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갑자기 해체 왜?

양승남 기자 2012. 4. 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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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쿨캣 여자농구단의 해체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코치진과 선수들도 여자농구연맹(WKBL)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다. 왜 갑자기 팀을 공중분해하는 최후의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까.

신세계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신세계는 유통소매기업으로서 지난 15년간 여자프로농구 발전에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금융팀 중심의 리그 운영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신세계를 대신해 금융권의 프로팀이 추가되는 것이 여자프로농구가 더욱 활성화되고 농구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체 배경을 설명했다.

WKBL 6개팀 가운데 유일한 비금융권팀으로서의 '한계'와 소외의식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농구계는 신세계의 억눌렸던 피해의식이 결국 해체라는 극단적 결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연맹 및 다른 구단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여자농구는 1997년 실업팀과 금융팀 양대 축으로 출범했지만 현재는 신세계를 제외하고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KDB생명, 국민은행, 삼성생명 등 모두 금융팀만 남았다. 신세계는 그동안 은행팀간의 암묵적인 카르텔 속에서 소외감을 느껴왔다. 특히 은행팀들이 규정을 어기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다. 지난 2009년엔 신세계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 구단이 샐러리캡(연봉상한)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신인 드래프트에 불참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다른 구단들의 불법적인 수당 지급에 대해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신세계 구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팀들이 엄청난 뒷돈을 주고 우수한 선수들을 싹쓸이한 게 공공연히 알려졌지만 WKBL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게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세계는 창단 초반에 4차례 우승했지만 2003년 정선민 등 주축이 이적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고교 신인선수들의 수준이 높지 않은 여자농구에서 FA 영입 외에는 전력 상승이 쉽지 않다. 선수 영입은 돈이 걸려 있는 문제다. 신세계는 과감한 베팅을 해온 은행팀들과 자주 부딪혔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지난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지만 팀이 4강에도 오르지 못하자 그룹 차원에서 농구단 운영을 재고했고 결국 해체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신세계의 이런 주장에 대해 다른 구단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애초에 신세계가 농구단에 대한 애정이 적었고 투자에 대한 마인드자체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구단 해체를 결정하면서 다른 팀으로의 인수와 매각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도 비난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소속팀 선수들에 대한 미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신세계의 해체로 WKBL은 5개 구단 체제가 됐다. 남은 구단은 물론 초·중·고 여자농구의 저변이 축소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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