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김기태 감독님..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 아닌가요?

조회수 2012. 9. 13. 06: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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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쳐라 무적 LG~~~"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SK의 정우람이 마운드에 올라 몸을 풀자 LG의 팬들은 모두 일어나 LG 치어리더들과 함께 '무적 LG'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LG의 김기태 감독은 타격을 준비 중이던 박용택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인다. LG 팬들은 어깨동무하며 마지막 대 역전극을 기대했지만, 김기태 감독의 생각을 달랐다. 그는 박용택 대신 신인 선수인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한다.

결과도 결과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을 1군 무대 데뷔를 마운드가 아닌 익숙하지 않은 배트를 들고 치러야 했던 신동훈의 모습이 보기 어려웠다. 그 나이 어린 선수는 무슨 죄가 있어서 1년 내내 들지 않았던 배트를 들고 그 수많은 사람 앞에 나서야 했을까? 그리고 오랫동안 그를 뒷바라지 하던 그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분명히 그가 상상했던 1군 무대 데뷔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말 황당한 상황이었다. 너무 빠르게 연출된 광경이라 현장에서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신동훈은 투수 아닌가?"

조금 전 까지 타격을 준비 중이던 박용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LG 선수들은 신동훈이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를 포기한 듯 더그아웃 난간에서 일렬로 기다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사회인 야구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여 있다는 프로야구 1군 경기에서 연출되고 말았다.

9회 말 투아웃이었지만 볼넷 하나와 홈런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여도 어떠한 이유에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경기 후 김기태 감독과 LG 코치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현장을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막대풍선을 들고 응원을 하고 있던 LG 팬들을 바보로 만들어 놓고 아무런 말없이 '퇴근'하고 만 것이다.

무엇이 그를 화나게 했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김기태 감독을 이렇게 화나게 하였을까? 직접적인 설명이 없으니 추측할 수밖에 없다. 아마 9회 말 SK 이만수 감독의 잦은 투수교체가 김기태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김기태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만수 감독의 투수 교체는 문제가 될 수가 없다. 경기 흐름이 물론 SK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었지만 스코어는 3-0이었다. 만약 10-0인 상황이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SK는 정규 시즌 2위 자리를 위해서 온 힘을 다하고 있고 3-0이라는 스코어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만수 감독은 9회 말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그가 최동수를 삼진으로 처리하자 곧바로 이재영을 기용했다. 그리고 이재영은 첫 타자인 이진영을 뜬공으로 처리하였지만, 정성훈에게 2루타를 허용한다. 그리고 이만수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다시 나와 정우람을 마운드로 부른다. 아주 조심스럽게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SK에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9회 말에만 2번의 투수 교체를 한 것이지만 상황과 경기 스코어를 판단했을 때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투수 교체였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라는 대기록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많은 LG 팬들은 경기장을 찾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 총 110만 명이 넘는 관중이 LG 경기를 보기 위하여 잠실야구장을 찾았다고 한다. 12일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총 7,819명으로 집계되었고 이날 열린 4경기 중 가장 많은 관중이 찾았던 경기가 바로 LG의 경기였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의 결정은 무엇보다 이날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경기장을 찾은 LG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경기도 내용도 형편 없었다. 선발투수인 리즈는 자기 역할을 해냈지만, 야수들의 연이은 실책과 삼진 7개를 기록한 무기력한 타자들의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었다. 윤희상의 호투에 점수를 내지 못한 것은 그렇다 치고 에러가 4개나 나온 경기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LG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9회 말 투아웃의 기적'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무슨 이유인지 그러한 기대를 스스로 포기했다. 동네야구에서도 보기 어려운 프로답지 못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무슨 이유를 말하던 상관이 없다. 이미 경기는 LG의 패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보자.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LG를 왜 아직도 많은 팬은 응원하고 있는 것일까? 수준 높은 야구를 보기 위해서일까? 절대 아니다. LG 팬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뿐이다.

만약 SK의 이만수 감독의 투수기용이 문제가 있어도 경기를 포기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순간 화가 난다 하여도 참아야 하는 자리가 바로 감독의 자리이다. 선수를 탓할 필요도 없고 상대 팀 감독을 탓할 필요도 없다. 경기 결과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원인은 감독 본인이다.

LG 선수단과 팬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감독이 아니다. '리더'가 필요한 구단이 바로 LG트윈스이다. 그리고 2012년 9월 12일 LG 더그아웃에는 '9회 말 투아웃의 기적'도 없었고 리더의 모습은 더더욱 찾기 어려웠다.

Ps. 한편 같은 시각 롯데 자이언츠는 9회 초 투아웃 상황에서 3점을 극적으로 뽑아내며 KIA 타이거즈에 역전승을 거뒀다.

Twitter - @danielkimW

daniel@dk98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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