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8답]8개 팀 주장 전원, "현 무승부 제도 반대"
30일 현재 무승부는 모두 7경기다.
연장 12회까지 접전하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게 6경기. 나머지 한 경기는 2-2로 맞선 5회말을 마친 뒤 강우콜드로 끝난 24일 잠실 두산-LG전이다.
12회까지 불꽃 튀게 뛰었던 경기나 정규이닝 9회를 다 마치지 못한 경기나, 동점 상황으로 끝났다는 이유로 양 팀이 사실상 패전을 하나씩 끌어안았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승수÷경기 수'로 승률을 계산한다. 2008년처럼 끝장 승부도 없으니, 무승부는 패배다.
이 승률 방식에 대해 8개 팀 감독 모두는 이미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물었다. 8개 팀 주장에게 물은 결과, 역시 100% 반대였다. 현재 무승부 제도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안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누가 지려고 12회까지 죽어라 뛰나
8개 팀 주장은 공통적으로 12회까지 열심히 뛰고도 똑같이 패로 처리되면 경기를 끝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SK 김재현은 "12회까지 열심히 했는데 둘 다 패가 되면 서로 열심히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 했다.
KIA 김상훈도 "무승부라면 기본적으로 패가 되서는 안 된다. 몇 시간을 그렇게 뛰고 양 팀 다 허무하게 질 바에야 그냥 일찌감치 한 팀이 지는 게 낫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동기 부여가 없어 나타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화 신경현은 "이러다가는 12회초 공격을 먼저 끝낸 팀이 12회말에 져주기를 할 수도 있다"고 했고, 롯데 조성환은 "8개 팀 다 똑같이 적용하니 상관 없지만, 스포츠정신에는 맞지 않는 제도다. 12회말 수비하는 원정 팀은 승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부상 위험도 높다"고 동의했다.
두산 손시헌은 "그런 무승부 게임이 쌓여 팽팽한 순위싸움에 큰 영향을 주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승부을 무승부로 인정하라
비기는 것이 지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선수들은 무승부를 무승부로 인정해주길 바라고 있다.
8명 중 6명은 무승부에 0.5승을 주는 제도를 원했다. '(승수+무승부×0.5)÷경기 수'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87~97년까지 시행했던 제도다.
SK 김재현은 "어차피 승률제를 할 거라면, 전에도 무승부에 0.5승을 줬는데 그게 가장 적합할 것 같다"고 했고, 넥센 이숭용도 "기존에 했던 무승부 제도가 있으니 다시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롯데 조성환도 "무승부에 대한 플러스 요인이 필요하다"고 했고, KIA 김상훈도 "어차피 승률제라면 패보다는 0.5승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무승부 경기 자체를 승률 계산에서 제외하자는 선수도 있었다. '승수÷(승+패)'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98~2002년, 2005~2007년까지 실시했던 제도다. 일본 프로야구의 승률 계산 방식이기도 하다.
LG 박용택은 "무승부는 그냥 무승부로 인정해 승률 계산할 때 빼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삼성 강봉규는 "전처럼 무승부를 승률 계산에서 빼거나 반 게임을 인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2008년 실시했던 끝장 승부에 대해서는 8개 팀 주장 모두 엔트리 제한과 부상 위험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 한화 신경현은 "무승부를 무승부로 인정하는 것이 힘들다면 차라리 끝장 승부가 낫겠다. 그만큼 지금 제도는 반대"라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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