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KT행' 서장훈, 입단과 동시에 은퇴 예고한 속내

논현동/최창환 기자 2012. 5. 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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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을 발표하는 자리쯤으로 알았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고 각오를 다지는 회견쯤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달변가' 서장훈(38, 207cm)다웠다. 거침없이 은퇴를 예고했다.

부산 KT로부터 영입의향서를 받은 FA(자유계약) 서장훈이 계약을 체결한 21일 오후 2시 KBL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나타난 서장훈은 "언론과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두 가지가 있어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서장훈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첫 번째 이유는 은퇴를 예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그는 "'최악이 아니라면' 2011-2012시즌을 마친 후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악몽과도 같은 시즌을 보내 선수 생활을 1년 연장하게 됐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2013년에 은퇴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연봉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기 위함이다. 연봉 1억원에 KT와 계약한 서장훈은 "자비 1억원을 더해 2억원을 사회에 기부할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모교인 연세대의 저소득층 자녀에게 기부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라 말했다.

서장훈은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 또 다시 2011-2012시즌과 같은 시기를 보내도 번복할 의사가 없다. 2012-2013시즌은 25년간 농구를 해온 서장훈에게도, 그를 지지한 팬들에게도 '농구선수 서장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다.

우승에 대한 미련은 비웠다. "지금에 와서 '팀의 우승을 위해 뛰겠다'고 각오를 말하는 건 코미디다.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KT와 전창진 감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일 뿐이다. 연봉을 전액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한 그대로다. 그동안 농구로 얻은 게 너무 많았다. 1원도 받지 않으며 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뛰겠다." 서장훈의 말이다.

역할이 제한된다 해도 불만은 없다. 서장훈은 "전창진 감독님은 익히 알려진 명장 아닌가. 감독님에게 모든 걸 맡기고 지시에 따를 것이다. 선수들이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닌, 내가 선수들에게 맞추겠다"고 말했다.

늘 최고를 추구하고 자부해왔던 서장훈이지만, 선수 생활의 막바지에 다다른 2012-2013시즌만큼은 욕심을 버린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은퇴를 앞두고 치르는 시즌이라 해도 설렁설렁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은퇴를 예고했지만, 자신의 농구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며 말이다.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말이지 상대팀에게 봉사하겠다는 말이 아니다(웃음). 내 농구 철학은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농구는 쇼도 아니고, 버라이어티도 아니다. 농구를 그만두는 그 순간까지 변함없는 정신자세로 임할 것이다."

연세대 재학시절부터 한국 농구의 빅맨 계보를 이을 특급 센터로 명성을 떨친 서장훈은 프로 진출 후에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외국선수와의 힘겨루기 속에 늘 정상급 센터로 군림했고, 두 차례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대표팀이 부를 때면 언제든 마다하지 않았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한민국에 20년만의 금메달을 안겨주기도 했다.

영광만 따랐던 건 아니다. 서장훈은 네 차례나 소속팀을 옮겼고, 각종 불화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1-2012시즌 내내 창원 LG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간 그는 35경기 평균 7.5득점 2.9리바운드에 머물렀다. "내 농구 인생에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며 지난 시즌을 회상할 정도. 또한 심판에게 자주 과격한 항의를 해 팬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서장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도 단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인 명예 등 부수적인 수익을 위해 뛰는 게 아니다. 그동안 농구로 얻은 부와 명예를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생각뿐이다"라며 마지막 각오를 전했다.

살아있는 역사로서 한국 농구와 KBL에 수많은 업적을 남긴 서장훈. 그의 마지막 도전에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는 건 어떨까.

# 사진 문복주 기자, KBL PHOTOS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2-05-21 논현동/최창환 기자( doublec@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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