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야구인 87% "류현진 ML진출, 올시즌 끝나면 바로"

입력 2012. 9. 7. 07:09 수정 2012. 9. 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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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한화 류현진. 야구인 30명 중 26명은 "올 시즌 후 바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만약 한화 구단주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11명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대전|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야구계 파워엘리트 30명 설문…"류현진 해외무대 도전, 언제가 좋을까?""더 어린나이·가장 좋을 때 진출 최선""올시즌 후 도전" 26명 압도적인 지지

3명은 "포스팅 피해 2년후 FA때 가야"절친 김태균 "준비기간 더 필요" 조언11명 "내가 구단주면? 당장은 못보내"

한화 에이스이자 대한민국 에이스인 류현진(25)이 최근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프로야구계에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8개 구단 선수 및 코치 24명, 야구해설가 6명 등 총 30명에게 류현진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질문 2가지를 연이어 던졌다. 첫 번째는 '류현진이 올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아니면 2년 후 완전 FA(프리에이전트)로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다. 30명 중 26명이 "올 시즌 후 바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다음 질문에는 답이 조금 달랐다. 많은 이들이 곤혹스러워했다. '만약 당신이 한화 구단주 또는 관계자라면 올 시즌 후 류현진을 해외에 보낼 수 있는지'다. 14명은 "그래도 보내주겠다"고 답했지만 11명은 "곤란할 것 같다"고 밝혔다. 5명은 끝까지 말을 아꼈다. 류현진의 해외 진출에 대한 시각은 이렇게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

설문 참가자 30명 중 26명이 올 시즌 후 류현진이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해외에 도전해야 한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선수시절 포스팅시스템과 비슷한 형태인 임대로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던 정민태 넥센 투수 코치는 "조금 더 어리고 힘과 기량이 충만할 때 꿈을 위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광근 SK 수석코치는 "2년 후에는 류현진도 서른에 가까워진다. 메이저리그에는 지금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 때 공에 가장 힘이 있는 투수들이 많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삼성 투수 배영수는 "선수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현재 한국 최고 투수다. 가장 좋을 때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포스팅은 팀을 선택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KIA 투수 서재응은 완전 FA 자격을 취득한 뒤 나가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답한 3명 중 한명이다. 그 대답에는 경험자로서 후배의 앞날을 걱정하는 깊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서재응은 "포스팅은 선수에게 구단 선택권이 없다. 내셔널리그가 처음 적응하기에는 더 유리한 점이 많다. FA가 되면 더 많은 금전적 수익도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팀, 내게 유리한 팀을 택할 수 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 있다"고 충고했다. 류현진의 팀 선배인 김태균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태균은 "본인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사적인 자리에서 'FA 때 가라'고 말한다. 친한 형으로서 현진이가 실력적으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보지만 아직 준비가 모라란 게 아닌가 싶다. 이치로(뉴욕 양키스)는 일본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영어공부를 하고 메이저리그를 분석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야구단의 딜레마

만약 당신이 한화 구단주 또는 관계자라면? 이 같은 가정에 30명 중 11명이 '올 시즌 후에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11명 중 상당수는 첫 질문에서 '류현진을 올 시즌 종료 후 보내줘야 한다'고 답했었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관건은 포스팅 머니다. 구단이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문제다"고 지적했다. 한 고참 선수는 "한국 최고 투수의 위상, 선수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이다. 한국프로야구는 넥센을 제외한 모든 팀이 대기업의 소유물이다. 구단의 금전적 수입보다 성적과 흥행을 통해 모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큰 운영목적이다.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 소유의 야구단이 2년 동안 30승 이상이 가능한 에이스를 포스팅 머니와 바꾼다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2년 뒤 류현진이 완전 FA가 돼서 해외로 떠나면 한화는 돈도, 보상선수도,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구단의 첫 번째 고려사항은 팀 성적이다. 최상의 선수를 계속 보유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도 "내가 구단주라면 내줄 수 없는 카드 아니겠느냐. (한화는) 감독도 바뀐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여줘야 할 시기라는 것도 변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30명 중 절반 가까운 14명은 구단주의 입장이라도 류현진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하일성 KBSN 해설위원은 "한화 입장에선 섭섭한 이야기겠지만 구단의 이미지, 그리고 금전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조금이라도 일찍 보내는 것이 좋다. 포스팅 금액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도 있다. 팬들에게도 좋은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대승적인 차원,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모두 일찍 보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판단은 이제 한화의 몫이다. 다만 "새 감독이 판단할 문제다"라는 한화 구단의 현재 입장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 비쳐질 수도 있다. 팀 재건을 원한다면 새 감독에게 힘을 줘야지 벌써 방패로 삼을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한화 구단이 먼저 확고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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