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승소' 나진균 선수협 전총장, "명예회복 하고 싶었다"

2011. 12. 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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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유라 기자] "제가 30대 전부를 바친 곳입니다. 이제는 더이상 선수협 때문에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

지난 19일 OSEN을 찾아온 나진균(43) 전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은 "어쩌다 선수협이 이 지경까지 왔다"는 말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8일 선수협을 상대로 "남은 연봉 및 퇴직금 405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가 사무총장 재임 기간 저지른 비리와 부정 때문에 그만두게 됐다는 세간의 소문을 잠재울 수 있는 소식이었다.

나 전 총장은 1999년부터 선수협 출범을 돕다 2000년 사무국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사무총장으로 재신임된 그는 2008년 4월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재직 시절 비리를 범했다는 것과 당시 히어로즈 사태에 미온적이었다는 것이 사퇴 종용 사유였다.

그는 "비리라니 말도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퇴하라는 압박을 받았을 당시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다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뭔지 알아야 바로잡든 오해를 풀든 할 게 아닌가. 그런데 선수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특히 히어로즈 문제는 나 전 총장에게 치명타였다. 그는 "사실 그때는 선수들이 연봉이 깎이는 등 속상해해 말하지 못했지만 우리담배 스폰서는 내가 발로 뛰어다니며 직접 구한 것이다. 팀을 살려줬더니 히어로즈 선수들은 연봉 깎이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날 원망하더라. 너무 서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선수협을 나온 뒤 가족들이 있는 호주와 서울을 오가며 지냈다. 나 전 총장은 "잔여 연봉과 퇴직금을 달라는 말을 할 시간도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려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3년 공소시효가 있더라. 올해초에도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야구계 선배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어 화가 났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나 전 총장은 결국 소송을 걸고 승소했다. 그렇게 그와 선수협은 악연이 됐다. 그러나 그는 이번 권 사무총장의 비리 보도를 접한 뒤 다시 선수들을 끌어모아 총회를 치르고 권 총장을 해임하는 데 앞장섰다. 권 총장은 배임수재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16일 선수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그는 "이번에 선수협건으로 다시 나서면서 놀랐다. 선수들이 아직도 나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더라. 이번 재판 결과도 설명해줬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오해를 풀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더 오해를 받다간 내가 홧병이 날 것 같았다. 더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언론에 나서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가 그렇게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선수협과의 연을 놓지 못하는 것은 선수협이 그에게 '자식'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나 전 총장은 "내가 가장 젊은 30대를 모조리 쏟아부은 곳이다. 1999년 그렇게 어렵게 시작해 지금까지 왔는데 이대로 망가져가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협이 망가져가고 있다. 선수들도 팬들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선수들은 너무 모른다. 내가 그만두고 새 총장이 뽑힐 때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비리가 터졌을 때도 선수들은 지금까지 권 총장을 그냥 믿었다고 하더라. 후속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후속장치란 외부 회계 감사와 선수들의 참여다. 그는 "내가 있을 때는 한달 운영비가 얼마 되지 않아 외부 감사비가 더 비쌀 정도로 열악했다. 하지만 이제는 감사도 받고 선수들이 이사회를 열어 보고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회장과 사무총장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전 총장은 "이번에 그래도 새 회장을 투표로 뽑고 사무총장도 그런다고 하니 정말 발전한 것이다. 비싼 수업료 치렀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선수협을 운영해야 한다.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야구를 정말 위하는 선수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선수협에 격려를 보냈다.

현재 KBI 야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야구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 이번에 정말 큰 문제가 생겨 앞으로 나섰을 뿐 앞으로는 선수협 안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안에 있으면 쓴소리를 못한다. 앞으로 선수협 밖에서 시어머니 같은 역할 하고 싶다"고 말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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