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백스톱]류현진,윤석민의 ML진출은 희망사항일 뿐

문상열 2012. 9. 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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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과 이적료 등 현실적인 걸림돌 많아 미국 보다는 일본행이 현실적

[마니아리포트 문상열]요즘 국내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는 류현진,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어떤 기사들을 보면 거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논앞에 온 듯하다. 이미 분위기는 띄워져 있는 게 사실이다. 류현진의 등판 때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거 참관해 스피드건을 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참관했다고 마치 미국 진출이 기정사실화된 듯 착각하면 곤란하다. 오보가 돼 버린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선수 참관은 그들의 일이다. 괜찮은 선수가 있으면 당연히 보는 것이고 일상적인 일이다. 국내 최고 투수인 류현진, 윤석민의 피칭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론부터 내린다면 류현진, 윤석민의 2012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50% 미만이다. 진출 불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이들이 굳이 외국행을 고집한다면 일본행이다. 결국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의 전철을 밟게 돼 있다. 미국을 노크했다가 일본행으로 굳어지는 과정이다. 구단의 대승적 차원도 일본에 국한된 것이지, 미국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선 선수들이 다 그랬다. 진정 자신의 꿈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데 있다면 완전 프리에이전트가 돼 금전과 관계없이 스스로 미국행을 두드리는 게 훨씬 낫다. 포스팅을 거쳐 미국 구단들이 이상훈, 임창용에게처럼 헐값을 써냈을 때 본인과 한국 프로야구가 맛보는 좌절감도 고려해야 한다. 기량의 문제가 아니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메이저리그의 한 스카우트에 따르면 미국 구단들이 판단하는 류현진은 제4선발감이다. 2년에 연봉 500~600만 달러 정도에 계약하면 큰 무리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화 구단에 줄 포스팅 피(Fee)는? 100만 달러가 넘지 않는다고 했다. 한화 구단이 선뜻 류현진의 미국행에 동의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팀이 완전히 망가져 있는데 에이스 마저 그것도 고작 100만 달러 수준의 이적에 동의할 구단은 없다. 군불만 때는 격이 되고 만다. 여론은 류현진 편이기 때문에 구단은 고민 끝에 일본행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릭스 블루웨이브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류현진의 계약 조건이 흥미롭다. 투 플러스 원이다. 2년 계약에 1년은 옵션이라는 뜻이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르빗슈 유가 포스팅시스템을 거친 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기간이 6년이었다. 류현진은 포스팅 여부를 떠나 2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다르다. 검증이 안돼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자세다. 미국에 진출하기 쉽지 않은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질 않다.

윤석민은 미국에 진출할 경우 선발감은 아니라는 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평가다. 불펜투수다. 선발투수로서는 체격이 작은 편이다. 구단 발표로는 184cm, 85kg의 체격 조건이지만 외형적으로 작아 보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뛴 김병현의 경우 체격 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구위가 엄청 뛰어났다. 마이너리그 기간이 짧았던 이유가 타자들이 김병현의 볼을 건드리질 못했기 때문이다. 전성기의 구위는 김병현이 우위다.

많은 야구인과 기자들은 현 시점의 류현진은 1998년 이상훈과 2002년 임창용이 포스팅을 거쳤을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한다. 기자는 98년 보스턴 현장에서 취재했다. 이승엽이 미국행을 추진할 때도 현지에 있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게 배경이다. 물론 국가대항 A매치를 통해 한국 야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구의 저변이 늘어났거나 인프라 등이 바뀐 것은 없다. 이상훈, 임창용 때와 똑같다. 미국에서는 달라졌다고 보기 힘들다.

타자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게 또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타자와 한국 타자는 타격 접근부터가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히팅이고, 국내 프로야구는 컨택트다. 미국에선 1번부터 9번까지 다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한국은 제한된 타자가 홈런을 때린다. 다르빗슈의 일본 프로야구 통산 평균 자책점이 1.99다. '언히터블'이었다. 하지만 그의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은 4.31이다. 이 평균자책점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한국 프로야구를 더블A 내지 트리플A 수준으로 인식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 류현진과 같은 군계일학의 투수가 나올 때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저변이 우리보다 훨씬 넓은 일본은 트리플A에서 승률 4할대의 메이저리그 팀으로 판단한다. 일본 타격왕 출신(후쿠도메 고스케)에게 거금을 준 것이나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르빗슈 유에게 5000만 달러 이상을 주고 포스팅을 통해 영입했던 이유다.

후쿠도메를 영입했던 2008년 무렵 메이저리그에서는 일본 선수라면 거의 입도선매였다. 이제는 거품이 빠져 일본 야수에게는 큰 돈을 주지 않는다.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외에는 큰 성공을 거둔 야수가 없다. 하지만 투수는 상황이 다르다. 어느 팀이든 투수가 모자란다. 더구나 162경기의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탓에 부상자가 나올 우려가 있어 검증된 투수 확보가 각팀마다 선결과제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보는 일본 프로야구와 한국 프로야구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일본 투수들과 한국 투수의 비교는 자유지만 미국은 그런 시각에서 보질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특급 투수가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저변 차제가 다르다. 박찬호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투수가 된 이래 프로야구 출신이 명몇 진출했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이상훈, 구대성 딱 2명에 불과하다. 한국 선수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모두 12명. 이 가운데 2명이 프로다. 두 좌완 나란히 전성기가 지난 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풀타임도 소화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상훈과 구대성 두 좌완이 전성기 시절에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으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투구 폼이 독특한 구대성이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한국야구위원회의 완전 프리에이전트 10년은 외국 무대에서 뜻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기간이다. 국내 선수의 체격상 전성기가 지난 후에 FA가 되는 셈이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현재가 전성기다. 올시즌 부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을 거친 후에 미국으로 갈 때는 전성기가 지난 후다.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하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꼭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발언이다. 이승엽, 임창용, 김태균, 심지어 이대호도 오릭스에 입단하면서 같은 발언을 했다. 메이저리그는 2년 전 올스타에 선발된 선수라도 실력이 떨어지면 곧바로 방출되는 곳이다.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마이너리그를 거쳐 오랜 적응기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국내 프로 선수들을 검증 안된 선수로 분류하는 까닭이다. 4만명의 관중(일방적이다)에서 투구하는 것과 1만여명의 홈팬 앞에서 던지는 것은 비교하기 어렵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개인적으로 류현진, 윤석민, 오승환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한국 선수가 많아야 신바람도 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너무 많다.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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