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이 무모한(?) 도전에 나선 이유

정철우 2010. 9. 16. 10: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사진=LG 트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류택현(40.LG)은 세가지 갈림길에 서 있었다. 구단의 은퇴제의를 받아들여 전력분석팀으로 새 인생을 출발하는 것이 첫번째. 두번째는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어쩌면 가장 무모한 듯 느껴지는 길이 수술 후 재도전이었다. 마흔이 넘은 선수가, 그것도 투수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재기를 꿈꾼다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류택현은 마지막을 택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억지로 억누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류택현은 한참 고민을 하던 시기에 이런 말을 했다. "재미있는 건, 내가 이제 투수가 뭔지 좀 알게 됐다는 거에요. 지난해(2009시즌) 공을 던지면서 비로서 '아, 이렇게 던지는거 구나'라는 느낌을 알았어요. 그때 정말 신이 났었거든요. 근데 몸이 망가진 거죠. 수술 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건 불안한 일이에요. 그래서 고민이 많지만, 내가 느낀 걸 마운드에서 풀어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네요."

남들보다 늦어도 한참 늦게 시작한 그였다. 20대 한창 나이는 만성적 제구 불안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유망주'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 야구에 눈을 떴고 그렇게 나름 굵직한 10년을 보냈다. 출근하 듯 마운드에 올랐다. 어느새 800경기(투수 랭킹 2위)라는 경험이 쌓였다.

그리고 또 한번 깨달음이 생겼다. 마흔이 넘어서며 다시 한번 투수가 무엇인지가 절실하게 떠오른 것이다.

2002년 5월의 어느날이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KIA와 경기였다. 류택현은 최창호(은퇴)가 뒤늦게 몸을 푸는 바람에 얼떨결에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엔 2군행이 유력했다.

그는 그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습관처럼 밀려들던 불안감도 이날만은 남의 얘기 같았다. '뭐 더 떨어질데도 없는데...'

별 생각 없이 커브를 던졌다. 뜻하지 않던 일이 벌어졌다. 타자의 방망이가 크게 허공을 갈랐다.

커브가 맘대로 제구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또 한번 던져봐도 마찬가지였다. 류택현은 그때 얻은 깨달음으로 이후 10년을 일궈냈다.

류택현은 "이 나이 먹고 추해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정말 이제 투수가 뭔지 좀 알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말이에요. 그걸 꼭 해보고 싶어요. 다들 걱정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하기로 했으니 뒤 안 돌아보고 갈겁니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눈에 비친 류택현의 선택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지금 무한도전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 관련기사 ◀

☞류택현 LG 퇴단 후 재도전 선언…수술 후 테스트 목표

▶ HOT스타 연예화보 - 모바일 SPN1008 < 1008+nate/show/ez-i ><저작권자ⓒ함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포털 이데일리 SPN>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