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 장난치는 팀, 보기 좋지만 성공은 못해" 김성근이 본 요즘 야구

2012. 7. 1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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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무너지는 건 한순간, 평소 엄하게 대하면서 필요할 때 잘 챙겨줘야
10구단 KBO 위임 막연한 결정.. 올스타전 뛰면 선수협이 진 것
재벌이 프로야구 우습게 봐

[동아일보]

'8연패 뒤 1승, 6위 추락, 5할 승률….'

지난 5년간 한국 프로야구 최강 팀으로 군림했던 SK의 올 시즌 성적은 무척 낯설고 당혹스럽다.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사진)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7∼2010년 SK는 한국시리즈 우승 3번에 준우승 1번을 했다. 김 감독이 중도 퇴임한 지난해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했다.

김 감독은 올해 독립구단인 고양을 맡아 선수 조련에 한창이다. 11일 고양의 안방인 국가대표야구훈련장 감독실 한쪽에는 야구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소설 '나는 감독이다', 류랑도의 '제대로 시켜라' 등 대부분 리더십에 관한 책이었다. 김 감독은 내년 1월 자신의 경험을 담은 '내게도 이런 리더가 있었으면 좋겠다'(가제)라는 자기 계발서를 펴낼 예정이다. 그가 바라본 요즘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감독이 선수와 장난쳐선 성공 못한다"

김 감독은 야신(野神)이라 불린다. 프로야구 30년 가까운 감독 인생 내내 '엄한 아버지'로 살았다. 칭찬에는 인색했다. 선수들과는 밥도 같이 먹지 않았다. 하지만 뒤에선 '자상한 어머니'였다. 열심히 뛰는 선수는 절대 내치지 않았다. 선수들이 기회를 원할 때 마지막으로 찾는 사람도 김 감독이었다.

그는 "감독이 코치나 선수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게 보기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자칫 감독을 우습게 볼 수 있다. 엄하게 대하면서 필요할 때 한 번씩 챙겨주는 게 내 리더십이다. 일부 팀처럼 감독이 코치나 선수와 장난치며 격의 없이 지내선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팀을 만드는 건 오래 걸려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하지만 (SK는) 아직 시즌 중이다.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 "못 버티는 놈은 떠나라"

고양은 6일 투수 이희성을 LG로 보내며 창단 7개월 만에 첫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팀 승률이 3할이 안 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어느새 5할 승률(12일 현재 12승 4무 12패)이 됐다.

김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고양은 팀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었다. 방출 선수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가 주축이 된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팀을 괜히 맡는다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복잡했다"고 했다.

하지만 2월 20일 일본 독립야구팀 에히메와의 경기에서 2-4로 뒤지던 9회말 3점을 내며 첫 역전승을 한 뒤 희망을 봤다. 훈련은 더욱 혹독해졌다. 몇몇 선수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그는 이들에게 "야구를 우습게 안다"며 오히려 질책했다.

6월 15∼17일 NC와의 3연전도 잊을 수 없는 경기다. 이 경기는 2007∼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김경문 NC 감독과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결과는 2연패 후 1승. 김 감독은 "처음 2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했을 땐 억울하고 분해서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고양에 온 뒤 이때 처음으로 3일간 잠을 못 잤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1승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는 "이 경기를 계기로 팀이 한층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고양은 이날 이후 5승 1무 1패를 달리고 있다.

○ "올스타전 참가하면 지는 거다"

김 감독은 요즘도 야구계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발표한 '10구단 문제를 KBO에 위임한다'는 결정에 대해 "비 오니 우산 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올스타전 불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이런 결정도 없었을 거란 얘기다. 김 감독은 "위임이란 건 참으로 막연하고 우유부단한 결정이다. 선수협이 이런 결정에 승복해 올스타전에 참가하면 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9일 일구회 기자회견에서는 "재벌이 프로야구를 우습게 본다"고도 했다.

그는 고희(古稀)의 나이에도 한결같다. 만족을 모르는 것도, 할 말은 하는 것도, 약팀을 강팀으로 바꾸는 것도 그렇다. 이 모든 게 '김성근'답다.

고양=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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