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의 진주' 한화 엄태용에게 박경완 느낌 난다

2013. 8. 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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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창원, 이상학 기자] "요즘 아주 신났어. 공에 맞아도 안 아픈가봐".

한화 김응룡 감독이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2년차 신예 포수 엄태용(19)을 볼 때마다 허허 웃는다. 김응룡 감독은 "엄태용이 걔 요즘 아주 신났다. 공에 맞아도 안 아픈가보다"고 흐뭇해 했다. 지난주부터 주전 포수로 발탁된 엄태용은 5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타율 3할7푼5리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39이닝 동안 포수 패스트볼 없이 폭투만 하나했을 정도로 수비력도 안정돼 있다.

▲ 예상치 못한 깜짝 등장천안북일고 출신 엄태용은 지난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59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타고난 어깨와 강한 힘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고, 당장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되지는 않았다. 첫 해 2군에서 실전 경기보다 훈련에 집중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선수 등록 문제로 신고선수로 잠깐 전환되기도 했다. 올 시즌 전력이 아니었다는 뜻. 엄태용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보다 잘 하는 포수들이 많았다. 신고는 언제든 풀릴 수 있으니 믿고 기다렸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엄태용은 2군에서 빠른 속도 성장했고, 6월과 함께 정식선수로 재전환됐다. 지난 6월18일 데뷔 첫 1군 등록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으나 한 달이 지나 다시 1군에 재등록돼 기회를 잡았다. 한화는 올해 엄태용 포함 무려 6명의 포수를 1군 경기에 투입할 정도로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포수난을 겪는 와중에 엄태용이 1군 주전 포수 데뷔 5경기 만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엄태용이나 공수에서 정말 잘 한다. 이제 포수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극찬할 정도다. 엄태용은 "요즘 야구가 잘 돼 기분이 좋다. 이렇게 프로에서 주전으로 뛰는 건 처음이다. 경기를 계속 뛸 수 있어 즐겁다"고 싱글벙글이다.

▲ 타고난 포수, 박경완 느낌 솔솔올해 2군 퓨처스팀에서부터 엄태용을 지켜보고 있는 한화 전종화 배터리코치는 "마치 박경완 같은 느낌이 든다. 힘이 좋을 뿐만 아니라 유연성도 뛰어나다. 성장 속도나 생김새를 봐도 여러모로 박경완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1991~1994년 쌍방울에서 포수로 뛰며 미완의 대기였던 박경완이 자리를 잡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전 코치는 "엄태용의 포구 자세와 블로킹이 안정적인 것도 결국 골반의 유연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힘으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힘 빼고 정확성을 기르는데 많이 신경 썼다. 가르쳐주는 것을 습득하는 것도 빠르다. 포수로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자세가 안정돼 있어 공을 안 빠뜨린다. 엄태용이 마스크를 쓴 이후부터 우리팀의 폭투가 많이 줄었다"고 거들었다.

포수 출신의 NC 김경문 감독도 "올해 한화 포수 중에서 엄태용이 가장 좋아 보인다"며 몇 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공주중 출신 엄태용이 고교로 진학할 때였는데 공주 출신 김 감독이 엄태용에게 미트 하나를 선물하며 공주고 진학을 권유한 것이다. 엄태용은 북일고로 진학했지만 그때부터 가능성있는 포수로 주목받았다. 흙속의 진주였고, 이제야 진가를 발휘 중이다.

▲ 알고 보면 진정한 노력파엄태용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포수였다. 포수 미트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183cm 85kg 탄탄한 체격과 강한 어깨를 보면 '타고난 포수' 같다. 하지만 엄태용은 재능보다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선수다. 어깨가 강해진 것도 알고 보면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안)승민이형이랑 같은 초중학교를 나와 캐치볼을 자주 했다. 승민이형이 멀리 잘 던지는데 나는 왜 안 될까 하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다. 더 세게 던지고, 던지며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홈에서 펜스까지 던질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한 번 부딪치면 포기를 안 한다. 2군에서 이정훈 감독 지시아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5kg을 감량했다. 김응룡 감독도 "살 뺀 것을 보고 언제 한 번 기회를 한 번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의지를 높이 샀다.최근에는 상대팀 타자 분석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엄태용에게 사인을 하나도 안 낸다. 알아서 하게끔 한다"고 말했다. 엄태용도 "리드는 내가 하고 있다. 투수가 그날에 잘 던지는 공과 상대 타자 분석을 토대로 한다. 어떤 타자가 어떤 공과 코스를 잘 치는지 노트에 메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주전 포수 데뷔와 함께 5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릴 정도로 감이 좋다. 2루타만 3개로 장타력이 뛰어나다. 엄태용은 "원래 타격을 못했는데 이상하게 잘 맞는다. 이렇게 잘 치는 건 야구하면서 처음이다. 생각없이 치는데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고 칭찬하니 더 잘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두려움도 없다. 블로킹이 뛰어난 그는 "공에 맞아도 뼈가 부러지지만 않으면 괜찮다"며 "앞으로 안 좋을 때가 오더라도 계속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완 느낌이 나는 신예 엄태용이 한화의 포수 고민에 종지부 찍을 날이 머지 않았다.

waw@osen.co.kr

< 사진 > 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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