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탄생, 박재홍은 끝까지 당당했다

2013. 1. 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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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선수' 박재홍은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전설' 박재홍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박재홍은 대선수답게 끝까지 당당했고 타석에서 그랬듯 호쾌한 모습으로 현역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박재홍은 25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7년간의 영광스러웠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11월 SK로부터 지도자 연수 제안을 받은 뒤 현역 연장을 위해 뛰어다녔던 박재홍은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하고 현역 이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초라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그가 남긴 기록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당당했다.

박재홍은 "현역선수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고 잘할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비록 은퇴를 선언하지만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열정이 있다고 자신했다. 또 자신이 현역 시절 쌓은 커리어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재홍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나름대로 30-30을 세 번이나 달성했고 소속팀을 5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팬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드렸다고 생각한다"라고 되돌아봤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박재홍 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1년 남짓 수행한 선수협 회장직에 대해서도 "위기에 빠진 선수협을 정상화시키고 야구인의 화합을 이끌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프로야구 숙원이었던 10구단 창단을 이끌어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1년 동안 전임 집행부의 초상권 비리 문제를 강한 스윙으로 정면 돌파한 박재홍이기에 역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선수협 회장직을 내려놓는 것이 새 팀을 찾기 더 수월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박재홍 특유의 자존심이 대답했다. "그런 조언이 없지는 않았다"라고 말한 박재홍은 "비겁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선수협 회장을 내려놓고 새 팀을 못 찾으면 더 창피한 것 아니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깨끗하게 물러나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도 당당하게 해명했다. 박재홍은 "'돈 때문에 고향을 버렸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에 너무 가슴 아팠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라면서 "(현대 트레이드 사건은) 그 때 선수가 구단을 택할 수 없는 구조였다. 지명권을 윗분들끼리 사고팔아 트레이드시킨 건데 돈 때문에 고향을 배신했다거나 밀약을 하고 현대로 갔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안타까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편 최근 자신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후배 손민한을 직접 부른 것도 박재홍의 남자다움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박재홍은 "지금도 내 비판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수로서 살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손민한이 사라지자 직접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에 손민한을 직접 초청해 소명의 기회를 준 것은 의외임에 틀림없었다.

이렇게 박재홍은 30~40분 정도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었다. "(300-300 클럽에) 도루 33개를 못했는데 이는 TV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박재홍은 이제 방송 해설자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흐르는 세월이 박재홍의 기량을 뺏어갔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백과 자존심까지는 뺏어가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은퇴 기자회견이었다. 박재홍은 끝까지 박재홍이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

< 사진 >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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