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선수협, 초상권 때문에 곪아 있다"

2011. 12. 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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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언제부턴가 선수들이 선수협에 바라는 건 오로지 '초상권'으로 변질됐다. 일단 현재 선수협의 썩은 부분은 아예 도려내고 선수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박재홍(38,SK 와이번스)은 지난 9일 제11차 정기총회에서 제7대 한국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총 유효표 275표 가운데 87표를 획득해 85표를 얻은 KIA 서재응을 2표 차이로 제치고 회장 직에 올랐다.

전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의 선수 초상권 비리와 관련해 손민한 전 회장까지 연루된 상황에서 새롭게 회장 자리에 오른 박재홍은 15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권시형 전 사무총장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20일 임시이사회를 또 다시 소집해 삼성-KIA에서 뛰었던 박충식(41)씨를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그렇지만 일부 구단 선수 대표들은 이에 반발했다. LG 트윈스를 비롯한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 선수협 대표들은 2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모처에 모여 "신임 박충식 사무총장의 선임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박재홍 신임 회장은 독단적인 결정으로 박충식을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또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외부 세력과 결탁했다"면서 새로운 사무총장 선출을 요구했다.

28일 인천 송도에서 만난 박재홍은 "도대체 그 친구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연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내 성격을 안다면 누가 날 뒤에서 조종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지 않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 "박충식 결정 이유, 야구판에서 떨어져 있던 인물"

- 박충식을 사무총장 후보로 밀었다고 들었다. 배경은 무엇인가."사실 사무총장 자리에 여러 후보가 나왔다. 그 가운데 잘 살펴보니 그 어느 쪽에도 깊게 연관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 박충식 선배(이하 박충식)이더라. 은퇴한 이후 7년 동안 호주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국내 야구인과 어울려서 세력을 만들 수도 없었기에 박충식이 사무총장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추천했다".

- 다른 무엇보다 박충식이 해외에 오래 머물다 온 것이 사무총장으로 추천한 이유인가."그렇다. 지금 선수협이 이런 지경까지 온 것은 전 사무총장인 권시형이 들어와 여러 이권이 얽혀서이다. 내가 무슨 세력이 있어서 박충식을 일부러 밀고 그랬겠는가. 사무총장 후보로 오른 인물들 가운데 박충식이 가장 야구판과 얽혀있지 않은 인물이라 추천한 것이다".

-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박충식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강압적인 분위기였다는데."말이 안 된다. 20일 임시이사회 때 각 구단에서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그날 사무총장 후보가 몇몇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 야구 해설가들은 적합하지 않은 듯해서 일단 배제하는 방향으로 갔다. 솔직하게 공개하겠다. 박충식, 이종열, 이도형 등 모두 세 명이 최종 후보로 남았는데 이종열은 LG 코치 출신 아니냐. 그래서 그런지 LG쪽 선수들이 은근히 밀더라. 또 이도형은 한화, 두산 출신이라 그쪽에서 또 은근히 밀고. 그건 당연히 이해한다. 그런데 박충식은 호주에 오래 있다 와서 자기 세력이 없더라. 그래서 현재 상황을 수습할 사무총장으로는 박충식이 가장 적합하다 생각해 추천했다. 선수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했고 처음에는 4개 구단에서 찬성 의사를 표하다가 나중에는 전부 찬성 하더라. 강압적인 분위기라는 게 말이 되는가 요즘 세상에".

- 만약 최종후보 세 명에 대해 투표만 했다면 뒷말도 없었을 텐데."듣고 보니 그렇다. 그 점은 내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결코 강압적인 건 없었다. 난 박충식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선수들을 설득했고 결국 박충식에 대한 찬반투표로 진행된 것이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 박충식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결정하고 나서 웃으며 헤어졌다".

- 20일 긴급이사회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됐다."8개 구단 이사가 전부 모이지는 못했어도 대의원들이 참가했었다. 긴급이사회 조건을 충분히 만족했다. 오히려 오늘(28일) 모여 반대성명 발표한 4개 구단대표 가운데 이혜천, 박명환, 현재윤 등은 그날 이사회에 오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무슨 반대 성명인가. 또한 내 임기가 내년 1월 1일부터인데 아직 이사회를 소집할 권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주장도 들었다. 하지만 선수협 회장으로 선출됐을 당시 '선수협에 관련된 모든 권한은 신임 회장에게 위임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녹취록도 있고 의사록에도 남아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 그렇다면 4개 구단 대표가 모여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처음에 이들이 선수들 위임장 70장을 가져왔다고 했다가 9장으로 말을 바꿨다. 대표성도, 진정성도 없다. 이들이 우리에게 불순세력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친구들이 불순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선수협을 흔들려고 한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 박충식 사무총장에 대한 루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나도 다 들었다. 일단 도박 빚이 있다는 소문이 났다고 들었다. 그런데 진상을 추적해 보니 우리 반대쪽에 있는 선수 두 명이서 낸 소문이더라. 그 선수들에게 '누구에게 들었나'라고 물어봐도 그냥 뜬소문을 듣기만 했다는 식이다. 또한 선수협 사무실에서 박충식에 대해 빚 독촉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결국 추적해보니 선수협 직원이 소문의 출처다. 권시형 전 사무총장과 한통속이었던 사람인데 어찌 다 믿겠는가".

