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라인 맏형' 이재우의 2년과 손목인대

2012. 9. 2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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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현철 기자] 손바닥을 정면으로 했을 때 동맥혈이 지나는 부위를 보면 두 가닥의 인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896일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두산 베어스 베테랑 우완 이재우(32)의 양 손목에는 이 인대들이 없다. 잃어버렸던 2년 동안 이재우의 양 손목 인대는 끊어졌던 오른 팔꿈치 인대를 잇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

이재우는 지난 22일 잠실 SK전에서 1-5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첫 타자 조인성을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 대타 박재홍을 좌익수 플라이, 정근우를 2루 땅볼로 잡았다. 지난 2010년 4월 10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팔꿈치를 감싸며 물러났던 이후 무려 896일 만의 복귀였다.

2000년 탐라대를 중퇴하고 자신의 신인 지명권을 보유했던 두산에 훈련 보조 및 기록원으로 입단한 이재우는 이듬해 정식 등록에 성공한 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현 NC 감독은 배터리코치 시절 이재우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훈련보조 이재우의 공을 직접 받으며 정식 선수 등록의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던 시기는 바로 2005년과 2008년. 2005시즌 이재우는 7승 5패 1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1.72의 성적을 올리며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동시에 생애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8년에는 계투로서 11승 3패 2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1.55의 성적으로 또다시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힘을 보탰고 이듬해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 생애 첫 태극마크의 기쁨을 안기도 했다.

2009년에도 이재우는 54경기 5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88의 성적을 기록했다. 선발도 병행하며 올린 성적으로 당시 팬들은 함께 계투로 뛰던 고창성, 임태훈, 이용찬과 이재우의 성 이니셜을 따 'KILL 라인'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시즌 전 최약체 평가를 받던 2000년대 중반은 물론 포스트시즌 컨텐더로 자리잡았던 두산의 호성적에는 언제나 이재우가 있었다.

그러나 2010시즌 두 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가 탈을 일으키며 이재우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그해 8월 이재우는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 건너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다가올 복귀 시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경 접합 수술을 받은 인대가 또다시 끊어지는 2차 불운이 시작되었다. 이재우가 심각하게 야구 은퇴를 고민했던 시기다.

"수술을 받고 인대가 끊어졌던 전력이 없었던지라 조브 클리닉 측에서 재수술을 거부했다. 선수 생명을 걸고 했던 수술인데. 정말 힘들었다". 두 달 간 시름 속에 살던 이재우는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팔꿈치 인대 재수술을 받았다. 그는 양 손목을 보여주며 "여기 있던 손목 인대는 모두 내 오른 팔꿈치 인대를 잇는 데 사용되었다"라고 밝혔다. 기능이 떨어지는 편이기는 해도 손목 인대는 손목 관절과 뼈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잠실 마운드에서 던질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었으면 했다. 8월 2군에서 공을 던질 때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정말 빨리 1군에 오르고 싶었고. 손목 인대가 없다고 해도 아프지 않고 공을 던질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할 것 같다". 김진욱 감독은 두 차례 수술 전력의 이재우가 연투도 가능한 지 여부를 알기 위해 2군 잔류 기간을 좀 더 두었고 그 사이 조모상과 팔꿈치 건초염으로 인해 다소 복귀 시점이 늦어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재우는 드디어 2년 여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공을 던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동안 나를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또 고맙다. 나 때문에 고생했던 아내(배구선수 출신 이영주씨)에게 보답하고 딸 윤서에게 '아빠가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김진욱 감독은 이재우의 복귀 건에 대해 "포스트시즌 비밀병기"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큰 경기 경험을 갖춘 데다 제구력을 갖춘 형님급 투수인 만큼 단순한 경기력만이 아니라 큰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젊은 선수들에게 필요한 조언자로서 역할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잃어버린 손목 인대와 2시즌을 뒤로 하고 이재우는 권토중래의 자세로 포스트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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