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맞아도 본전 야구 vs 때려도 본전 축구

2011. 12. 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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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

◇ 삼성 앞에서 야구만큼은 '압도적인 우위'라며 기고만장했던 일본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난 셈이다. ⓒ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일본 프로야구 챔피언 소프트뱅크를 꺾고 아시아시리즈 사상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그동안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일본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2005년 지바 롯데, 2006년 니혼햄, 2007년 주니치, 2008년 세이부는 일본야구의 우수성을 여실히 입증하며 비교적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본야구는 2011년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삼성에 덜미를 잡혔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대만 타이중 국제구장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결승전 소프트뱅크전에서 6.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호투한 선발 장원삼 활약 속에 5-3 쾌승했다. 야구만큼은 '압도적인 우위'라며 기고만장했던 일본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난 셈이다. 일본 야구계는 그동안 근거 없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지만, 이번 경기를 계기로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이에 일본 언론은 "한국야구의 하극상"이라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분통을 터뜨렸다. 완곡한 표현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본정서를 감안했을 때, 하극상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에서 일본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엿볼 수 있다. 예선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일본야구가 한 수 위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삼성의 0-9 대패는 한국 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고, 이를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에 넘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예선은 버리고 결승에 총력전을 펼친 류중일 감독의 '허허실실'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한국야구의 저변이나 선수층, 세밀한 전략-전술 등은 여전히 일본에 비할 게 못되지만 단기전에서만큼은 해볼만 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했다. 한국인은 일본인이 지니지 못한 '우직한 힘'을 갖췄다. 비교적 신체 접촉이 적은 야구에서 천성적으로 피지컬이 약한 일본야구는 그동안 아시아를 휘어잡았지만, 진보한 한국야구는 이제 일본야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메이저리그 하부리그 수준의 '파워스윙'이 가능하고, 여기에 일본야구의 '세밀함'까지 모방해 미국과 일본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토털 패키지 베이스볼'로 거듭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쿠바, 일본, 미국, 캐나다를 연파하고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역사적인 사건은 모방에서 재창조로 향하는 한국프로야구의 독창적 힘을 대변했다.

경기에 나서는 엇갈린 자세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시리즈는 한 수 아래의 전력을 갖춘 삼성 입장에선 다소 편안하게 치를 수 있었다. 국내 야구팬들 역시 "패해도 좋다. 최선만 다해다오"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반면, 이겨도 본전인 일본 야구팬들은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팀들 간 싸움에서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승패결정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반면, 축구의 경우는 야구와 상황이 정반대다. 한국은 축구만큼은 일본을 앞서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강하다. 실제로 역대전적에선 한국이 40승 22무 13패로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왔다.

몸싸움이 많은 스포츠 특성상 힘이 장사인 '육식남 한국'이 '생선남 일본'을 앞서는 건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급성장한 일본축구는 이제 한국축구의 위상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특히, 지난 8월 혼다 케이스케를 앞세운 일본이 박지성 은퇴 후 구심점을 잃은 한국을 3-0 대파했다. 일본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외국인 감독 파워와 혼다 케이스케의 분전이 꼽힌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일본에 예리한 카운터어택(빠르고 간결한 역습) 색깔을 입히고, 선발 11명 모두에게 진흙탕 몸싸움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인답지 않은 다부진 체격의 혼다가 피지컬 경쟁 중심에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라모스 루이, 마에조노 마사키요, 나카타 히데도시, 나카무라 등 패싱력과 정확도 높은 프리킥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를 구심점으로 풀어갔다. 혼다는 이들의 바통을 이어 자케로니호 새 중추멤버로 자리매김했지만, 스타일과 역할에서 전 대표팀 선배들과 차이가 있다.

혼다는 다른 일본선수들과 달리, 중심축이 견고해 어깨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덕분에 한일전 일본의 약점이었던 과격한 허리싸움에서 한국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다. 반면 한국대표팀은 몸싸움을 자제한 채, 정교한 패스게임을 시도하고 있어 일본전에 약점을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한국야구는 아시아시리즈를 통해 언제든지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본 축구계는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어쨌든 이러한 경쟁은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을 넘어 아시아 스포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스포츠를 통한 한일 양국은 쫓고 쫓기는 진검승부를 이제부터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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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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