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도 못해본 '100볼넷'..매의 눈 어디에?

2011. 6. 22. 09: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 현재 볼넷 1위를 기록 중인 이범호(왼쪽)가 3년 만에 ´100볼넷´을 걸러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때 '타격의 꽃'이라 불렸던 타율보다 출루율이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 좋은 타자의 지표로 활용되는 OPS(출루율+장타율)에서도 출루율의 중요성은 여전히 부각되고 있다.

80년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리드오프였던 리키 핸더슨은 타격기술도 뛰어났지만, 이른바 '매의 눈'을 지니고 있었다. 좋은 공은 커트하고, 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 결과 핸더슨은 25년간 2,190개의 볼넷(역대 2위)을 얻어냈고, 여기에 빠른 발을 가미해 통산 2,295득점(역대 1위)을 올렸다.

90년대 '머니볼'로 대표되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여의치 않은 팀 재정으로 인해 컨택트 또는 파워가 뛰어난 좋은 타자를 영입할 수 없었다. 이에 천재단장 빌리 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선구안'이 뛰어난 선수들을 대거 선발해 팀 공격력을 강화시켰다.

볼넷은 타자의 선구안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록으로 출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한 시즌 100개의 볼넷을 얻어낸다면, 명실공히 '매의 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째를 맞이한 한국프로야구에서 '100볼넷'은 지금까지 고작 12차례에 불과하다. 통산 볼넷 1위인 양준혁이 97년과 2006년 두 차례 작성했고, 강타자였던 김기태와 이승엽도 나란히 두 번의 100볼넷 시즌을 맞았다.

롯데팬들의 애증의 대상이었던 펠릭스 호세는 2001년 한시즌 최다 볼넷인 127개의 4구를 얻어냈다. 당시 호세가 기록한 0.503의 출루율은 역대 유일의 5할대 출루율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현대 소속의 외국인 타자 브룸바는 정확히 100개의 볼넷을 채웠다. 이후 3년간 프로야구에서 100볼넷은 맥이 끊겨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에는 '매의 눈'을 볼 수 있을까. 역시 볼넷 선두(51개)를 기록 중인 KIA의 이범호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범호는 산술적으로 103개의 볼넷을 기록할 수 있다.

올해 국내무대로 유턴한 이범호는 지난해 부진을 잊은 채 연일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타율 0.323 13홈런 55타점 등 MVP급 활약으로 상대 투수들이 가장 꺼려하는 타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범호가 한 시즌 가장 많이 얻어낸 볼넷은 2007년 72개에 그친다. 올 시즌 타석당 투구수는 4.25개로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공을 걸러내고 있지만 이전까지 평균 3.7~3.9개 정도의 공만 봤던 점과 공격성이 강하다는 점은 100볼넷 달성을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선구안은 발전과 퇴보가 가장 느린 능력으로 꼽힌다. 좋은 눈은 원래 타고 나는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기도 하다. 여기에 많은 수의 볼넷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타자보다 참을성이 강한 타자가 훨씬 유리하다. 웬만하면 쉽게 배트를 내지 않았던 양준혁이 통산 볼넷 1위에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리그에서 선구안이 가장 뛰어나기로 유명한 롯데 이대호에게도 가능성은 크게 열려있지 않다. 이대호의 볼과 스트라이크 구분 능력은 전성기 시절 양준혁에 못지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두 선수의 결정적인 차이는 안타 생산이 주 목적인 이대호와 출루에 중점을 두었던 양준혁에 있다.

이대호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에 대부분 배트가 나간다. 선수 스스로도 "볼넷으로 걸어 나가기보다 안타로 출루하는 것이 훨씬 기분 좋다"고 말할 정도다. 이대호의 한 시즌 최다 볼넷은 2007년 81개이며, 올 시즌도 36개만을 얻어내고 있다.

◇ 역대 100볼넷 달성자. ⓒ 데일리안 스포츠

반면, 타석에서 참을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한화 장성호와 삼성 최형우는 잠재적인 100볼넷 후보들이다.

장성호는 올 시즌 39개의 볼넷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비교적 적은 경기 수(50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선구안 능력을 짐작케 한다. 특히 양준혁은 "장성호가 나의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전에 최다 볼넷 기록이 먼저 깨질 수도 있다"라며 장성호의 선구안에 주목했다.

장성호는 80도루 이상 시즌이 5차례나 될 정도로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한다. 또한 삼진 숫자보다 볼넷이 월등히 많은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며 타석당 투구수(4.43개)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다만 49경기 출장에 그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장성호의 기록 달성은 앞으로 출전 보장에 의해 갈릴 공산이 크다.

삼성의 최형우도 참을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현재 홈런 2위로 투수들의 견제가 집중되기 시작, 볼넷 숫자도 정비례로 불어나고 있다. 다만 너무 참다보니 볼카운트가 몰려 삼진 페이스도 비슷하다는 점이 아쉽다.

최형우는 변화구 대처 능력이 향상되면서 매년 볼넷 숫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40볼넷(2위)을 기록 중인 최형우는 산술적으로 82볼넷에 도달할 전망. 물론 삼진 숫자도 만만치 않아 '한국판 짐 토미'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한편, 선구안과 참을성을 겸비한 최희섭은 100볼넷을 기록할 독보적인 후보였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선구안 하나만큼 인정받았고, 한국 무대에 뛰어든 뒤에도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2009시즌 96볼넷으로 아쉽게 기록 달성에 실패한 그는 지난해에도 81볼넷을 걸러냈다. 올 시즌도 27볼넷으로 순항 중이던 최희섭은 최근 허리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100볼넷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관련기사]

☞ 프로야구 닮은꼴 '이대호도 싱크로율 100%?'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