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게임', 선수와 기자가 본 디테일은

김남형 2012. 3. 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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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게임'의 디테일을 실제 선수들은 어떻게 봤을까.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많이 있지만 잔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1승1무1패는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소재다. 스포츠조선 DB

영화 '퍼펙트게임'의 '본드 투혼'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 얘기일까. 양동근은 왜 선동열의 투구폼을 제대로 흉내내지 못했을까.

스포츠조선이 창간 22주년을 맞아 최근 프로야구 선수 80명을 대상으로 트렌드 조사를 실시했다. 여러 항목 가운데 '최근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최동원-선동열의 1승1무1패'를 소재로 한 '퍼펙트게임'이 16표(20%)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본격적인 야구 영화였다는 점에서 역시 현역선수들의 관심을 받았던 모양이다. 한편으론 1위를 차지하고도 득표율이 20%에 그쳤다는 점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또한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야구선수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순수히 '리얼리티(현실성)'에 기반해 이 영화를 본 야구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드 투혼에 대한 의견

영화의 도입 부분과 마지막 장면에 최동원과 선동열의 '본드 투혼'이 등장한다. 손끝의 살이 마치 사고라도 당한 것처럼 찢어져 완전히 너덜거렸는데, 피칭을 계속 하기 위해 본드를 바른 뒤 눌러붙이는 장면이다.

현실적으론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22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삼성 정현욱은 "말이 안 된다. 투수는 손가락에 물집만 잡혀도 엄청나게 쓰라려서 던지는 게 쉽지 않다. 그 정도로 살이 들렸는데 본드로 붙이고 던진다는 건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투수가 본드를 찾는 건 손톱이 깨졌을 때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한다.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의 경우엔 피칭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삼성 안지만은 "영화를 봤는데 본드로 살점을 붙이고도 던질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야말로 투혼이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 정도까지 갈 일은 없다는 반응이었다. 안지만은 "예전에 물집이 잡혔을 때 손끝 감각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촛농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나도 있었다"고 했다.

▶양동근은 왜 선동열의 폼을 흉내내지 못했을까.

디테일한 면에서 '퍼펙트게임'을 들여다보자. 영화배우 조승우는 최동원의 탁탁 꺾이는 듯한 투구폼을 어느 정도 흉내냈다. 배역을 맡은 뒤 꽤 노력을 했다는 게 엿보였다.

반면 선동열 역할의 양동근은 피칭폼을 비슷하게 따라하지 못했다. 양동근 역시 준비를 많이 했을텐데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역시 선동열의 투구폼은 어렵기 때문이다. 와인드업후 몸 전체가 지면에 착 깔리듯 낮아지면서 팔이 앞으로 쭉 뻗어나와 릴리스포인트가 상당히 앞쪽에서 형성되는 그만의 투구폼은 '직구가 바닥에 깔려서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폼이다. 몸이 유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폼은 현역 투수들이 흉내내기도 쉽지 않다. 일전에 한 투수가 "선동열 감독님은 이기적인 투구폼의 소유자였다. 나도 그런 폼으로 던질 수 있다면 하고 싶다. 그런데 안 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잔재미와 아쉬움

마지막 3차전에서 최동원이 마운드에 올라갈 때 3루쪽 해태 덕아웃 배경이 흐릿하게 나오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속된 말로 '빵 터졌다'. 배경에 한 오른손타자가 흐릿하게 덕아웃 앞에서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배트를 한껏 치켜올렸다가 약간 내리면서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타격 준비. 누가 봐도 김성한의 타격폼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5회가 끝나고 해설자와 캐스터가 헤드세트를 벗은 뒤 "야, 장난 아니다. 장난 아니야"라며 사담을 나누는 장면에선 베이징올림픽 때 허구연 해설위원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사담을 나눴던 일화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무리한 설정도 있었다. 화장실에서 양팀 선수들이 만나 싸움을 한다거나, 연장전을 앞두고 감독과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 결의를 다진다는 건 과했다. 실제 연장전이 벌어지면 그럴만한 시간은 절대 없다. 곧바로 이닝이 이어진다.

해태 구단버스 방화사건은 실제로는 86년 10월22일 대구구장 앞에서 일어났지만, 영화상에선 부산인 것으로 그려졌다. 그만큼 엄청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스토리에 포함시켰겠지만, 영화가 한편으로는 프로야구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다소 아쉽다.

그 시절에 캐스터가 '한계투구수'란 표현을 쓴다는 것도 약간 어색했다. 일부러 파울을 계속 쳐서 투수를 힘빠지게 만든다는 건, 진짜 그럴 수만 있다면 그 팀은 메이저리그 가도 성공한다.

▶최동원 vs 선동열

삼성 류중일 감독은 22일 목동구장에서 두 최고의 투수와 맞대결했던 기억을 취재진에게 밝혔다. 프로 들어와 처음 상대했던 최동원의 공을 보고 "와, 엄청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덕아웃으로 돌아오니 선배들이 "야, 이미 한물 간 기 저 정돈기라" 했다는 사연. 고교 1학년때 3학년 선동열과 대결했는데 공 3개 보고 삼진 먹고 들어왔다는 얘기. 류 감독은 "최동원 선배의 공은 핑핑 하면서 회전이 좋게 들어왔고, 선동열 선배의 공은 묵직하게 슉 하고 대포알처럼 꽂혔다"고 표현했다.

술 마실 시간에 공 하나를 더 던졌던 최동원. 경기후 동료들과 선술집에서 밤새 술을 마셨던 선동열의 모습을 대비해 묘사한 건 결국 노력파와 천재파의 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여러 디테일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전의 야구영화에 비하면, 야구 경기장면 자체를 오랜 시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진지하게 연설하는 김응용 감독의 캐릭터는 말이 안 되지만 은근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너는 선동열과 같이 밤새 술 먹고 기사 한자 못쓰고, 왜 특종 기사는 다른 신문에 나오냐"라는 데스크의 질책은, 옛 선배 야구기자들이 한두번쯤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롯데와 KIA의 한국시리즈 격돌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최동원-선동열의 1승1무1패'는 먼훗날에도 언제든 또다시 좋은 소재로 쓰여질 것 같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10여년전 선동열 감독과 고 최동원 감독이 시구-시타 행사를 한 뒤 본부석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스포츠조선 DB

선동열 감독이 KBO홍보위원 시절,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한화 이글스 전지훈련장을 찾아서 당시 한화 코치였던 고 최동원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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