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베이스볼 토크]NC에서 쑥쑥 커가는 'LG 3인방 '(2) 원종현-김태식

조회수 2011. 12. 20. 09: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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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가 화려한 백조를 꿈꾸는 곳. 바로 프로야구 제 9구단 NC 다이노스 구단이다. 절반 가까운 수가 과거 방출이라는 시련을 겪은 만큼 그들의 모습에서는 기존 구단 보통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치열함과 절박함이 애절하게 묻어난다.전 LG출신의 두 우완 투수 원종현-김태식도 예외는 아니다. 나란히 2차 2번이라는 높은 순번을 받고 화려하게 입단했으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인생의 쓴 맛을 봤다.흔히 사람들은'많은 계약금을 준 선수를 내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다. '그럴 만한 이유'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포기할 순 없었다. '마지막 비상구'NC 다이노스에서 야구인생의 서막을 제대로 펼쳐 보이리라 다짐한다.

● 원종현(1987년생. 군산상고.183cm 85kg)2006년 LG 2차2번(전체 11번) 계약금 1억 천만원2006~2007년 LG 2군 총 25경기 등판 111.1이닝 9승8패 평균방어율 5.662008~2009년 경찰청 총 37경기 등판 125.2이닝 4승 10패 평균방어율 8.742010년 3월 방출

"캠프 성과요?(웃음) 시키는 대로 소화한 게 전부죠. 혼자 운동하다 단체로 하니까 체계적으로 했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팔도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프지 않으니까 희망이 보여요."

원종현은 70여 일간의 캠프 성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 했다. 군산상고 시절 새로 부임한 김성한 감독의 지휘 하에서 그는 차우찬(현.삼성.좌완)과 원투펀치를 활약하며 대통령배 4강까지 팀을 이끌었다. 당시 최고구속 145km대의 빠른 볼과 다부진 체격 조건은 8개 구단의 스카우트의 눈독을 받기에 충분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그는 큰 목표와 야심을 가슴에 품었다. 자신을 높게 평가해 준 구단에 보답하겠다는 다짐 뿐이었다. 입단 직후 참가한 하와이 해외전지훈련에 참가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기귀국 했고 이후엔 항상 2군에서만 지냈다. 부진의 원인은 부상이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부상이라는 위기에서 그는 솔직하지 못했다. 아프다는 사실을 숨긴 채 저절로 나아지기만을 바라는 '치명적인 실수'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었어요.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누구나 그렇듯 구단에 잘 보이고 싶고 빨리 자리 잡고 싶고.... 그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나중에 알았어요. 이제는 아프면 아프다 말하고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충분히 쉬어주려 합니다."오른 팔꿈치 통증은 마운드에 있던 그에게 자신감을 잃게 했고 동시에 두려움을 안겨줬다. 그래도 LG 구단은 그의 가능성을 믿고 경찰청 입대까지 이끌며 그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러나 부진은 계속됐다. "경찰에서도 줄곧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제대하고 방출 통보를 받았어요. 처음엔 너무 서운했고 또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모두 제 탓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이내 나쁜 감정은 사라졌어요."

팀을 나온 지 한 달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마음이 후련했다. 하루 빨리 이전의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반복되는 재활훈련을 홀로 묵묵히 수행했다. 그러던 차 NC 다이노스의 부름을 받았고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입단했다. 팀에 합류를 한 뒤에도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혹여 1년 넘게 쉬었던 탓에 기량이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소심함이 발동했다. 하지만 70 여일의 캠프 기간 내내 그는 괜찮았다. 오히려 타선수들의 부러움을 사는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 점 더 좋아지는 걸 느껴요. 외롭게 혼자가 아닌 팀 훈련을 하니까 재미있고 라이벌 의식도 생기고(웃음) 제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거 같아요."그는 캠프 기간 동안 청백전에서 총 4번 등판했지만 이닝 수는 많지 않았다. 실점 없이 완벽한 피칭으로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고교시절 던졌던 구속(145km)에 거의 근접한 상태인데 통증이 사라진 만큼 자신감이 생기면서 정면승부도 과감하게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많이 던지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무리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 올려 선발 한자리를 맡고 싶어요. 6년 전 이루지 못한 꿈을 여기서는 꼭 이루고 싶어요."

