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김동한, 롤플레이어의 반란

2013. 9. 1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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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박현철 기자] 신인지명 시 구단들은 장대한 체격을 기본으로 우월한 운동능력을 지닌 툴플레이어들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해왔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야수는 기본기를 갖추면 단숨에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치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운동능력과 체격이 떨어지는 대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는 상대적으로 드래프트에서 저평가되어 왔다. 2011년 8라운드 하위 지명 순번의 3년차 내야수 김동한(25, 두산 베어스)은 경기 활약상으로 그 선입견을 뒤집었다.

김동한은 지난 12일 문학 SK전서 5-7로 뒤진 9회초 2사 1,2루서 상대 마무리 박희수의 4구 째 투심(132km)이 몰리자 주저 없이 당겨쳤다. 지난 3~4일 김재호의 장염 결장을 틈 타 대전 한화 2연전서 6타수 4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는 것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노림수 타격이 의외의 홈런으로 이어졌다.

한때 김동한은 중학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유망주였다. 그의 양천중 시절을 기억하는 한 야구 관계자는 '뛰어난 잠수함 투수'였다며 칭찬했다. 양천중-장충고 동기 이용찬은 장난스레 로킥을 구사하면서도 "동한이는 성실하고 야구 잘 하는 친구다"라고 했을 정도. 선수 본인은 "잠깐 투수를 했을 뿐이고 결코 잘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체구가 더 커지지 않으면서 김동한은 야구 기본기를 쌓고 야구에 대한 절박함을 키우며 자신을 담금질했다.

동국대 시절 한미 야구 선수권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리며 대학리그에 재기 넘치는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2011년 드래프트 결과는 8라운드 지명으로 하위 순번이었다. 175cm의 왜소한 체구가 발목을 잡았다. 야구를 알고 하는 데다 기본기를 갖췄으나 프로구단은 체구가 건장한 선수를 먼저 지목했다.

프로 데뷔 후에도 김동한은 저평가된 2년 여를 보냈다. 첫해 재치 넘치는 2루 수비와 작전 수행 능력으로 이미 퓨처스리그에서 눈여겨 볼 선수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으나 확대엔트리로 1군을 밟은 뒤 단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하고 2군으로 다시 내려갔다. 지난 시즌에는 10경기 8타수 3안타 2도루로 적은 표본 가운데 좋은 성적을 올렸으나 2군이 익숙했다. 가끔씩 그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면 재빠른 백핸드 수비, 기본기가 갖춰진 백업 플레이 등이 눈부셨을 정도다.

그러나 데뷔 후 3년 간 1군~1.5군이 함께하는 전지훈련조차 함께하지 못하고 잔류군에 있었다. 이미 퓨처스리그를 평정한 내야수 중 한 명으로 다른 팀에 가면 적어도 1군 풀타임 백업이 될 수 있다는 평도 받았으나 두산은 그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김동한의 본 포지션인 2루에 고영민,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 등 뛰어난 선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동한은 실력이 아니라 운이 없었던 유망주였다.

불운한 가운데서도 김동한은 야구를 놓지 않고 매달렸다. "퓨처스리그에서 적당히 좋은 성적이 아니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두산에서의 1군은 아니라도 군팀 입단이나 2차 드래프트로의 등용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담금질한 김동한. 송일수 두산 2군 감독은 "우리 2군의 최고 자랑거리"라며 이미 시즌 초반부터 그를 칭찬했다. 그러나 1군에서의 부름은 그저 대주자로 쓰기 위한 정도였다. 데뷔 후 줄곧 저평가된. 불운했던 김동한은 데뷔 첫 홈런포로 팀의 기적적인 역전승을 이끈 주역이 되었다.

경기 후 김동한은 "갑작스러운 기회여서 타석에서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풀고 타석에 임했다. 직구 타이밍을 잡고 들어갔는데 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고 실투로 들어왔다"라며 "원래 세리머니를 안하는 스타일인데 나도 모르게 움직여졌다. 도는 순간이 꿈 같았다"라는 말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안 되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살린 김동한의 올 시즌 1군 성적은 15경기 13타수 6안타(4할6푼2리) 1홈런 4타점 5도루에 도루 성공률 100%. 팀에서도 주목하지 않았던 김동한은 롤플레이어의 반란을 문학구장에서 펼쳤다.

farinelli@osen.co.kr

< 사진 >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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