- 현재 박충식의 국적이 불분명하다면서 횡령을 우려하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정말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어떤 세상인데 그런 게 가능하겠나. 박충식 사무총장이 프로에서 은퇴하고 난 뒤 호주로 갔다. 아직 사무총장 대행이지만 1월 3일로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정식 사무총장이 된다면 당연히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다시 정착할 것이다. 초창기 선수협에 적극 나서며 결국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본 인물이 박충식이다. 선수협 업무에 밝은 것도 선임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 "이호준에 떠밀려 회장 자리까지 올라왔다".

- 선수협 회장 선거는 어떤 계기로 나가게 된 것인가?"처음에는 정말 생각이 없었다. 각 구단별로 회장후보 추천을 받아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SK도 선수단끼리 후보 선정을 했다. 그런데 (이)호준이가(광주일고 2년 후배) '이런 일은 재홍이형이 꼼꼼하니 제격'이라고 바람을 잡았다. 나도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결국 받아들이게 됐다.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 투표에서 얼떨결에 회장까지 되어 버렸다".

- 박재홍 회장이 89표, 서재응이 87표를 받는 등 치열했다."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나왔는데 덜컥 회장이 됐다. 나 자체가 누구에게 휘둘릴 성격도 아니라는 걸 선수들이 알기 때문에 뽑아준 게 아닌가 싶다. 회장이 되고 나서 '솔직히 내가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왕 투표를 통해 회장이 되었으니 책임감을 갖고 선수협이 원활히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었다. 정말 하려고 해서 된 것은 아니었는데 일단 뽑아 주셨으니 제대로 선수협 문제를 해결 해보고 싶다".

- 회장이 되고 나서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일단 회계감사를 외부에 요청했다. 지난 3년 간 권시형이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비리가 어마어마하다. 회계감사를 내가 아는 쪽에 요청하면 또 '리베이트 받았다'라는 뒷말이 나올까봐 기업을 운영하는 선배 추천으로 강남 쪽에 있는 유명한 회계법인에 감사를 의뢰했다. 현재 3년 치 장부를 모두 검토하고 있는데 그쪽에서 '이렇게 엉망으로 돈을 쓴 곳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 어떤 식으로 선수협이 방만하게 운영되었는지 궁금하다."전 사무총장 연봉이 2억 원이 넘는다. 프로야구 선수도 아니고 그렇게 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 순수 연봉은 1억2000만 원인데 인센티브가 많이 붙는다더라. 그 사람이 저지른 초상권 관련 비리를 제외하고도 문제가 많다. 여름, 겨울 모두 휴가비가 따로 나가고 고액 피트니스 센터 회원권이 '체력관리'라는 명목으로 나가기도 했다. 여기에 의류비, 병원비 모두 선수협에서 나갔다".

- 그렇다면 새로운 사무총장 연봉은 어떻게 될 것인지?"지금 그대로 주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연히 깎을 생각이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대략 600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또 당시 손민한 회장과 권시형 사무총장 둘이서 손을 잡고 선수협 정관을 맘대로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놨다. 원래 사무총장 임기는 3년인데 알고 보니 손 전 회장이 2018년까지 임기를 연장해 줬더라. 당연히 현재 정관도 당장 전면 수정에 나설 것이다".

▲ "선수협, 초상권비만 요구하는 단체로 전락했다"

- 일단 선수협 회장으로서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지?"부패한 선수협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선수협은 곪아 터졌다. 곪은 곳을 단순히 짜기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번진다. 아예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권시형 전 사무총장과 연관된 인물들은 선수협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사실상 쉽지 않기에 고민이 깊다".

- 예전 선수협에서 진행하던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일단 그 문제는 나중 얘기다. 지금은 선수협 정상화에만 신경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다. 물론 선수들에게 좋은 일은 문제가 수습된 이후 계속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 선수협과 관련해서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언제부터 선수협이 단순히 초상권만 바라보고 요구하는 단체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1년 내내 전화 한 통 없던 선수들이 선수협에 전화를 걸어서 하는 말은 '이번 초상권비 언제 나오나요' 이거다.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선배들이 피땀 흘려 만든 단체가 단순히 '돈 나오는 곳'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선수협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을 잘못 뽑아 망가진 선수협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 될 것이다".

- 선수협 회장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회장으로 뽑히고 나서 인터넷을 보니 내 얘기가 있더라. 내 별명이 '빵'이라고 들었는데 '빵이 선수협 회장 됐으니 왠지 잘 할 것 같다'라는 말을 봤다. 팬들도 선수협을 지켜보고 기대하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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