG 단장은 "우리는 향후 시즌에 대한 리빌딩 작업이 필요했다. 김시래 영입은 리빌딩의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LG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8위로 마감하면서 기존 신인 드래프트 제도인 23.5%의 1라운드 상위 지명권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경희대 3인방인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의 영입 가능성도 높다. 모비스와 LG가 이 사실을 비공개로 숨긴 것은 이적 시점 때문이다. 플레이오프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모비스는 LG에 양해를 구하고 김시래에 대한 조건은 발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모비스는 왜 잠재력이 풍부한 '보험' 김시래를 내주고 한 구단에서 3년밖에 뛸 수 없는 외국선수 벤슨을 받았을까. 우승을 위한 선택이었다. 벤슨은 모비스 뿐 아니라 우승에 목말라 있던 인천 전자랜드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모비스는 정영삼급 카드로 김시래를 내밀었고, 결국 모비스와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벤슨 효과를 톡톡히 본 모비스는 전자랜드를 4강 플레이오프에서 꺾고 우승 트로피를 얻었다.

모비스 구단 관계자는 "고심을 정말 많이 했다. 현행 외국선수제도에서는 벤슨 수준의 외국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김시래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과연 김시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모비스로부터 정식으로 통보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시래도 입소문을 통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김시래는 "얘기를 통해 알고는 있었다. 모비스가 아니더라도 어느 팀을 가서든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 2003-04시즌 전주 KCC는 우승을 위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과 함께 무스타파 호프를 모비스에 내주고 레지 바셋을 영입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모비스가 얻은 신인이 바로 양동근이다. 우승과 미래를 맞바꾼 모비스와 LG의 향후 10년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min@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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