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리더에게 묻는다] 선수 11명 프로 보낸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하남직 2013. 6. 1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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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대신 결과물 줘라 리더에게 믿음 생긴다누구나 있는 장점, 찾고 살려줘야아랫사람에게 의존 땐 한계 생겨

"경제 위기라는데, 모두 사장님들 책임입니다."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이 중견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던진 말이다. 대기업 강연에서는 더 날카롭다. "일류 기업이 왜 이류 기업만도 못한 생각을 합니까." 강연 초반에는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도 꽤 있다. 하지만 강연이 끝나면 "또 와주실 수 있습니까"라는 요청을 받는다.

 김 감독은 인기 강사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한다. 듣기 거북할 만큼 따끔한 지적을 쏟아내지만 강연을 끝까지 듣다 보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 감독은 지도층에게 "부하 직원을 얼마나 믿습니까"라고 자주 묻는다. 대부분 "직원들을 믿고 일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면 "당신은 부하 직원들이 절대적으로 믿는 리더입니까"라고 되묻는다. 이때 자신 있게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감독은 "리더와 조직원의 목표가 하나가 될 때 그 조직은 성공합니다. 조직원들이 자신을 100% 신뢰하도록 만드는 게 리더입니다"라고 말한다. 박수가 쏟아진다.

한국 야구 최고의 지도자 김성근이 지휘하는 팀은 프로야구가 아니라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다. 고양 원더스에 부임한 지 1년 6개월이 흘렀다. 그사이 11명의 원더스 선수가 프로 무대로 발돋움했다. [중앙포토]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지난 7일 김정록(23)이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독립야구단 원더스가 배출한 11번째 프로 선수다. 김정록은 "감독님, 저 오늘 넥센으로 갑니다"라고 인사했다. 김 감독은 무심하게 "저기 배트 한 자루 가져가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등을 돌렸다. 김정록은 핑 도는 눈물을 꾹 참았다.

 김정록은 2011년 12월 해병대에서 전역한 뒤 원더스에 입단했다. 2008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그는 프로지명을 받지 못했고, 일본의 한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입대했다. 김정록은 '발만 빠른 선수'였다. 타격 훈련 때도 타구가 내야를 겨우 넘어갔다. 김 감독은 김정록의 장점부터 봤다. 그리고 단점을 고쳐나갔다. "야, 해병대. 스윙 100번 해라." 김정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붙더라"고 했다. 그가 올 시즌 첫 퓨처스리그 경기(4월 19일 LG전)에서 결승홈런을 쳤다.

 김 감독은 "누구나 장점이 있다. 리더는 장점을 발견할 눈을 가져야 하고, 그걸 살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고양에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프로에서 외면받은 선수들이 모여 있다. 김 감독의 다른 눈과 다른 생각으로, 그들은 다른 선수가 된다.

 그 과정은 참 힘들다. 선수 손의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나도 김 감독은 모른 척했다. 김 감독은 "오늘 칭찬하고, 달콤한 말을 해주면 당장은 선수들이 따른다. 하지만 결과물이 없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 시즌이 지나고 결과를 보여주면 '아, 이 사람을 따르면 내가 뭔가를 얻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신뢰가 쌓이는 거다. 그게 진정한 대화 아닌가"라고 했다.

 김정록은 "2011년 12월에는 감독님의 훈련이 힘들기만 했다. 그런데 2012년에 같이 훈련한 선수들이 프로에 가더라. '감독님을 따르면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이 생겼다. 프로에 가서도 '김성근 감독님께 배운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뛰겠다"고 했다.

 ◆틀과 상식에서 벗어나라=김 감독은 10일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 중계를 열심히 봤다. "서브를 할 때 오버핸드스로 투수를, 포핸드 스매시가 나올 때는 사이드암 투수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이상훈 투수코치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 감독은 원더스 투수들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먼저 쥐게 했다. "느낌이 오나"라고 물은 뒤 야구공을 건넸다. "그렇지. 지금 그 느낌이야." 테니스를 봐도, 배드민턴 라켓을 쥐어도 결국은 야구 얘기다.

 야구 인생 60년. 그가 더 배울 게 있을까. 김 감독은 "리더는 조직의 어떤 구성원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감독이 코치에게 의존하면 그 팀에 한계가 생긴다. 투수와 타격, 수비 모두에서 최고 전문가가 돼야 팀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이건 사회 지도층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위로 올라갈수록 자신의 것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더 혈연·지연에 의존하고,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 리더는 물처럼 흘러가야 한다. 고이면 조직이 썩는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도전하고, 앞서가라"고 조언했다.

하남직 기자 < jiks79joongang.co.kr >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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