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분석한 안지만 '힙합 모자'의 비밀
[OSEN=대구, 이대호 기자] "너 그걸로 각도 재고 던지는거지?"
삼성 라이온즈 우완 안지만(29)은 일명 '힙합 패션'으로 유명하다. 챙을 일자로 편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선 위기에서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포효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때 안지만의 유니폼 등록명은 'J M AN', 즉 '지만 안' 이었지만 영어를 그대로 읽으면 '제이맨'으로 볼 수도 있어 힙합 정신을 다시 한 번 드높이기도 했다.
이런 사실에 롯데 자이언츠 투수 강영식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2006년 롯데로 팀을 옮기기 전까지 강영식은 안지만과 함께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강영식에 따르면 안지만이 모자 챙을 틀어 쓴 것도 자신과의 약속이 먼저였다고 강조한다.
강영식은 "지만이랑 같이 쓰고 나가기로 약속했는데 난 민망해서 안 쓰고 나갔다. 그런데 지만이는 꿋꿋하게 쓰고 나가더니 어느 새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렸다"고 증언한다. "힙합모자는 원래 내가 먼저 쓰자고 했으니 지만이는 나한테 뭐라도 해 줘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안지만이 24일 대구 롯데전이 벌어지기 전 롯데 덕아웃을 습격했다. 습격이라기 보다는 라커룸 앞에서 무한 대기한 것에 가깝다. 롯데 선수들과 두루 친한 안지만은 그 앞에서 30분 가량 머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롯데 양승호 감독은 "안지만이 입히게 롯데 유니폼 준비해라"고 일렀고 강영식은 지나가며 "너 또 왔냐"고 타박을 하기도 했다.
유명한 입담꾼 홍성흔이 그냥 지나갈 리 없었다. 홍성흔은 안지만에 "너 자꾸 왜 모자챙 펴서 돌려쓰냐. 난 그 비밀을 안다"고 말을 붙였다. 홍성흔은 안지만 처럼 모자챙을 펴더니 아예 90도나 돌려 쓰고는 고개를 한 쪽으로 꼬고 "너 모자 챙 이렇게 앞으로 한 다음에 각도 재고 던지는 거지"라면서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셋포지션에 들어가면 정면을 볼 수 없다. 우완투수의 경우엔 시선은 3루쪽을 향하게 된다. 정상적으로 모자를 쓰는 선수라면 당연히 모자챙도 시선과 함께 3루 쪽으로 간다. 그렇지만 홍성흔의 주장(?)에 따르면 안지만은 모자를 삐딱하게 쓰면서 고개는 3루 쪽을 바라봐도 모자챙은 홈 플레이트 쪽을 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자챙 방향대로 공을 똑바로 던지기만 하면 된다는 것.
안지만은 말도 안 된다며 웃었지만 홍성흔은 한동안 자신의 발견을 주위에 설파한 뒤 라커룸에 들어갔다. 안지만의 힙합 정신이 살아 숨쉬는 한 모자챙에 대한 갑론을박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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