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나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었을 뿐이다"

광주|김은진 기자 2012. 4. 2. 06: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양이 둘일 수는 없다.

감독 선동열과 선수 이종범. 팬들이 그렇게 보고파했던 타이거즈 최고 스타 둘은 결국 함께 가지 못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42·KIA)이 은퇴했다. 개막 일주일 전 전격 은퇴를 발표하고 떠나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종범은 3월31일 오전 선동열 감독과 면담을 갖고 이날 오후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형식적으로는 이종범이 결정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선 감독이 권유했다. 이종범은 지난 29일 이순철 수석코치를 통해 개막엔트리 제외 사실을 통보받았고, 31일 선 감독과 면담을 통해 이를 재확인 했다. 선 감독은 그를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할 것이며 1군에 있기에는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린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선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이종범의 은퇴는 시기가 문제일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선 감독은 삼성에서도 지난 2010년 양준혁을 은퇴시켰다.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던 양준혁을 벤치 멤버로 앉히며 서서히 전력에서 제외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젊은 선수를 키우고, 코칭스태프 중심으로 선수단을 끌고가는데 '거물급 고참'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태 역사상 최고 스타인 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KIA가 5년 전부터 줄다리기 해온 이종범 은퇴 문제는 가장 큰 화두에 올랐다.

선감독은 이번에는 아예 시즌 전에 미리 해결하고 가자는 판단에서 개막 전 이종범에게 냉정한 판단을 전했다. 선 감독은 1일 "이종범 은퇴는 KIA에 올 때부터 생각하고 있던 대목이다. 시즌 중에 그러는 것보다 시즌 전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종범은 서운함을 느꼈다. 2007년부터 구단의 권유에도 끈질기게 지켜왔던 현역 유니폼을 선 감독과 짧은 면담 뒤 바로 벗어버렸다.

은퇴를 권유한 '시기'가 가장 큰 이유다.

이종범은 첫 은퇴 기로에 섰던 2007년 이후 매 시즌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치렀다. 한국 나이 43세가 된 올해는 특히 그랬다. 11월 마무리훈련부터 3월까지 미국과 일본에서 이어진 전지훈련까지 모두 소화했고, 프로야구 최고령선수로서 올해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별렀다.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3할3푼3리(12타수4안타)로 준수한 기록을 보였다.

그러나 개막을 코앞에 두고 엔트리 제외 통보와 함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로 은퇴를 권유받았다.

이종범은 선 감독에게도 이 점에 대해 직접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최근까지도 이종범 은퇴를 예상할 만한 징후는 없었다. 이종범도 활기찬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다.

선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지켜본 결과"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종범의 은퇴 사실은 구단 발표 보다 먼저 이종범의 입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은퇴식이나 기자회견도 없이 구단이 부랴부랴 준비한 짧은 보도자료가 이후 일어난 전부다. 일단 좋지 않은 모양새로 이별했다.

선 감독은 "이종범은 처음부터 정리하는 눈으로 보고 실력을 검증하지도 않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마무리 훈련과 시범경기까지 보고 결정했다"며 "은퇴식도 멋지게 할 수 있는데 본인이 먼저 알려 모양새가 좋지 않아졌다. 야구 선배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1일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나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었을 뿐이다. 야구를 계속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지 은퇴에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며 "진로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며칠 동안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학교 문제로 딸을 서울에 두고 있는 이종범은 1일 아내와 함께 서울로 이동했다. 향후 진로와 함께 KIA와 관계가 모두 정리되면 서울로 이사할 계획이다.

KIA 김조호 단장은 이번 주 중 이종범과 한 차례 만난다. 은퇴 뒤 처우에 대해 논의하며 절차상 매듭을 짓고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광주|김은진 기자>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