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난, 삼성 두산 롯데처럼 안한다.."

2010. 10. 1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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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선발 이승호1.2이닝 '정찰용'홈런 박정권은 번트…V위한 타선뿐철저한 베테랑 라인업 '우승 용병술'

'양준혁이 덕아웃에 앉느냐 마느냐' 때문에 가려졌지만 돌이켜보면 14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SK 김성근 감독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를 평해달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이렇게 답변했다.

"한국시리즈(KS)를 플레이오프(PO)처럼 (끝까지) 1점차 승부하면 난 죽어버린다.(웃음) 지든 이기든 '편하게' 야구하고 싶다. (PO는) 선수들이 진지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게임을 버리지 않았다. 1점이라는 긴박 속에서, '감독이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 '왜 야구 이렇게 하느냐'고 할 정도로 팬 입장에서 흥미진진했다. 단 하나, KS에서 그런 시합은 하고 싶지 않다. '내용 있고' 재미있는 시합을 보여주겠다."

칭찬과 감탄을 제거하고, 작은따옴표에 강조점을 둔다면 독법이 달라질 수 있다. 김 감독의 진심을 압축하면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SK는 삼성, 두산, 롯데처럼 안한다.'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KS 1∼2차전을 토대로 'SK식 단기전'의 특별한 점을 탐색해본다.

○SK, 롯데와 이렇게 다르다

SK에서 선발은 '제일 먼저 나오는 투수'일 뿐이다. 김광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15일 1차전에서 증명됐다. SK 투수운용의 대원칙을 단 하나로 수렴하면 '리스크 분산'이다. 그렇다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짜는 자가 절대적 존재다. 그 결정권은 물론 김 감독에게 있다.

즉, SK야구는 선발이 아니라 불펜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 SK 야구를 독해하려면 '몇 차전 선발이 누구냐'가 아니라 '선발 다음에 누구누구가 준비되느냐'를 따져야 된다. 16일 2차전은 그 결정판과 같았다. 선발 이승호(37번)를 '정찰용'으로 띄우고 1.2이닝 만에 내렸다. 이어 '숨은 선발' 전병두가 나왔고, 역전에 성공하자 이승호(20번)∼정대현∼송은범이 계투했다. 결국 삼성 타선이 표적으로 집중할 투수가 없는 셈이다. 1명을 깨더라도 다른 1명이 나오고, 또 다른 1명이 대기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명백한 타깃이 있었던 롯데와 다르다. 구조적 탓도 있겠지만 롯데는 송승준∼사도스키∼이재곤∼장원준 선발만 무너뜨리면 뒤로 갈수록 '쉬운' 투수들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SK, 두산과 이렇게 다르다

야구인끼리 흔히 쓰는 용어 중 '세오리(theory)'가 있다. 굳이 풀어쓰면 '경험에 입각한 정석의 이론'정도일 것이다. 야구계에선 '두산 야구가 이 세오리를 자주, 태연히 깬다'고 지적한다. 덕분에 스릴 넘치고, 베이징올림픽처럼 상상을 초월한 성과를 얻을 때도 있으나 스스로 무너질 때도 있다. PO 4차전의 김선우 불펜투입, 7-7 동점상황에서 김창훈 강행 등이 현장야구인이 꼽는 사례다.

반면 SK 야구는 절대 설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 냉정하다. 1차전 MVP 김재현이 2차전에서 아예 출장조차 못했다. 1차전 홈런타자 박정권이 2차전에서 보내기번트를 댔다. 오직 팀의 승리로 일원화돼 있다. 교체가 많아서 그렇지 복기를 해보면 나름 논리적이고, 예측가능하다.

○SK, 삼성과 이렇게 다르다

만약 삼성이 우승에 실패한다면 PO 3차전은 두고두고 말이 나올 듯하다. 선 감독은 "우승은 언감생심이고 젊은 선수들 경험"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SK는 1∼2차전을 통해 '포스트시즌은 젊은 선수 키우는 장이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철저하게 베테랑 위주로 짜고 있다. 1차전 박재홍의 대타 밀어내기 볼넷, 1∼2차전 이호준의 4번 기용이 대표적이다. 2차전 오더는 아예 삼성과의 시즌 최종전 때와 똑같이 짰다.

1차전부터 "오늘 지면 4연패"라는 심정으로 임했다. KS를 대하는 절박함에서부터 SK와 삼성은 근본적 차이가 엿보인다. 공교롭게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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