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괜찮아 대진아, 우린 꼭 다시 만날거니까"

정철우 입력 2011. 7. 23. 11:12 수정 2011. 7. 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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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이대진이 KIA를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지난 5월이었다. 1군 마운드에 다시 서기 위해선 그 방법이 최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먼저 이종범을 찾아갔다. "선배님 저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종범은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단 한번도 이대진과 헤어지게 될거란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의 간절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이대진의 등을 두드려 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대진아. 지금은 잠시 헤어져도 우린 꼭 다시 만날거니까."

이종범과 이대진은 해태 입단 동기다. 1993년 함께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했다.

야구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부터 힘겨운 고난의 시간까지 늘 서로의 옆을 지켜줬다. 4년의 나이차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종범이 일본 진출 이후 긴 슬럼프에 빠져 힘겨워 하던 시절, 일본 돗토리에서 외롭게 재활 훈련중이던 이대진은 주소 하나만 손에 쥔 채 나고야로 이종범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종범은 아직도 "짐을 바리 바리 싸들고 우리 집 현관으로 들어서는 대진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난 대진이가 정말 힘들 때 아무 것도 못해줬는데..."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둘은 지난 2001년 KIA의 이름 아래 다시 뭉쳤다. 이전 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함께 뛴다는 것 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됐다.

지난 2009년 9월11일, 이대진이 개인 통산 100승이라는 영광을 얻을 때도 둘은 함께였다. 이종범은 '괴물' 류현진(한화)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이대진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이종범은 입버릇 처럼 "대진이 어떻게든 내가 점수를 뽑아줘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곤 했었다. 그리고 그날 마지막으로 그 약속을 지켜냈다.

이제 이종범과 이대진은 잠시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대진의 열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이종범이기에 그를 말리지 못했다.

이종범은 "대진이가 나를 상대로 공을 던진다는 건 한번도 상상 안해본 일이다. 하지만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떠나는 '영혼의 동료'의 앞길에 축복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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