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마무리' 박현준을 보는 두가지 시선

조회수 2011. 12. 2. 11:59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겨울이 되면 가장 핫(hot)해지는 팀 LG. 이번 스토브리그서는 이전과는 반대로 거듭된 전력 이탈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 등 팀의 주축을 이루던 선수들이 모두 FA로 이적했다. 특히 마무리 투수와 주전 포수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탓에 그 어느해보다 스산한 겨울을 맞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넋을 잃고만 있을 수는 없다. 현 전력에서 살 길을 찾아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박현준의 마무리 전환이다. 김기태 신임 감독은 박현준이 마무리 1순위 후보라는 속내를 밝혔고, 박현준 역시 마무리 전환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세상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옳고 그름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박현준의 마무리 전환은 현명한 선택일까. 그를 둘러싼 두가지 시선을 살펴보자.

△전력낭비다

박현준은 올시즌 13승10패, 평균 자책점 4.18로 활약했다. 최근 10년간 LG 토종 선수가 거둔 최다승 기록이다. 특히 풀타임 선발로는 첫해였음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있는 수치다. 물론 시즌 중.후반, 체력과 팔꿈치 등에 이상신호가 오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버텨준 시즌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LG가 마지막까지 4강 희망을 놓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가장 첫 머리에 박현준의 존재감이 있었다. 에이스 포스를 뽐내던 시기, LG는 그를 통해 연승을 이어가고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이런 확실한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돌리는 것은 낭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기고 있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것이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또 박현준이 마무리로 적합한 선수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 박현준은 좋은 투수지만 1회를 넘기는 것은 늘 쉽지 않았다. 박현준의 1회 피안타율은 무려 3할6푼3리나 된다. 이닝 별 피안타율 중 가장 나쁜 성적이다. 몸이 늦게 풀리는 유형의 선수라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잘 던지다가도 뜬금없이 큰 것 한방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마무리로서는 부족한 부분이다.

특히 박현준은 시즌 중반을 넘어서며 팔꿈치 상태가 좋지 못했다. 팔이 좋지 않은 투수의 불펜 전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지닌 유망주에게 너무 일찍 불펜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다. 이는 LG뿐 아니라 대다수 팀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감독에게 맡겨보자

지난 2009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도 LG에는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에이스 봉중근이 마무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며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상황도 비슷했다. 김재박 당시 LG 감독은 부실한 뒷문을 막기 위해 가장 믿음직한 봉중근을 마무리로 구상했다. 봉중근 역시 마무리로 뛰어보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봉중근의 마무리 전환은 없던 일이 됐다. 비판 여론이 너무 거셌기 때문이다. 결국 김재박 감독의 안팎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계획을 백지화 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LG는 그 해에도 4강을 가지 못했다. 봉중근이 마무리를 했다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이 원하는대로 팀을 이끌지 못했다는 점은 결과와 상관 없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시 김 감독과 함께했던 한 코치는 "난 끝까지 봉중근 마무리를 찬성했다. 감독이 원하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봉중근을 마무리로 놓고 시즌을 구상했는데 결국 그 카드를 꺼내지 못하며 시작부터 적잖은 혼란이 생겼었다. 일단 감독의 결정을 지지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마무리의 부상 위험성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봉중근은 당시에도 팔꿈치가 썩 좋지 않았다. 아픈 팔꿈치는 봉중근이 마무리를 해선 안된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결국 선발만 했던 봉중근은 수술대에 오르고 만다.

모 구단 트레이너는 "내가 직접 팔꿈치 상태를 본 것이 아니어서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단, 팔꿈치가 좋지 않은 선수가 선발을 한다고 보호가 된다는 것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선발 던지고 오래 쉬는 것과 짧게 자주 던지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는 완벽한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트레이너도 "짧게 자주 던지는 것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이론에 동의한다. 경우에 따라선 그게 아픈 선수에겐 더 낫다고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4강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선발 투수의 불펜 전환이 꼭 낭비는 아니라는 이론도 있다.

한 전직 원로 감독은 "우승하기 위해선 선발이 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펜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선발이 강해야 야구를 풀어가는 것이 훨씬 수월한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4강이 목표인 팀이 마무리가 약하다면 좋은 선발을 뒤로 돌리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잡는 경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팀은 질 때 잘 지는 것도 요령"이라고 말했다.

4강 싸움은 5할 승부다. 단순하게 말하면 1승1패만 계속 할 수 있다면 4강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보다 많은 경기에 승부를 걸어야겠지만 4강이 먼저라면 보다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불펜이 강하면 이기는 경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의 경우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력이 약한 팀일수록 그런 역전패의 충격이 더 크게 팀을 압박하기 마련이다. 1패가 3패 이상의 데미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LG는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이다. 내년에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단 외적인 전력에서 손실이 큰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결정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일까. LG의 선택과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