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무슨 말을 해도 다 변명으로 들릴 것 같네요."

롯데 이용훈(35)은 자고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 보고 놀랐다. 자신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서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용훈은 지난 10일 사직 KIA전에서 6-3으로 앞서던 8회 무사 1루에서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주형광 코치에게서 공을 건네받은 이용훈이 공의 실밥 부분을 이로 물어 뜯는 장면이 SBS ESPN 중계화면을 통해 방송됐다. 당시 중계를 한 윤성호 캐스터가 "이용훈 선수가 공을 한 차례 물었다"고 지적했고 이 장면이 '스핏볼' 논란을 일으켰다. 공에 이물질을 바르거나 상처를 낸 뒤 투구하는 것은 명백한 부정투구로 규정돼 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용훈은 11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행위를 해서 볼을 좀 더 잘 던지고 싶었던 적은 추호도 없다. 간혹 야구공 실밥에서 하얀 실이 빠져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게 조금 튀어나와서 이로 당겨서 뽑아낸거다. 다른 선수들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좀 예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 대해 '무섭다'고 했다. 지난해 2군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을 때도 이만큼 자신이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 또한 아들과 아내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다.

전날 사건으로 이용훈이 공에 입을 맞추고 있는 장면들까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는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지기 전에 공에 입을 대고 중얼거리는 게 나만의 의식이다. 이전 경기들 영상을 보면 내가 김태균이나 이승엽 타석 때 중얼거리는 장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에다가 나름대로 나 자신이 다짐하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 비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공에 흠집을 내는 행위를 했다고 해도 자신은 그렇게 잘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고 했다. 이용훈은 "내가 공에다가 일일이 이로 그렇게 흠집을 냈으면 내 치아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공에 변화를 주면 컨트롤이 잘 돼야하는데 내가 그정도 투수였으면 2군에 있을 일이 없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이용훈은 오는 13일 사직 두산전에 선발 등판하기로 예정돼 있다. 그는 "저만의 의식이 잘못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