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브레이커' 서건창의 영리한 타격

2012. 4. 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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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박현철 기자] "왜 LG가 저 친구를 버렸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

큰 힘을 들이지 않았다. 그저 수비가 빈 곳으로 공을 보냈을 뿐. '툴 플레이어'가 아니라 두 번이나 프로 무대에서 외면당했던 신고선수 출신 내야수가 새롭게 맞는 시즌 개막전부터 똘똘한 타격을 보여주었다. 넥센 히어로즈 2루수 서건창(23)이 영리한 방망이 실력을 보여주며 6-2 승리 역전 결승타를 때려냈다.

서건창은 7일 두산 베어스와의 2012시즌 개막전서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0-1로 뒤지고 있던 5회초 2사 만루서 상대 선발 더스틴 니퍼트로부터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2타점 역전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2008년 LG 신고선수 입단 이후 4년 만에 때려낸 데뷔 첫 안타이자 타점이었다. 넥센은 서건창의 천금같은 안타 덕택에 6-2로 승리하며 두산의 5년 연속 개막전 승리를 저지했다.

2008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LG에 신고선수 입단한 176cm 80kg 체격의 서건창은 고교 1년 후배인 유격수 허경민(두산)과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야구를 알고 한다'라는 평을 받았던 유망주다. 2007년 초 연고 구단인 KIA 타이거즈의 1차 지명 감으로도 꼽혔던 선수다. 체구가 작은 내야수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수비 시 잔동작이 보이기는 했으나 야구 센스가 있는 내야수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왜소한 체격과 어깨 부상 전력으로 인해 드래프트에서 외면당한 뒤 대학 진학 대신 프로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2008년 6월 1일부로 정식 계약을 맺었으나 단 1경기, 1타석 출장 기록만을 남긴 채 어깨 부상 여파로 인해 1년도 되지 않아 방출 칼날을 맞은 서건창은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하고 넥센에 입단 테스트를 거쳐 입단했다.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며 때를 기다리는 자의 재능은 언젠가 빛을 발하게 마련. 서건창은 시즌 전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서부터 센스있는 플레이를 펼치며 2루 주전 무혈입성이 예상되던 김민성을 밀어내고 개막전 선발 2루수 자리까지 꿰찼다. 여기에 5회에는 상대 수비 시프트를 비웃는 적절한 안타로 공헌했다.

사실 서건창의 '시프트 파괴 타격'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27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2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서건창은 1회초 무사 1루서 상대 선발 이용찬의 공을 잘 밀어쳤다. 당시 런 앤 히트 작전이 나와 유격수 손시헌이 2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찰나를 놓치지 않은 서건창은 손시헌이 자리를 비운 유격수 쪽으로 공을 밀어치는 기교를 보여줬다. 서건창의 이번 시범경기 성적은 10경기 2할4푼1리(29타수 7안타)였다.

시범경기 영리한 활약을 통해 코칭스태프에 눈도장을 찍은 서건창. 한 야구인은 서건창의 LG 방출 전력을 언급하며 "왜 LG가 저 선수를 버렸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야구를 알고 하는 유망주가 꼭 필요한 팀이었는데"라며 혀를 찼다. 어쨌든 서건창의 LG 방출은 넥센에 '매뉴얼 플레이어' 가세라는 선물로 이어졌다.

경기 후 서건창은 "꿈만 같다. 데뷔 후 처음으로 맞이한 개막전에서 첫 안타, 첫 타점을 기록해 매우 기쁘다"라며 "시즌 첫 날 개막 엔트리 합류라 굉장히 떨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담했고 즐기면서 야구를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뒤이어 그는 결승타 순간에 대해 "2사 만루라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친 것이 오늘(7일) 결승타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는 분위기가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 같다"라며 "올 시즌 부상 없이 1군 풀타임을 목표로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라는 말로 패기있게 목표를 밝혔다.

개막전에서도 작전에 들어맞는 적절한 타격을 보여주며 데뷔 첫 안타 및 타점이라는 가욋돈까지 획득한 서건창. 어깨 부상 전력을 지닌 데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툴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프로 지명에서 외면당하고 방출 수모까지 겪었던 서건창은 값진 안타로 화려한 야구 인생을 예고했다.

farinelli@osen.co.kr

< 사진 >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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