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만 달러 대신 30만 달러 선택하는 용병들

2011. 12. 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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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중겸 기자]

삼성과 총액 30만 달러에 계약한 미치 탤봇의 투구장면

ⓒ MLB.COM

아시아 시리즈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가 2일 오전 메이저리그 출신의 미치 탤봇과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등 총액 3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템파베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미치 탤봇은 지난 2년간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으며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선수다. 올 시즌은 부상으로 12경기 밖에 나서지 못하며 단 2승에 그쳤으나, 2010시즌 첫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당시 허약했던 클리블랜드 선발 로테이션에서 10승을 거두는 깜짝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올 시즌 삼성에서 퇴출당한 라이언 가코와 최근 두산과의 재계약에 성공한 저스틴 니퍼트에 이어 미치 탤봇까지 한국 프로야구에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그들은 왜 한국을 택했나

라이언 가코의 경우 좀처럼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하며 중도 퇴출당하긴 했지만 2007-2009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타자다.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아니었지만 2007년 21홈런, 2008년 14홈런 90타점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비록 2010년 부진에 빠지며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단 1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09년 당시 치열한 포스트시즌 경쟁을 벌이던 샌프란시스코가 전력보강을 위해 가코를 영입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일정 부분 인정받는 선수였다.

더스틴 니퍼트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불펜투수로 뛰었던 탓에 통산승수가 14승에 불과했지만 2009년 5승 3패, 평균자책점 3.88, 2010년엔 4승 5패 평균자책점 4.29로 준수한 활약을 했던 선수이다. 절대적으로 타자에게 유리한 텍사스 레인저스 볼파크를 홈구장으로 썼던 탓에 평균자책점이 수준급은 아니었지만 2년간 텍사스 불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2010년엔 비록 1경기 등판이었지만 월드시리즈 경험도 가진 선수이다.

탤봇 역시 올 시즌은 부진했지만 내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클리블랜드의 4-5선발 경쟁을 할 수 있는 투수 중의 하나로 꼽혀왔다. 그렇다면 슈퍼스타 급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만한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야구는 축구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체계적인 프로리그가 정착된 곳이 많지 않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이 손꼽히는 프로야구리그를 가진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안정된 선수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차선책으로 일본과 한국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나 인프라면에서 우월하고 더욱 많은 연봉을 챙길 수 있는 일본이 더욱 선호되는 추세였지만 최근 일본 대지진과 더불어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간 용병들을 통해 대한민국 특유의 '정' 문화가 입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야구에 대한 이미지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야구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등으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48만 달러 > 한국야구 최고 연봉 30만 달러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는 돈이다. 프로선수들은 팬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지만 엄연히 말해 팬이 있어야 프로스포츠의 상품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이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는 것이다. 자선 사업을 하고자 프로선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선수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결국 프로선수도 돈을 벌기 위한 직업 중의 하나이며, 이는 국적 불문이다.

용병들이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은 30만 달러에 불과하다. 용병들의 몸값이 무분별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KBO에서 정한 용병 상한선 제도 때문이다. 최근 35만 달러에 재계약한 니퍼트의 경우처럼 재계약할 경우 약간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지만 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받던 연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니퍼트가 텍사스에서 활약했던 2010년 연봉은 66만 달러였다.

최근 MLB는 노사 합의를 통해 41만4000달러이던 최저 연봉을 48만 달러까지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즉 삼성과 계약한 탤봇이 내년 시즌 굳이 선발투수가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만 할 수 있다면 48만 달러의 연봉이 보장됨에도, 무려 18만 달러나 적은 금액인 30만 달러를 받고 머나먼 한국땅을 밟게 된 것이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야구팬들은 혹시 '뒷거래'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최근 들어 계속해서 벌어지는 의문의 용병 계약은 상상에서 비롯되는 '추측'이 아닌 야구팬들 사이의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또한 프로야구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역시 이러한 뒷 거래는 이미 그들만의 '사문화'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국내선수 연봉 10억 원 시대... 용병 상한선 제도를 손질해야 할 때

김태균과의 FA 계약을 앞두고 있는 한화구단은 김태균에게 역대 프로야구 최고대우를 보장한다며 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1991년 선동열이 최초로 연봉 1억 원 시대를 연 이후 드디어 한국 프로야구에도 연봉 10억 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용병 도입 초창기이던 1998년 20만 달러로 시작한 용병 상한선은 고작 10만 달러 늘어나는데 그쳤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 프로야구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데려오는 용병들이 국내 선수들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무조건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수준 미달의 용병도 다수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용병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국내 선수들의 수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왜 KBO가 용병제도를 도입했는지 그 취지를 이해하고 네임밸류를 갖춘 외국인 선수들이 속속 국내 무대에 등장하는 현실에서 현재의 용병 상한선 제도는 말 그대로 유명무실한 격이다. 더욱 큰 문제는 모두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모두의 상생 아닌 상생을 위해 쉬쉬하고 있는 KBO 제도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곪아있는 상처는 언젠가 터지기 마련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KBO도 구단도 선수도 심지어 팬들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당장 이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다 한들 그 사실에 대해 놀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KBO가 나서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용병 상한선 제도의 수정을 통해 각 구단이 본의 아니게 거짓이 담긴 보도자료를 팬들에게 제공하는 일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용병들의 몸값이 천편일률적으로 30만 달러로 같을 수 있단 말인가.

곪아있는 상처는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그 상처가 터지는 순간 현재 최고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프로야구와 팬들간의 신뢰에도 금이 가고 말 것이다. KBO는 더 늦기 전에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제도마련을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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