●김태식 (1988년생. 공주고.183cm 87kg)2007년 LG 2차 2번(전체14번) 계약금 1억2007~2009 LG 2군 총 29경기 등판 6승 6패 1세이브 92이닝 평균자책점 7.532010년 3월 방출

"거들먹거리고 어깨에 힘주고(웃음) 한마디로 건방졌죠. 순번이 실력이라고 착각하고(잠시 머뭇거리다가) 실패하고 나니까 내 행동, 내 마음가짐이 겸손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어요."김태식은 나름대로 곁눈질 하지 않고 착실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내가 최고'라는 자만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늘 못 미쳤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유망주라는 꼬리표 대신 많은 2군 선수로 분류되었다. 구단은 그를 딱 3년 지켜본 뒤 방출을 결정했다. 야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아니면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온 뒤 재도전을 해볼까도 고민했다. 그래도 운동을 접을 수 없다는 생각에 홍은중학교 투수 코치로 뛰며 기회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막연하게 애들 가르치면서 내 운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힘들더군요. 겨우 웨이트 정도만 할 수 있는 정도였죠. 제가 지도자가 되고 보니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인가를 알겠더군요. 배우는 입장이 얼마나 좋은 때라는 것도 말이죠."

NC구단의 트라이아웃 개최 소식은 그에게 희망의 불씨였다. 당장 불어난 체중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만약 잘 되지 않으면 군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깔고 참가했던 테스트에서 그는 140km 대 초반의 빠른 볼을 구사하며 강한 인상을 보였고 1.2차 테스트를 거쳐 '코치'가 아닌 '선수'로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마산구장 트라이아웃 때 청백전에서 '바로 이거야'외쳤죠. 결과를 떠나 마운드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거든요. 근 1년 반 만이었으니까..."그는 제주 서귀포 훈련 기간 동안 원종현과 한 방을 썼다. 동병상련으로 우연찮게 같은 팀에서 새 출발을 하는 '특별한 인연'인 이들은 우정과 라이벌 의식을 동시에 느끼며 서로를 응원했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며 서로를 위로했죠. 2년 선배인 (박)정훈도 친하죠. 셋 다 제주도로 이동한 뒤 페이스가 좋아진 케이스에요. 처음 우리 셋이 다닐 땐 LG 선수들끼리 다니냐면서 코치님들이 은근 구박하셨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말씀 안하시던데요?"김태식은 캠프에서 유난히 짧은 헤어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그만큼 남다른 각오로 임하겠다는 일종의 자기와의 약속의 의미가 깃들어 있었다. "시작할 땐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막상 캠프를 마치고 나니까 왠지 허전하고 아쉬워요. 더 많은 걸 보여드려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밀려드네요."

'LG 3인방' 중 유일하게 군 입대를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라 그는 당장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가득하다. "제주도에서 경찰청과 몇 번 게임을 했는데요. 1회에 석 점을 줬어요. 코스가 좀 가운데로 몰리면서 정타 보다는 먹히는 타구였는데.. 하필 상대가 경찰청이라 자꾸 맘에 걸려요."김태식의 단점은 제구력 난조였다. 그러나 최일언 투수코치 ,지연규 투수코치 등의 지도 속에서 팔에만 의존해 밀어 던지는 피칭을 버리고 최대한 하체를 이용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밸런스가 잡히면서 골칫거리였던 제구력 부문이 안정을 찾았다.그는 1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는 스프링 캠프 참가가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내년 2군 리그에서 가급적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상무 혹은 경찰청에 눈도장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트라이아웃 떨어지면 군대 가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처음엔 무조건 다시 뛰면 좋겠다 싶었는데 또 다른 고민이 생겼어요. 잘 될 거라 믿어야겠죠. 저만의 고민은 아니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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